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급여적정성 재평가 시행을 연기하고, 혁신형 제약기업의 불법 리베이트를 사실상 묵인하는 제도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할 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들의 주머니를 제약산업 육성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철학을 대변하는 것인가?
복지부는 즉각 내년 급여적정성 재평가 시행을 확정하고, 불법 리베이트를 봐주기 위한 정책 전환을 멈춰야 한다.
급여적정성 재평가, 제약사들의 지연작전이 끝나가는 지금이 적기다.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제도는 효과없고 불필요한 약을 환자에게 먹이지 않기 위해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며 시작됐으며, 환자 건강 보호와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을 위해 중요한 정책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시작으로 실리마린, 빌베리, 스트렙토키나제, 이토프리드 등 효과가 부족한 약들이 급여 목록에서 삭제되거나 축소됐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행정소송을 통해 재평가 결정을 지연시키며, 공익적 정책을 무력화하고 기업의 사익을 극대화하는 행태를 이어왔다.
그로인해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무려 5년간 급여 축소가 진행되지 못했고, 빌베리는 4년 만에 급여 삭제가 결정됐으며, 실리마린 역시 4년째 소송이 진행 중이다. 원고 당사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사용돼야 할 집행정지가 소송결과와 상관없이 기업의 사익을 최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 급여적정성 재평가 관련 소송들이 마무리돼가면서 관련 정책의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시점에서 돌연 복지부가 내년 재평가를 미루겠다고 한다. 이는 제약사 봐주기 정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내년 대상약제로 논의되고 있는 은행엽엑스와 도베실산칼슘은 급여축소된 콜린알포세레이트나 빌베리의 대체제로 사용되고 있어 재평가가 시급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하루빨리 내년 재평가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
불법 리베이트 봐주기, 국민 피해를 외면하는 정책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불법 리베이트를 묵인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방식 변경이다. 제약사들이 불법 리베이트를 통해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며, 환자의 건강과 건강보험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동안 반복되고 있는 문제다. 값비싸거나 불필요한 약이 처방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주가조작 세력에게 패가망신의 본보기를 보여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불법 리베이트 문제에도 동일한 태도와 결단력이 필요하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는 각종 약가 가산, 세금 감면, 연구개발 지원 등 막대한 특혜를 제공하는 제도로, 불법 리베이트 처벌을 받은 기업에까지 혜택을 열어주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시장을 교란하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기업들에게 이러한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정부는 불법 리베이트 처벌을 받은 기업이 인증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제약사 봐주기 행보를 멈추고,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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