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국내 최초로 국제 학회인 ERAS® Society로부터 ‘ERAS® Qualified Center’로 공식 지정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를 통해 수술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거 기반 체계로 전환하고, 환자 회복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ERAS(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수술 후 회복 향상 프로그램)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수술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글로벌 표준 프로그램이다.
서울대병원은 이를 실제 임상에 성공적으로 적용해 수술 환자의 회복을 개선하고 재원일수를 줄이는 성과를 입증했다. 이로 인해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섯 번째로 ERAS 인증을 획득하게 됐다. 이번 성과는 서울대병원이 국내 수술 환자 관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음을 의미하며, 한국 의료가 세계 수술 전후 환자 관리의 표준 체계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ERAS는 전통적으로 수술 전후에 시행되던 장시간 금식, 침상 안정, 마약성 진통제 위주의 통증 관리와 같은 기존 수술 관리 방식을 최신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수술 전후 준비, 통증 관리, 영양, 조기 운동 등 과학적으로 입증된 최선의 치료 방법으로 대체하여 수술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빠른 회복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고령 환자나 복합 질환을 지닌 환자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수술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ERAS의 도입이 제한적이고, 표준화된 다학제 협력 체계와 지속적인 품질 관리 시스템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서울대병원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1년 반에 걸쳐 스웨덴 Encare사의 ERAS® 공식 수행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외과, 마취통증의학과, 간호과, 급식영양과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한국 환자 환경에 최적화된 회복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실제 임상에 적용했다.
특히 대장암 수술을 중심으로 ▲수술 전 탄수화물 음료 복용을 포함한 금식 최소화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줄이는 다중진통법 ▲조기 보행 ▲카테터 조기 제거 등 ERAS의 핵심 전략을 일관되게 적용한 결과, 수술 후 회복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재원일수를 유의미하게 단축시켰다.
이와 함께 ERAS 프로토콜 이행률, 환자 회복 지표, 재원일수 등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며 ERAS® Society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 수행 프로그램 이수 기간 동안 수술 후 재원일수는 평균 5일에서 3일로 단축됐으며, ERAS 도입 전 심각한 합병증 발생률(2.6%), 중환자실 입원율(2.6%), 재수술율(2.6%)은 도입 후 모두 0%로 감소했다. 퇴원 후 재입원율은 도입 전 5.3%에서 1.6%로 크게 감소하며 ERAS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효과를 입증했다. 이는 단순히 인증 기준을 충족한 것을 넘어, 국내 임상 현장에서 ERAS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입증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ERAS는 전 세계적으로 수술 회복의 질을 높이면서 재입원율, 합병증, 입원 기간,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입증된 모델이다. 서울대병원의 이번 인증은 국내 수술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거 기반 체계로 전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자, 한국 의료계가 글로벌 수준의 수술 환자 관리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성과다.
서울대병원은 대장암 수술 외에도 다양한 외과 수술에 ERAS 프로그램을 적용하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며, 향후 ERAS® Center of Excellence 승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외 의료기관과의 협력 및 교육을 통해 ERAS의 확산과 수술기 관리 품질 향상을 선도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정승용 교수(대장항문외과)는 “이번 ERAS® Qualified Center 지정은 단지 국제 인증을 넘어서, 국내 수술 환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치료 환경을 구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다른 외과 영역으로도 ERAS 적용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