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개원 대출 브로커, 의사가 확인할 위험 신호

  • 등록 2026-08-16 23: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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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고 부풀리기·허위 계약서가 형사책임으로 이어지는 구조



개원 자금을 마련하려다 대출 브로커가 꾸민 허위 증빙에 이름을 올리면 브로커에게 속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컨설팅업체가 절차를 알아서 처리해 준다는 말만 믿고 서류 확인과 자금 관리를 맡기는 방식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7월 7일 병원과 약국 개원 명목으로 약 1970억원 상당의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편취한 혐의를 받는 대출 브로커를 구속기소했다. 브로커는 2022년 4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의사와 약사 278명의 명의로 위조 잔고증명서와 허위 의료기기 매매계약서 등을 제출해 자기자금과 창업 소요자금을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의·약사 278명을 공범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보완수사 결과는 달랐다. 검찰은 의사 3명에게 혐의없음 처분을 하고, 브로커에게 이용당했거나 범행에 소극적으로 가담한 점과 대출금 상당액을 변제한 점 등을 고려해 의·약사 273명을 기소유예했다. 개원이 아닌 용도로 대출금을 사용하고 신용보증기금이 대신 갚은 금액을 변제하지 않은 의사 2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문제가 된 수법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잔고 부풀리기’다. 브로커가 의사 계좌에 거액을 일시적으로 입금하고 잔고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잔고증명서가 금융기관에서 정상적으로 발급됐더라도 일시적으로 빌린 돈을 자기자금처럼 제출해 보증 한도를 높였다면 사기 혐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잔고증명서의 금액이나 발급일을 임의로 고친 경우에는 별도의 문서 범죄가 문제 된다. 금융기관이 발급한 잔고증명서는 공문서가 아닌 사문서에 해당하므로 사문서위조·변조와 위조사문서행사 여부를 살펴야 한다. 의료기기 매매계약서도 실제 거래와 작성 권한, 제출 경위에 따라 사기 또는 문서 범죄의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

법무법인(유) 율촌 이대식 변호사는 16일 메디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브로커가 대출 절차를 주도했더라도, 허위 자금증빙 등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대출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하였다면 형사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며 “대출중개인이나 대출상담사 등이 차주로 하여금 자기자금 증빙을 위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차용하게 하거나 실제 거래와 다른 계약서를 작성하라는 등 다소 의심스런 요구를 한다면 이에 함부로 따라서는 안 되고, 대출금융기관이나 보증기관에 대출조건 등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브로커에게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맡기는 행위는 추가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의 브로커는 보증서 발급 과정에서 받은 의·약사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이용해 차용증을 위조하고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한 혐의도 받는다. 대출 실행 뒤에는 ‘신용보증기금 규정상 대출금 봉인이 필요하다’고 속여 의료인 80명으로부터 약 560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형사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 의사면허가 바로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행 의료법은 금고 이상의 실형이나 집행유예·선고유예를 받은 경우를 의료인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형이 확정돼 결격사유에 해당하면 면허취소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일반적인 대출 분쟁보다 부담이 크다.

대출을 소개받았다면 먼저 상담자가 금융회사와 계약한 등록 대출모집인인지 확인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운영하는 통합조회에서는 모집인의 등록번호와 소속 법인, 계약 금융회사 등을 조회할 수 있다. 대출모집인이 금융소비자에게 별도의 수수료나 사례금을 요구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자기자금 증빙용으로 돈을 잠시 넣어 주겠다는 제안, 빈 신청서에 대한 서명·날인, 실제 거래가 없는 의료기기 계약서 작성, 인감도장·통장·공동인증서·비밀번호 제공 요구는 대표적인 위험 신호다. 대출 실행 뒤 제3자 계좌로 송금하라는 요구도 금융기관이나 신용보증기금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이미 의심스러운 방식으로 대출이 진행됐다면 추가 송금이나 서류 제출을 중단하고 계약서, 제출 서류, 계좌 거래내역, 문자와 메신저 대화를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다. 브로커의 설명에 의존해 서류를 임의로 수정하기보다 금융기관과 보증기관을 통해 제출 내역을 확인하고 법률 검토를 받아야 한다.
박형진 기자 park@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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