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병원/의원

우리나라 인터넷·게임 중독 유병률 신뢰도 낮아

건국대병원 하지현 교수, IAT 유병률 진단에 부적절


IAT 유병률 진단에 의한 우리나라 인터넷·게임 중독 유병률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는 연구 결과, 인터넷 중독 자가 진단법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IAT(Young’s Internet Addiction Test)가 실제 인터넷 중독 여부와 정도를 진단하는데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 교수는 인터넷 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논문 ‘영의 인터넷 중독 테스트의 유용성(Usefulness of Young’s Internet Addiction Test for Clinical populations)’을 통해 IAT 점수가 인터넷 중독자의 일평균 인터넷 접속시간이나 임상적 중증도와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중증의 임상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인터넷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IAT를 해본 결과 점수가 기준치보다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IAT(Young’s Internet Addiction Test)는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킴벌리 영(Kimberly S. Young) 박사가 고안한 인터넷 중독 자가 진단법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부처와 연구기관 등에서 발표하는 인터넷 중독 유병률은 IAT와 유사한 자가보고 검사나 간단한 질문형 인터뷰를 통해 조사된 것으로 논문에 따르면 신뢰도가 떨어진다.

하지현 교수는 “연구결과, IAT는 오히려 게임에 잠시 빠져있는 사람이 높은 점수가 나오고 중증 인터넷 중독환자는 자신의 중독성향을 부정하기 때문에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이나 게임에 잠시 몰입해 있는 사람은 스스로가 지나치게 인터넷에 빠져든다고 느끼면서 이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가 나온다는 것. 반면 중증 인터넷 중독 환자는 ‘조금만 신경쓰면 해결할 수 있다’, ‘이 정도는 누구나 한다. 나는 문제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점수가 낮게 나와 인터넷 중독으로 진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현 교수는 지난 2006년 9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건국대병원 ‘인터넷 중독 클리닉’을 방문했던 62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21.7±7.1세(최저 11세, 최고 38세)로 대부분 남자(47명, 91.4%)였다.

대상자는 기분부전장애, 주요우울장애(24명),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8명), 사회공포증(3명), 파탄적 행동장애(품행장애와 반항성장애 3명), 양극성장애(1명), 폭식(1명), 적응장애(1명) 등 정신건강의학적 질환을 동반하고 있었다.

대상자는 임상의 중증도에 따라 경증(11명), 중등증(25명), 중증(16명)으로 나눴다. 중증은 인터넷 중독으로 학교 출석을 거부하거나 학업을 중단한 경우, 직장에서 감정이나 기능 장애로 입원이 필요한 경우, 6개월 이상 사회적 관계와 거의 단절된 경우, 게임 아이템 구매 또는 온라인 도박과 같은 행위로 심각한 재정과 생긴 경우 등으로 정의했다.

연구결과, 중증그룹(10.7±4.6시간/일)이 경증그룹(6.3±2.9시간/일)보다 인터넷 중독 증상의 지속 기간이 길고 인터넷도 더 오래 사용했다. 하지만 IAT 점수는 오히려 경증그룹(71.9±15.2점)이 중증그룹(66.2±18.6점)보다 조금 높게 나왔다.

또 세 그룹 모두 인터넷 중독으로 일상생활에서 학업성취도 저하, 가족 내 갈등, 조절능력 상실 등 분명한 문제를 겪고 있음에도 IAT 점수가 70점 이상 나온 사람은 22명(43%)에 불과했다. IAT 지침에 따르면 70점 이상이 인터넷 사용으로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사용자로 분류한다. 분포비율도 경증이 7명(63%), 중등증이 8명(32%), 중증이 7명(43%)로 임상적으로 경증이라 진단받은 환자의 중증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하지현 교수는 “연구 결과, 자가보고검사를 통한 진단은 임상적으로 볼 때 문제가 있다”며 “면밀한 전문적 평가를 통해 인터넷 중독 유병률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IAT를 많이 쓰면서도 임상적으로 문제가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IAT가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되는지 연구한 논문은 거의 없었다”며 “이번 연구가 인터넷 중독 유병률이나 게임 중독 환자 수에 대한 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논문은 최근 SCI급 정신의학저널인 ‘Nordic journal of psychiatr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