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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첩약 급여화 명분이 될 수 없는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 대한 분석

◆서론

지난해 말 대법원은 불법으로 68회에 걸쳐 초음파를 이용해 환자를 진찰하고도, 자궁내막암을 발견하지 못해 환자의 치료 시기를 지연시킨 한의사의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서 기존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에서는 한의사가 초음파를 이용해 환자의 병을 진단하지 못해 환자에게 위해를 가한 것이 핵심인데, 당시 대법원은 초음파를 환자에게 가져다 대는 행위 자체는 환자에게 위해가 되지 않는다는 일반 국민들이 듣기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매우 황당한 논리로 무죄를 선고했다. 

최근 수 년간 한의사들의 의과 영역 침범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고, 최근에는 이러한 면허 외 의료행위 수준이 도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한의사들의 의과 의료행위 침탈 시도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대법원 판결에 한껏 고무된 한의사들은 이제 전방위적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과 한방 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얼마 전 국회 보건복지위는 지자체가 계획을 세워 한의약 육성을 하도록 하는 한의약육성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한의 보장성 확대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도 개최하는 등 국회의 한방 지원도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3월 30일 보건복지부는 2022년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첩약 급여화를 위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우리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 2019년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준비단계에 있을 때,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배경이자 명분이 되는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이하 첩약 급여화 연구)의 내용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시 본 연구소 분석 결과로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전혀 근거가 없었음에도 정부는 2020년 11월부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행했고, 이 시범사업은 올 하반기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시범사업 종료를 앞둔 시점에 보건복지부가 이번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에서 첩약 급여화 관련 내용을 부각시킨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 연구소는 첩약 급여화가 명분이 없는 주장인 이유를 밝히고,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난 문제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시행의 명분이 됐던 첩약 급여화 연구는 문제점이 많은 연구이고, 시범사업의 명분으로 사용될 수 없다.

4년 전 본 연구소가 첩약 급여화 연구를 분석했던 내용을 보면, 첩약의 핵심이 되는 한약재의 중금속 허용 기준이 식품보다 높았고 발암물질도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오래된 한약서에 효능이 있다고 적혀만 있으면, 해당 한약재는 어떠한 과학적인 검증과정도 없이 첩약의 재료로 사용되어 환자들에게 처방될 수 있었다. 

결국 첩약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안전성조차 확보되지 않았다는 말이고, 이처럼 안전성이 미확보 된 첩약을 급여 의료행위로 등재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첩약 급여화 연구에서도 인정했지만, 첩약은 동일한 질병이라 하더라도 한의사마다 비방이라는 이름으로 처방이 상이하기 때문에 처방의 표준화가 불가능하다. 이는 특정 질병에 대해 일관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다. 

더불어지금도 전국 지자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방난임사업의 성과가 현대 의학의 보조생식술 성과와는 비교도 되지 않고, 오히려 자연임신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첩약은 유효한 치료 효과도 없고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첩약 급여화 연구를 보면, 첩약 급여화의 명분으로 환자 만족도와 같은 주관적인 지표를 내세우고, 2만 2천명에 달하는 한의사들 중 달랑 31명만 조사하여 나온 결과로 첩약 진료 패턴을 정하고 수가를 산정함으로써 수가 기준의 신뢰성도 낮았다. 

한의사가 존재하지도 않는 일본의 첩약 처방 사례를 연구에 포함시키기도 했고, 한약사와 약사들의 첩약분업 요구를 무시하면서 한의계의 입장만 반영하는 편파적인 입장도 취하고 있었다.

결국 첩약 급여화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근거로 활용하려고 했던 첩약 급여화 연구는 오히려 첩약이 급여화되면 안 되는 이유를 잘 설명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다수의 이용자들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첩약을 급여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의 결과를 보면, 건강보험 급여 확대 시 우선 적용이 필요한 치료법으로는 일반 국민, 외래환자, 한방병원·한의원 입원환자가 모두 ‘첩약’을 꼽았다. 

이러한 결과는 ‘한방의료에 대한 비용인식’을 보면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설문에서 국민 10명 중 3명 이상은 한방의료 비용이 ‘비싸다’라고 생각했고, 특히 입원환자의 경우 ‘비싸다’는 답변이 절반에 가까웠다. 

그리고 비싸다고 생각하는 치료법으로 앞서 ‘급여 확대 우선 필요’로 꼽힌 ‘첩약(68.3%)’을 꼽았고, 입원환자 역시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꼽은 ‘한약제제’가 가장 비싸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서비스 이용 시 비싸다고 생각되는 서비스를 보다 싸게 이용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가 해당 서비스를 급여화시켜 본인 부담금을 낮추어 주어야 할 명분이 될 수는 없다. 

특히나 최근 한방의료는 젊은 층으로 갈수록 이용률이 떨어지고 있어, 전체 국민 중에 일부만이 이용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수의료도 아닌 비싼 한방 행위의 급여화를 통해 이용자의 본인 부담금을 덜어주게 되면, 이는 한방 의료를 이용하지 않는 대다수 국민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

유사한 사례를 보면, 예전부터 병원에서 촬영하는 초음파와 MRI의 비용이 비싸서 이 비용을 낮춰달라는 이용자들의 요구가 있었고, 이에 지난 몇 년에 걸쳐 제대로 된 비용효과성에 대한 검증도 없이 문재인 케어를 통해 상당수의 초음파와 MRI가 급여화됐다. 

하지만 이렇게 급여화 된 이후 몇 년이 지나서 평가해 보니, 초음파와 MRI 촬영 건수가 최초 예상했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서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심지어 유효성도 검증이 안 된 첩약을 단순히 이용자가 원한다고 하여 아무런 비용효과성 검증도 없이 급여화를 시키면, 반드시 부작용이 발생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상 국민들도 안전성 측면에 있어 첩약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에서 국민들이 한방의료의 개선 사항 중에 가장 많이 선택한 두 가지가 바로 ‘보험급여 적용 확대’와 ‘한약재의 안전성 확보’였다. 

보험급여 적용 확대를 원하는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비싼 서비스를 싸게 이용하고 싶다는 소비자의 당연한 심리가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민들이 한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한방에서 개선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안전성 확보로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국민들은 중국산 한약재에 대해 매우 강한 거부감과 불신을 가지고 있는 데에 반해 국내 유통 한약재의 상당수는 중국산이다. 

한약재 판매 및 유통 업체에서도 국민들의 중국산 한약재에 대한 거부감을 알고 있는지 간혹 한약재의 원산지를 속이다가 적발되는 사례들도 있어 오히려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약재는 중금속이나 발암물질에 대한 기준이 약하기 때문에 설사 국내산 한약재라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그리고 드물지만 첩약의 효과를 불법적으로 높이기 위해 첩약에 스테로이드, 당뇨약제, 진통제 등을 섞어 쓰는 한의원들의 사례도 보고되고 있어 국민들은 첩약의 안전성과 효능을 더욱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첩약 및 한방의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결국 한방의료를 기피하는 행태로 나타나고 있다.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났지만 한방의료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대부분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치료 목적에 국한되어서만 한방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렇듯 보건복지부는 국민들이 소비자로서 원하는 것과 환자로서 원하는 것에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조사에서 드러난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잘못된 대책을 만들어 내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론

4년 전 본 연구소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의계의 요구와 보건복지부의 고집으로 강행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2020년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시작 당시 최종 참여기관 수는 전체 한의원의 60%에 해당하는 8713곳이었지만,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1년 4개월이 지난 2022년 3월 기준 시범사업 참여기관 수는 신청기관 대비 30% 이하로 줄었다. 

한의원들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참여가 줄어든 이유는 낮은 수가와 복잡한 청구절차, 원산지 표기 의무화 등으로 행정적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첩약 급여화는 유효성과 안전성, 그리고 비용효과성을 따지기 이전에 첩약을 처방하는 일선 한의원들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소는 국민들의 의도를 왜곡하면서 무리하게 추진되는 첩약 급여화는 국민 건강 증진의 효과도 없이 건강보험 재정만 낭비하는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첩약은 의약품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첩약이 의약품으로서의 지위를 합당하게 얻으려면,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체계적인 1상, 2상 시험과 무작위 이중맹검 대조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만 비로소 첩약의 급여화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보건복지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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