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의학원이 암 치료 등에 쓰이는 방사성의약품의 핵심 능력인 '표적 결합력'을 인공지능(AI)으로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지난 5월 27일, 방사성의약품 개발 전문 기업인 ㈜레이메드(RayMed)에 이전되어, 상용화를 앞두게 됐다고 밝혔다.
방사성의약품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약물 부분은 암세포 같은 특정 질병 부위의 단백질에 유도탄처럼 정확히 결합하여 표적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며, 방사성동위원소는 방사선을 방출해 질병 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표적 결합력'이란 방사성의약품이 얼마나 정확하게 질병 부위(표적)를 찾아가 강하게 붙느냐 하는 능력으로, 표적 결합력이 뛰어나면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환부만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방사성의약품의 개발 과정에서 신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결정짓는 핵심인 ‘표적 결합력’을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후보약물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실험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표적에 잘 결합하는 유망한 후보물질을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우상근 박사 연구팀은 기존 약물 유도체 후보물질 등과 방사성동위원소의 화학적·물리적 특성에 대하여 암 세포주 반응 및 단백질 결합력을 인공지능으로 학습시켜 방사성의약품의 암세포 결합력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번 이전 기술은 90만 개의 약물 유도체 후보물질과 20여 종의 방사성동위원소를 대상으로 이들이 1900여 종의 암세포 및 정상세포 특이적 단백질에 잘 붙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특정 단백질에 잘 결합할 수 있는 약물 유도체 후보물질을 선별하는 원리다.
2023년 원자력연구개발사업으로 진행한 이번 기술은 인공지능기술 활용 방사선 및 항암치료반응 예후예측 솔루션 개발 중 ‘방사성의약품 단백질 결합 친화도 예측 인공지능 기술 개발’ 연구로 추진됐으며, 2023년 12월15일에 국내 특허출원 했다.
이번 기술이전으로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축적된 방사성의약품 연구 성과와 인공지능 기술을 융합하여, 방사성의약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 후보물질의 성공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보다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양 기관은 방사성의약품의 표적능 연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이진경 원장은 “다양한 방사성의약품의 개발을 앞당겨 여러 난치성 질환에 대한 정밀한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하고, 국민 건강 증진과 국내외 방사성의약품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