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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필수의료와 의료인 확보 문제, 늦출 수 없는 상황

전세계적으로 의료인 부족 문제는 동일… 전체 의사 수만 늘리기보다 수가 등 핵심 문제 해결해야

우리나라 의료계에 산적한 다양한 문제들을 확인하고, 문제의 본질을 찾아 해결하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한병원협회 국제학술대회, KHC 2022 패널토의 세션인 ‘필수 의료와 의료인 확보를 위한 대토론’이 11월 30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렸다.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 기자가 좌장을 맡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차전경 과장, 대한외과학회 신응진 이사장, 대한병원협회 미래헬스케어위원회 김상일 위원장, 진주제일병원 정의철 병원장,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 영국에서 의사연수를 받은 고려의대 의학교육학교실 박현미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먼저 지방에서 2차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정의철 병원장이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병원에 현재 평균 연차 10년의 10여 명 정도의 외과의가 근무하고 있지만, 가장 어린 의사가 44살로, 젊은 의사가 없다고 했다. 밤에 오는 환자들을 받고 인계하는 역할을 하는 입원전담전문의의를 2명 두고 있는데, 나이도 57~58세로 적지 않고 2차 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 수가가 없어 병원이 전액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대한병원협회 미래헬스케어위원회 김상일 위원장은 “의사정원 확보를 위한 공공의대 설립이 논의되고 있지만 의사 증원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필수 의료의 문제는 현재 의사 정원 내에서도 많은 의사들이 소진되고 있고, 의료 분쟁이 심각해지면서 중증 응급질환 수술 외 분야로 이탈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증원을 한다고 해도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했다.

고려의대 박현미 교수는 한국의 의사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없는 이유로 어떤 직업이든 3가지 조건인 투자한 만큼의 대가를 얻어야 하고, 일과 삶의 균형(워크-라이프 밸런스), 보람과 사회적 시선이 있어야 일할 수 있지만, 3가지 모두 한국에서는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법적인 보호가 없다는 점에서 의료 분쟁에서 의료인이 이기더라도 법정에서 끌려다녀야 하는데, 누가 삶을 포기하면서 필수의료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는 “필수의료는 모든 의학의 부분이 필수적이지만, 특히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는 부분이면서 특히 생명과 직결된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발등의 불처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다. ‘회색코뿔소가 온다’는 말처럼 무시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응급과 심장질환과 뇌졸중 수가를 해결하고, 지역의료를 위한 지역 가산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야기를 하면 늘 ‘기승전 수가’라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왜 그럴까 하면 그게 당연하니까 그렇다. 우리나라 수가가 시장에 맡기지 않고 제3자에 의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시장에서 가격이 조정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공급이 부족한 부분에서 가격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의료계에 발생하는 문제의 50%의 해결책은 수가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차전경 과장은 현재 진행중인 필수의료 관련 논의 과정을 소개하면서 “정부 정책으로 지원해야 할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 저출산 등 상황으로 의료인 공급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가장 우선순위로 보고 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 이후에도 논의를 계속하면서 정책적인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 크게 지역 내 의료전달체계, 수가 문제, 인력 문제 3가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김상일 위원장은 필수의료 기피 현상으로 의료인의 법적 대응 문제에 대해 강조했다. 형사 처벌시 자격이 최대 5년 이상 취소될 수 있는 내용의 의사면허취소법이 국회에서 다시 통과되려고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료 행위 중 형사처벌과 함께 자격 취소까지 받을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필수의료를 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외과학회 신응진 이사는 “수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의료인이자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야간 근무, 휴일 근무를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보상이 없다. 필요하면 수가 중복 가산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 야간 근무이면서 휴일 근무이면 중복 가산이 되도록 해 고생하는 사람에 대한 보상을 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주제일병원 정의철 병원장은 “지역에서 느끼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수급이다. 젊은 의사들과 심포지엄을 가졌는데 그들의 관심사 키워드 1번은 워라밸이었다. 그 다음은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문제였다. 그리고 워라밸을 단기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수가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에도 교수 지원이 모자라듯이 지방에도 오려는 의사가 없다. 매년 의사가 빠져나가고 있어 병원에서 보상을 계속 늘려주고 있다”며, “이미 필수의료 체계는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핫라인으로 부산에서까지 연락이 온다. 부산에도 수많은 대형병원이 있는데 왜 우리병원까지 연락이 올까 생각이 든다. 의사정원 확대는 장기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당장 급한 것은 수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고려의대 박현미 교수는 영국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전세계적으로 의료인이 부족해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다. 영국도 1차병원 의사들이 없어서 돈으로 연방 국가들에서 의사를 고용해 왔다. 영국에서도 외과보다 일찍 개원해 돈을 벌 수 있는 진료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돈을 더 벌 수 있는 해외 연방 국가 의사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의 의료인 법적 대응 문제와 관련해서는 “영국은 환자와 의사의 마찰을 먼저 처리하고 넘기는 보호장치가 있어, 한국보다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박은철 교수는 “급한 불을 끄는 것은 수가라고 본다. 응급, 심장, 뇌와 연결된 수가를 가산하고, 공휴일과 야간에 가산 50% 받고 있는데, 공휴일과 야간이 중복 적용되게 해야 한다. 지역 가산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꼭 바꿔야 되는 것은 주치의 제도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주치의를 경험한 의사도 국민도 없지만 언젠가 시행돼야 할 문제이고, 건강보험혁신센터 등 민간주도 시범사업을 할 수 있는 센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긍정적인 역할도 있었지만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혁신센터를 만들어 새로운 것을 시도할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것을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에도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선 그 외에도 의사정원 확대와 관련된 의과대학 문제, 지나친 세부분과로 인한 의사 부족 문제도 언급됐다. 점진적이고 효율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보건복지부 차전경 과장은 “필수의료 대책을 갖고 있고, 향후 논의를 통해 실천해가겠다. 고령화 문제로 인한 재정 문제에 대해서는 기술을 통해 재정을 보존하는 법 등 다학제적인 협력을 통해 논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김철중 기자는 마무리하며 “한국의료의 큰 위기라고 생각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가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고, 지금 필수의료 문제가 달려오는 코뿔소처럼 쿵쾅거리며 오고 있다. 움직이지 않으면 코뿔소에 치일 것이다”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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