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운전 처벌강화, “모호한 기준은 건강권 위협한다”

2026-03-26 14:17:50

신경과의사회, 약물복용-운전부적합사태 명확한 의학적 가이드라인 촉구
치료 중단에 따른 2차 사고위험 경고…구체적 홍보와 기준 제시 필요

대한신경과의사회(이하 의사회)는 오는 4월부터 시행되는 약물 운전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 및 처벌 강화와 관련해, 제도 도입의 취지에는 깊이 공감하나 실질적인 집행 과정에서의 ‘의학적 기준의 불분명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의사회는 최근 경찰청에 보낸 질의서를 통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약물 운전 단속 기준이 실제 진료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자칫 환자들의 정당한 치료권을 침해하고 또 다른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사회는 무엇보다 ‘약물 복용 여부’와 ‘운전 능력 저하’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거론되는 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 중이라 하더라도, 환자의 체질, 복용 기간, 내성 여부에 따라 운전에 미치는 영향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래와 같은 실무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의사회는 처벌 강화에 겁을 먹은 환자들이 자의적으로 약물 복용을 중단(Non-compliance)하는 상황을 가장 경계했다. 생업을 위해 운전을 해야 하는 환자가 단속을 피하려고 뇌전증, 불안 장애, 통증 완화제 등의 복용을 임의로 중단할 경우, 오히려 질환의 증상이 악화돼 도로 위에서 더 큰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의사회는 정부와 경찰청에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첫 번째는 처벌 기준의 구체화다. 단순 복용 여부가 아닌, 운전 능력 상실을 판단할 수 있는 의학적·법적 용량 기준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로는 의료진의 설명의무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환자 처방 시 매번 운전 금지를 고지해야 하는지, 혹은 특정 조건(연령, 고용량 등)에 따라 차등화된 가이드라인이 있는지 명확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로 대국민 홍보의 투명성을 당부했다. 어떤 약물이 단속 대상인지, 정상 처방 환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에게 명확히 홍보해 불필요한 공포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대한신경과의사회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약물 운전 근절에는 적극적으로 앞장서 협조할 것이나, 그 과정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환자의 건강권과 도로 안전을 모두 지킬 수 있는 세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영희 기자 nyh215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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