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이 낮은 1차밴드 제시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던 의원급 협상단이 결국 최종 수가협상에서 결렬을 택했다.
반면 병∙치∙약∙한은 극적인 타결에 성공했다. 특히 약국이 3.7%로 역대 최고의 수가 인상률을 확보했으며, 한의과는 3.0%, 치과는 2.6%의 인상률을 거머쥐었다. 또 병원도 1.2% 인상에 합의했다.
공단은 의원급에 재정부족을 이유로 낮은 인상폭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약국에 3.7%라는 인상률을 안겨준 만큼 향후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은 이번 결렬에 대해 ‘물가인상률’
수준에도 못미치는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단이 의원급에 제시한 인상률은 1.6%였다. 하지만 이는 물가, 고금리, 고인건비 삼중고 속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일차의료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결과라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
이에 의협은 이 같은 인상률 제시는 “‘필수의료의 회복’이 아닌 ‘의료를 포기하는 선택’”이자 “보건의료의 근간을 뿌리채 흔드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필수의료의 붕괴 위기 속에서도 국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국민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단은 의료계의 합리적인 근거자료와 절박한 호소를 철저히 묵살한채 일방적인 불통협상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를 향해서는 “일차의료를 살리려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즉시 합리적인 수가인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공단은 올해 수가협상과 관련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공단은 “올해 수가협상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의료 인프라 유지와 가입자의 부담능력, 수가인상에 따른 보험료 영향 등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가밴드가 설정됐다”고 설명했다.
공단 수가협상단장 김남훈 급여상임이사도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진료비 증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과 보험료 수입 기반 약화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사회 각계의 우려가 깊은 상황에서 협상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단은 어려운 협상 환경 속에서도 건강보험제도 지속가능성을 위해, 협상 종료 후에는 가입자, 공급자, 보험자, 정부,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하는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해 합리적인 수가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협상에서 결렬된 의원 유형의 환산지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5조에 따라 오는 6월 30일까지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이와 관련해 재정운영위원회는 건정심 심의·의결 과정에서 협상이 타결된 다른 유형과의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단이 최종 제시한 인상률 1.6%를 초과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다만 의원급이 공단의 최종 제시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협상을 결렬시킨 만큼, 향후 건정심 논의 단계에서도 수가 수준을 둘러싼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하 의협 입장문 전문.
2027년도 의원유형 요양급여비용계약 결렬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
대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간 2027년도 의원유형 요양급여비용계약이 이틀에 걸친 밤샘협상에도 불구하고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를 전하게 된 점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협상단은 무너져가는 일차의료의 회복을 위해 의료현실을 조금이나마 반영한 수가 인상과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강력히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물가인상율 수준에도 못미치는 역대 최저수준의 추가소요재정(밴드) 및 수가인상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결국 불가피하게 협상 결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공단이 제시한 인상률은 고물가, 고금리, 고인건비의 삼중고 속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일차의료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처사이자, 보건의료의 근간을 뿌리채 흔드는 무책임한 결정입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필수의료의 붕괴 위기 속에서도 국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국민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음에도, 공단은 의료계의 합리적인 근거자료와 절박한 호소를 철저히 묵살한채 일방적인 불통협상으로 일관하며, 필수의료의 회복이 아닌 의료를 포기하는 선택을 강행하였습니다.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2027년도 의원유형 환산지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됩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불합리한 의사결정 구조 아래에서는 의료현장의 현실과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 정부 주도로 환산지수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며, 그 결과 일차의료의 왜곡과 전달체계 붕괴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결국, 일차의료의 몰락을 방관한 대가는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마비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정부가 일차의료를 살리려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즉시 합리적인 수가인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