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 강제 입법은 2000년 의약분업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며, 이미 2007년 시범사업에서 실패로 결론이 난 제도를 다시 꺼내든 무책임한 행위이다. 인천광역시의사회는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성분명 처방 강제화를 단호히 반대한다.
의사의 처방은 단순히 성분을 적는 행정 행위가 아니다. 환자의 연령, 동반질환, 과거 복용 이력, 부작용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문적 판단이다. 성분명 처방 강제화는 이러한 복합적 판단을 무시하고 동일 성분이라는 단편적 기준만을 강요한다. 그 결과 환자는 자신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성분명 처방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치료 실패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의사는 선택하지 않은 약으로 인한 결과를 떠안을 수 없고, 약사는 법적 근거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가며, 의료 사고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는 구조적 모순을 낳는다.
정부와 약계는 약제비 절감을 내세우지만 이는 단기적 계산일 뿐이다. 실제로는 치료 효과 저하, 부작용 증가, 장기 치료 필요, 더 고가의 약제로의 전환 등으로 오히려 의료비 지출이 커질 수 있다. 특히 2006년 생동성 조작 파문과 같이 품질이 담보되지 않은 복제약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비용 절감의 수단으로 삼는 무책임한 정책이다.
동일 성분이라 하더라도 제약사마다 품질, 생산 안정성, 공급 지속성은 다르다. 성분명 처방이 정착되면 저가 납품 경쟁이 심화되어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갖춘 제약사가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 그 결과 의약품 공급망 전반이 불안정해지고, 특정 약제의 공급 중단이나 회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체 의약품 확보조차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 이는 환자의 치료 안정성을 흔드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성분명 처방 강제화는 의사의 전문성과 환자의 권리를 동시에 무너뜨리고, 국민 건강과 국가 재정 모두에 장기적 악영향을 초래할 제도다. 인천광역시의사회는 성분명 처방 강제 입법을 강력히 반대하며,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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