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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PA합법화하면 병원채용 폭발 증가할 것”

장성인 대전협 회장, 재정절감 목적으로 의료왜곡 우려


“현재처럼 전공의가 떠받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형적 의료환경에서 PA(Physician Assistant : 진료보조인력)를 합법화하면 병원에서 PA채용이 지나치게 늘어나 의료왜곡이 더 심화될 수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장성인 회장(사진, 신촌세브란스병원 예방의학과 3년차)은 최근 대한간호협회와 갈등을 겪고 있는 PA합법화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밝히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와 지난 의정협의를 통해 “의협, 대전협과 사전협의 없이 PA합법화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간호협회는 “PA의 95% 이상이 간호사임에도 의협의 하루 파업에 밀려 당사자인 간호계를 배제하고 논의중단을 결정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오는 29일에는 간협이 주도해 치협, 한의협, 약사회, 보건의료노조와 의정협의 철회를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전협 역시 간협에 공문을 보내 유감을 표시하고 “간협이 계속해서 PA합법화를 주장하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전달한 바 있다.

이렇게 PA합법화를 두고 갈등 양상이 더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장성인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의정협의 결과와 관계없이 대전협은 예전부터 PA합법화를 강력히 반대해왔다”며 “어떤 형태가 되든 현재 우리나라 의료환경에서 PA합법화를 추진하면 안된다”고 못 박았다.

그는 “현재도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PA에 의한 시술이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런 마당에 PA가 아예 합법화되면 병원들은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PA채용을 점점 더 많이 확대하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안 그래도 전공의들이 충분히 시술기회를 갖지 못하고 수련을 마치는 경우가 허다한데 PA에 의한 시술이 늘어나면 전공의들은 수련기회를 더 많이 박탈당해 양질의 전문의를 배출하기란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계와 간호계는 숙련된 PA들이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등의 진료과에서 시술함으로써 의료공백을 해소하고, 의사가 할 일을 대신함으로써 병원 재정 절감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장성인 회장은 “이는 의료왜곡으로 인한 기형적인 현상으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라고 반박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지 PA합법화로 의사가 할 일을 대신하게 해선 안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많은 병원에서 PA에 의한 시술이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환자들은 이를 모르고 있다. 환자들이 간호사에게 수술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실 의료현장에서는 간호사가 할 일을 의사가 대신하기도 한다. 그런 일들부터 간호사들이 다하도록 하고 그 이후에나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PA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PA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는 이미 합법화된 제도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의사가 직접 간호사를 1년간 트레이닝 시켜 PA로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장성인 회장은 미국과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의사의 페이가 너무나 높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PA를 쓰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싸다. 그렇게까지 해서 재정을 아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장성인 회장은 “사실 PA들도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간호사들이 PA를 자처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병원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하기 때문”이라면서 “간협에서 차라리 이런 문제 해결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첫 법적 기제 환영
장성인 회장은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이 지난 4월 1일 공포된 것에 대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법적 기제가 처음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환영의사를 밝혔다.

다만 “일선 수련병원에서 이 규정을 실제로 준수해 실제로 수련환경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일선 병원들의 노력과 병원들에 대한 적절한 감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 1일 대한민국 전자 관보 홈페이지(http://gwanbo.korea.go.kr)를 통해 공포된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은 전공의 연속 수련시간의 상한과 당직수당 산정방법 등을 각 수련병원에서 정해 시행하고, 이를 각 병원에 비치하도록 했다.

장성인 회장은 “수련병원들이 실제로 규정을 준수함으로써 불합리한 관행들이 하나둘씩 개선되고 전공의와 병원의 관계도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고 앞으로의 과제를 밝혔다.

또한 “실제 수련병원들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게 하는 등 강력한 제제수단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수련환경 개선안 통과까지 병원협회의 반대 부딪혀
장성인 회장은 이번 개정안의 통과를 위해 각 단체 및 기관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사용자 측이라 할 수 있는 대한병원협회와의 마찰이 가장 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병협 측은 시종일관 전공의와 전혀 다른 경영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다”며 “무엇보다 일선 병원들이 수련환경 개선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게 주된 반대이유였다”고 전했다.

장 회장은 “이를 다시 말하면 그동안 병원들이 전공의들의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희생으로 적자를 매꿀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이런 명분을 내세우는 병협 측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논의 테이블에 참여했기 때문에 병원협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었던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TF에는 대전협과 대한의사협회, 병원협회, 대한의학회 그리고 보건복지부가 참여했다.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이 약속대로 전공의특별법 발의 안해 크게 실망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번 전공의 수련환경 개정안을 계기로 전공의특별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초 특별법 제정에는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장성인 회장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생각보다 특별법 제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장 회장은 특히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이 대표발의를 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대전협 임원들이 몇 번 찾아가기도 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연락조차 안되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더이상 새누리당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공의특별법 제정에 있어 병원협회가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성인 회장은 “사실 이번 TF에서 전공의의 인간적인 근로환경과 전문적 수련환경의 근거가 될 전공의특별법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병협의 반대로 좌절됐고, 그러던 차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수련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야당 측에서도 노동법 개정을 통해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제안해 접촉했지만 전공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피교육자로서의 신분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혼란을 우려해 다른당보다 새누리당과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환경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바뀌길 바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장성인 회장은 “무엇보다 전공의들이 본연의 임무인 수련에만 집중해 실력있는 전문의로 길러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며 “더 이상 전공의들이 없으면 병원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는 기형적 의료환경이 지속되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