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감염병이 입원과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예방접종 필요성이 한층 부각됐다.
한국GSK가 주한영국대사관, 주한영국상공회의소와 함께 2025 헬시에이징 코리아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건강수명 연장을 위한 공중보건 방안으로서의 성인 예방접종을 조망하고, 지속가능한 고령사회를 위한 정책적 방향과 해법이 논의됐다.
이 날 포럼에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노년내과 김광일 교수는 성인기 감염 예방의 임상적인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유소년기에도 감염병은 흔히 나타나지만, 감염병으로 인한 질병 부담이나 비용 부담은 노년층에서 더 부담이 심하기 때문이다.
가령 독감의 경우 10대 미만에서 더 많이 감염되지만 독감으로 인한 의료비용은 65~75세 이상에서 많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10세미만에서 유병률이 높기는 하나 합병증으로 인한 의료비용 증가, 입원 위험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65세 이상에서는 독감으로 인한 폐렴도 발생하지만, 기존에 환자가 갖고 있던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킴으로써 의료비 급증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RSV 역시 영유아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RSV로 인한 입원은 85세 이상에서 더 빈번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세균성 폐렴인지 바이러스성 폐렴인지 애매했던 환자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RSV에 의한 폐렴이었다”며 노인 RSV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세번째로 언급된 질환은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은 발생 자체도 50대 이후에 급증하며, 대상포진을 앓고 난 후에도 합병으로 인한 신경통이나 기존질환의 악화가 발생해 위험성이 강조되는 질환 중 하나다. 만약 안와부위에 발생할 경우 시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김 교수는 소아의 경우 국가에서 지원하는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많은 백신들에 포함돼있지만, 노인을 대상으로 한 백신은 비교적 선지가 적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노인들의 경우 폐렴구균 23가 백신이 무료접종되고 있지만, 13가, 15가 등 다른 제품에 대한 수요도 있다”면서 “정부에서는 비용경제성 분석 결과도 고려를 해야겠지만, 임상적 효과를 입증한 데이터가 많을 경우 어떤 우선순위로, 무엇을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이한길 교수는 초고령 사회 대응을 위한 성인 예방접종의 가치를 조명했다.
고령층에서 예방접종의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성인 예방접종을 NIP에 포함해 공공재정으로 지원하고 있다. 실제 영국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무료 접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올해 4월부터 혼합형 재정 구조 형태로 대상포진 백신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성인 예방접종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예산을 활용한 소규모 예방접종 지원 사업을 통해 운영되고 있어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한길 교수는 성인 예방접종은 감염병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공중보건 향상과 국가적 차원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는데 기여해 다양한 측면에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는 성인 예방접종 백신이 초고령화사회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공공재로서의 성격이나 사회적 편익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 교수는 대상포진 백신과 RSV 백신을 대상으로 한 국내 성인 예방접종의 비용-편익 분석 결과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분석 결과, 대상포진 백신은 국내 50세 이상에서 투입 비용 대비 사회경제적 편익이 약 1.52로 나타났으며, RSV 백신은 60세 이상에서 사회경제적 편익이 1.65로 나타났다.
이 교수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편익이 1을 초과할 경우 투입 비용보다 사회적 편익이 더 크게 발생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이 교수는 “이번 분석은 성인 예방접종이 질병 예방을 넘어 장기적인 사회경제적 편익을 가져오는 공공투자라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 시간에서 대한노인회 송재찬 사무총장은 “노년층은 감염병에 취약하고, 일상생활에서의 회복도 느려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많은 어르신들이 예방접종의 중요성은 알고 있어도 정보 부족,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접종을 망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의료비 절감과 건강 형평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공공 투자로,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정책과 이형민 과장은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접종 (전체) 비용을 지원할 경우 질병관리청 1년 전체 예산을 상회하는 비용이 필요하다”며 “일정 건보제도에 편입해 개인의 부담을 줄이는 등 여러 방법들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오는 연말 NIP 도입을 고려해 백신 설정 기준, 산업계의 준비 방법 등에 대한 매뉴얼을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대상포진 백신 접종 사업에 대해서는 지자체 재량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표준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주한영국대사관 콜린 크룩스 대사는 “전 세계적으로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은 특히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 포럼은 학계, 정부, 노인계가 함께 고령층의 건강권 보호와 이를 위한 예방의 필요성을 논의한 뜻깊은 자리로, 예방 중심 공공보건의 중요성을 사회 전반에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