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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필수의료 대책, ‘디테일’ 부족…심뇌혈관센터 확충해야(Ⅰ)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

정부가 지난 12월 8일 필수의료 대책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안에는 필수의료 문제가 불거지게 된 계기인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고의 원인 중 하나인 심뇌혈관 의료체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이 포함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의 시각에서 무용지물인 대책들로 이뤄져 있다면 필수의료 대책은 탁상공론에 불과한 법.

이에 이번 정부가 발표한 대책들이 실효성이 있는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등을 알아보고자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먼저 이번 필수의료 대책을 요약하면 지역 완결형 필수의료 체계 구축, 충분한 인력 확보, 적정 보상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는데, 이러한 필수의료 대책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하나, 필수의료 대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디테일’, 즉, 구체적인 방법론이 결여돼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특히 필수의료 대책은 보험 급여 체계부터 인력, 심뇌혈관 센터 체계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넓은 분야를 다루고 있고, 어떤 사안은 목표 달성에 10년이 걸릴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방식으로 필수의료 대책을 추진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어 시간이 지나면 어디 그런 대책이 있었냐는 듯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Q. 필수의료 대책에 따르면 권역 심뇌혈관센터가 고난도 수술 등 전문적인 치료 중심으로 기능이 개편됩니다. 이에 대한 전망과 우려 사항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A. 지역 완결형 체계로 만들기 위해 권역센터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과 외과 기능이 부과되어야 한다는 것은 찬성이다.

하지만 지금 권역센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은 외과계 기능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총량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뇌졸중 환자 10명 중에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1명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9명은 내과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므로, 외과 기능을 포함해 전체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권역 심뇌혈관센터 숫자도 부족하다. 특히 수도권의 권역 심뇌혈관센터로는 분당서울대병원이 유일한데, 2500만여 명이 살고 있는 수도권에 권역센터 하나로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200만여명당 권역센터가 1곳 이상은 있어야 되며, 최종 치료가 가능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 권역센터에 해당하는 의료기관이 300개가 넘는다. 미국의 인구와 인구 분포, 크기 등을 감안한다면 최소한 우리나라에는 30개 이상의 권역센터가 필요하다.

지역 심뇌혈관센터도 있어야 된다. 당장 분당서울대병원만 하더라도 뇌졸중 환자가 지금보다 2배 이상 오면 응급실을 비롯해 병원 시스템이 정지된다. 미국에 1500여개의 지역센터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우리나라에는 100여개의 지역센터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문 치료체계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모든 치료를 권역센터에서 다 받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권역센터가 중심이 된 24시간 진료체계에 지역센터와 기타 병원들이 들어간 전문 치료체계, 새벽과 주말, 공휴일에도 환자들이 응급 심뇌혈관질환 치료를 받으러 갈 수 있는 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금 권역센터에는 다른 병원들을 도와줄 수 있는 여력이 없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체계는 나쁘지 않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의 의료체계를 갖고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너무 빡빡하게 풀가동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할 능력이 없다는 것에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때의 119 구급대원의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냐?”, “내가 환자를 어디로 데리고 가야 되는냐?”라는 말이 마음에 맺힐 정도로 지금은 환자가 갈 때가 없다.

지역심뇌혈관센터나 지역 병원에서 인력 부족 및 감당하기 힘든 환자가 발생한 상황이라면 권역센터에서 바로 받아줘야 한다.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고가 벌어진 것도 결국은 환자들이 들어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병실이나 중환자실 등이 좀 비어있어야 하고, 인력도 충분해야 하며, 때에 따라서는 권역센터에서 지역센터로 인력을 파견시킬 수 있어야 한다.

Q. 응급심뇌혈관질환 환자의 증상 발현 후 최종 치료시간 단축 등의 실적을 평가해 보상하는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시범사업을 너무 길게 하는 건 반대다. 환자들은 오래 기다리지 못한다.

‘feasibility trial’이라고 본격적으로 임상시험을 하기 전에 임상이 원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지를 보고 끝나는 게 있는데, 그런 방식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시범사업을 한다면 6개월 정도나 실제로 작동하는지 보고, 6개월이 끝난 다음에는 시범사업 내용 등을 검토해서 일 년 정도 후에는 본 사업을 시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시범사업을 어떤 틀에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체계가 필요하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는 ‘지역-권역-중앙 체계’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시범사업이 작동할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제도만 만들어서 하면 작동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따라서 체계에 대한 논의 및 제시 등을 빨리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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