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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37년 왜곡된 의료제도 개혁…총파업 전체회원 설문 주목

여러 차례 원격의료 등 중단 촉구…12월15일 여의도 집회 총파업 전초전

그동안 여러 차례 의료계는 원격의료 추진 철회, 영리병원 도입 중단, 건강보험 개혁 등을 요구해 왔으나, 정부는 대중광고나 정부TF합동회의 등을 통해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 10월29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방문이 다소 어려운 노인 장애인 등의 의료 접근성을 제고하고,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상시적 관리로 치료 효과를 높여 나가기 위해 환자-의사 간 원격진료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동네의원 중심으로 원격 모니터링, 전문 상담 교육 및 진단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하여 1차의료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 붙였다.

당장 이해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찬성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 했지만 29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동네의원이 다 죽는다. 원격진료 등 잘못된 제도를 막기 위해 정부와 일전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동네의워은 지리적 접근성에 기반 하여 생존을 유지하고 있는데 지리적 접근성을 무시하는 원격진료가 허용된다면 동네의원 간 그리고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과의 무차별 경쟁이 발생할 것이고, 경쟁력이 약한 동네의원의 존립기반은 즉각 붕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대투쟁을 선언한 의료계는 지난 12월15일 여의도에서 전국에서 2만 여명의 의사들이 모여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의료계는 “원격의료를 위한 의료법 개악과 영리병원을 도입하기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여의도 집회는 행사 후 가두행진이 원천 차단되고, 노한규 회장이 목에 칼을 들이대는 소란이 있었으나 정부나 여론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궐기대회에는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부처 관계자가 직접 찾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보건복지부에서 전국의사궐기대회 현장을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TF 첫 회의·원격의료 등 대중광고…반대 확산에 '기정화' 쐐기

오히려 정부는 미래먹거리산업인 의료산업의 육성을 위한 규제완화와 투자활성화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는 1월9일 일간지에 ‘원격의료는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분들에게 의료의 손길을 전해 드립니다.’, ‘중소병원은 더 튼튼하게, 의료서비스는 더 충실하게!’라고 광고하여 이슈를 선점해 나갔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정부는 두 얼굴과 거짓을 버리고, 하나의 얼굴로 국민 앞에 바른 모습으로 서라’는 성명서로 맞받았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 6개단체는 9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보건의료 전문가단체들과 대화를 통해 이견을 해결하겠다는 뜻이 전혀 없음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는 관계부처TF를 구성하고 10일 첫회의를 가졌다.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 법인약국 등 보건의료 투자활성화대책 실행계획을 조속히 마련키로 하는 등 보건의료계의 부정적 움직임에 더욱 강한 정책추진 의지를 보였다. 결국 의료계의 반발을 더욱 자극했다.

의료계, 야당, 시민단체 등의 반대 기류가 확산되는데 대응하여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 이영찬 차관은 “투자활성화대책은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보건의료의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목표가 있다. 진료비 폭등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자법인 설립 허용, 법인약국 등에 대해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서는 정책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관련단체와 충분히 협의하여 실행계획을 마련할 것”이라며 정부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협·정부, 협상 한목소리-입장은 평행선…총파업 전체회원 뜻은?

앞으로 한달 보름간 의·정협상과 총파업 투표 등 두가지 사안에 보건의료계는 물론 국민들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마주 보고 달리던 의·정열차가 총파업이라는 대충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1월11일~12일 양일간 전국의사대표자 5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총파업 시작일을 3월3일로 결정했다. 단 정부의 입장 변화에 따라 유보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의사협회는 △원격의료 추진 철회 △영리병원 도입 중단 △수가현실화 등 건강보험제도 개혁 등을 요구하면서, 협상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3월3일 총파업 시작에 대해 전체 회원의 뜻을 묻기로 했다.



12일 노환규 회장은 기자브리핑을 통해 “정부와 한달간 협상을 하고 그 과정에서 총파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정부와 협상하고,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설문조사에서 파업 여부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의·정협상 결과가 중요한 이유다.

의·정협상과 관련해서는 문형표 장관도 긍정적 반응이다. 하지만 최근 여러 차례 원격의료를 위한 규제완화, 투자활성화를 위한 영리병원(영리자법인투자) 허용과 관련된 정부 정책을 설명하면서 원칙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문형표 장관은 11일 긴급브리핑과 12일 당정협의에서도 "원격진료를 받더라도 반드시 대면진료를 받도록 한다. 환자를 잘 아는 동네 병원과의 연결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대형병원 쏠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의료계의 요구인 철회나 중단과는 상당히 먼거리를 두고 있다. 정부로서는 원격의료, 자법인 투자 허용 두가지에 대해서는 그 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의사협회도 협상을 하겠다고는 하지만 37년간 왜곡된 의료보험의 개혁, 원격의료 철회, 영리병원 중단 등 3대 요구사항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노환규 회장은 "의사들이 의약분업 보다 원격의료가 더 큰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정부와 여당은 간과하고 있다"며 "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반대를 핑계로 수가 인상을 얻으려 한다는 주장은 어이없는 주장이다"고 일축했다.

결국 원칙론을 고수하는 기싸움만 계속될 뿐 협상에서 의·정이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3월3일 전국의사 총파업에 대한 의사들의 생각이 주목된다.

의사협회는 최근 원격의료를 막기 위한 적절한 대응방법을 회원들에게 물었는데 '파업 불사 결사반대'가 82.41%, ‘제한적 허용 수용’ 이 12.9%로 조사된바 있다. 많은 수가 파업을 택했다. 앞으로 3월3일 총파업 여부에 대한 의사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노환규 회장은 “3월3일부터 시작되는 총파업이 얼마동안 지속되는 것인지 출정식에서는 못 박아 발표하지 않았지만, 무기한 파업으로 논의 됐다. 상황에 따라 무기한이 될 수 있고 일주일도 될 수 있다. 의협 비대위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다. 회원 대상 설문조사는 아마 무기한 파업을 전제로 해서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체 회원의 의사를 묻는 데는 약 2주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한 달 동안 정부와 협상하면서, 진행 경과에 따라 총파업에 대한 전체 투표 시기를 조정하게 된다. 3월3일 전에 총파업 투표를 마무리 지으려면 촉박한 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