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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나, 저 OOO 맞았어요”… 자궁경부암 백신이 넘어야 할 산

“비싸다”, “접종 과정이 번거롭다”, “대체 남자가 이걸 왜 접종해야 해?” 

자궁경부암 백신을 두고 가장 흔하게 나오는 이야기다.

맞는 말이다. 여성에게 있어 자궁경부암 백신은 중요하다. 그러나 총 3회에 걸쳐진 6개월의 소요 기간, 아무리 저렴해도 60만원쯤은 우습게 상회하는 접종비용은 그저 멀게만 느껴진다. 여성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하물며 남성은 오죽할까.

물론 자궁경부암 백신은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하지만 접종 대상이 12~17세 여성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에 한정됐다는 점과 여기에는 4가, 2가 백신만이 포함됐다는 현실은, 20대 후반 이상의 여성을 건강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지게 한다. 

비록 비급여이긴 해도 9가 백신과는 예방가능한 질병의 수가 최소 두 배 이상은 차이가 나기도 한다.

최근 한 연애상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이력을 나에게 지속적으로 어필하는 남자, 그린라이트인가요?’라는 주제의 일화가 전파를 타면서 SNS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됐다. 

그만큼 남성에게는 더더욱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이 흔하지 않다. 온라인에서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을 권유하는 여자친구와 싸웠다는 남성들의 하소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궁경부암’이라는 타이틀로 대변되는 백신이, 자궁이 없는 자에게 깊게 와닿을 리가 만무하다. 그러나 말이 자궁경부암 백신이지 정확한 이름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이다. 

HPV는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는 질암, 외음부암을, 남성에게는 음경암을 야기할 수 있고 성별과 관계없이 항문암, 사마귀, 구인두암 등을 일으킬 수 있어 남성에게도 백신 접종은 꼭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HPV 백신 지원을’ 내세운 바 있다. 여성 9~45세, 남성 9~26세에게 가다실 9가 접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최근 정책 동향에 따르면 비록 여성 연령 폭이 그대로인 것은 아쉬운 결말이지만, 빠르면 2024년부터 남성도 접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남성 국가예방접종에 HPV 백신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백신의 질병예방효과 안정성 입증, 백신의 비용효과성 입증, 비용효과성 입증 백신 중 정책적 우선순위, 정부의 국가예방접종 예산 확보 등의 조건들이 모두 충족된다면 남성도 HPV 백신을 접종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정책을 통해 가시화된다는 것은 좋은 신호이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보다 다양한 연령의 여성들이 백신에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접종 연령 확대는 물론, 가다실 9가 급여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도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B형간염이 간암을 유발할 수 있듯, HPV가 생식기와 관련한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여러 질병들이 있지만 결코 HPV가 다른 주요 질병보다 뒤쳐질 수 있는 질병은 아니다.

백신에 대한 꼼꼼한 접근은 물론 유관기관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정부의 보다 건강한 사회 구축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