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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난 대응 의료 예산은 최소 ‘현상 유지’ 이상 이뤄져야

10월 말 즐거운 축제가 돼야 했던 핼러윈에 이태원에서 수백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우리 사회는 이전과 달리 지하철과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밀지 마세요!”라는 외침이 들리면 반사적으로 승하차를 하려던 움직임을 멈추고 한 걸음 물러날 정도로 ‘인파 밀집’과 ‘압사’라는 키워드에 직간접적으로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

또한, 가족·지인에게 혹시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응급상황을 대비해 심폐소생술(CPR)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응급상황 시 의료진이 빠르게 환자 정보를 파악해 적극 조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휴대폰의 의료정보 기능’ 등이 공유되는 등 응급상황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우리들의 예측과 희망과 달리 정부 측에서는 대중의 움직임과 상반되는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참사’ 등 긴박한 재난 속에서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과 시스템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을 통해 확인된 사실로, 한정애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2023년도 응급처치 활성화 지원’ 사업예산은 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억5000만원의 예산이 삭감됐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해당 예산이 예산 조정 과정에서 감축된 것이 아닌 복지부가 처음부터 3.7%를 삭감하는 예산안을 올렸다는 것이며, 심폐소생술 예산만 감축했다는 것에 있다.

또한, 국가 재난의료체계 운영에 들어가는 예산 중 ‘재난의료지원 교육’ 예산도 올해 3억5000만원에서 8.6% 축소된 3억2000만원으로 편성됐는데, 문제는 ‘재난의료지원 교육’이 재난 대응 능력 제고를 위해 재난거점병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소속된 재난의료지원팀(DMAT)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이태원 참사’ 당시 15개의 DMAT이 투입됐으며, DMAT 소속 의사·간호사·응급구조사 등이 환자의 중증도 분류와 응급처치 및 이송을 수행했다는 점, 복지부가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을 통해 이송병원 선정 등을 지원했다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이태원 참사’라는 재난을 겪었음에도 응급의료 예산을 줄이는 행동은 한 마디로 ‘이해가 불가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부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CPR 교육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던가,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CPR 교육 지원에 투입되는 예산 대비 실효성이 낮다 등 나름의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 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부문도 아닌 응급의료 부문의 예산이라면, 특히 재난 발생 시 가장 먼저 대응해 피해자들을 1명이라도 더 구해낼 수 있는 부문의 예산이라면 확대하기는 힘들더라도 최소한 현상유지를 통해 지금보다 못한 재난 대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설사 예산을 줄이더라도 이전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감액하는 금액의 예산 이상의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다음, 시행해야 예산 축소에 의한 재난 대응 효과 축소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이는 정부에 마땅한 태도라고 지적하고 싶다.

아울러 이번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유사한 사고를 예방 및 최소화하기 위한 행동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에서 제언한 여러 방안들이 있는데, 시급한 방안들을 살펴보면, 우선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중이용시설과 경기장, 스포츠 레저시설, 대중집회, 공연 등에서 안전사고와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가 없는 상황이므로 다중의 인원이 모이는 곳에 의사를 포함한 의료지원 계획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일상적인 공간들에 대한 안전진단과 재난 대응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재난 대응에 대한 국가 연구용역을 확대·강화하고, 응급의료와 일차적으로 처치를 적절하게 할 수 있도록 그에 걸맞는 지원과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방안 모두 실효성이 있고 실질적인 형태로 이행 및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심폐소생술과 같은 기술을 비롯해 휴대폰 의료정보 기능과 같은 알아두면 유용한 지식·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공유 및 홍보 등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하고 기억해 실천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의 접근방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에 대해 심사숙고를 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국가의 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과 재난, 범죄 등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 및 최소화하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부디 정부가 예산 효율화’라는 점에만 빠져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하며 국가 존재의 의의라고 할 수 있는 책무를 망각하는 일만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