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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소아응급환자 사망’ 응급실 의사 2명 검찰 송치, 혐의없음으로 결론지어야

“보건복지부의 기만적인 행정처분이 결국 현장의사를 옥죄는 사법적 단두대가 됐다. 현실을 외면한 간보기식 수사와 표적 기소를 강력히 규탄한다!”

대구지방경찰청이 지난 2023년 발생한 소아 응급환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당시 응급실 근무의사 2명을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것에 대해 본 의사회는 분노를 금치 못하며,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종말을 목도하는 심정으로 깊은 우려를 표한다.

우선,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료인으로서 환자를 구하지 못했을 때의 고통과 책임을 우리는 누구보다 무겁고 처절하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검찰 송치 결정과 최근의 행정소송 판결은 응급의료의 특수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구조적 문제를 개별 의료진에게 전가한 전형적인 ‘희생양 찾기’다. 이에 본 의사회는 사법기관과 보건당국의 기만적인 행태를 폭로하며 다음과 같이 엄중히 입장을 밝힌다.

1. 정부 스스로 ‘받지 않아도 된다’던 상황인데, 거꾸로 형사처벌의 근거가 됐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9월 펴낸 지침에서, 인력·시설·장비가 부족해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으면 진료를 미루거나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것도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도 경찰은 의사를 검찰에 넘겼고, 정부가 병원에 내린 제재(보조금 중단 등 행정처분)와 법원 판결이 ‘의사에게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는 근거로 쓰였다. 

처벌 규정이 없으니 걱정 말라던 정부의 말과 달리, 행정 제재가 사실상 형사처벌의 길잡이가 된 셈이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두면, 응급실이 환자를 받기는 더 어려워지고 응급·필수의료를 떠나는 의사는 더 늘어날 것이다.

2. 3년을 끌던 수사가 ‘병원 패소 판결’ 직후 갑자기 송치로 바뀌었다

이 사건 수사는 3년 가까이 뚜렷한 결론 없이 미뤄졌다. 그런데 병원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잇따라 지자, 그 직후 갑자기 형사 송치로 방향을 틀었다. 의학적 판단을 따져 내린 결론이라기보다 앞선 행정·법원 결과에 올라탄 결정으로 보이는 이유다. 

더구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의사가 실제 형사처벌을 받은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고 당시의 급박한 사정과 증거가 흐려진 3년 뒤, 결과를 다 알고 난 뒤에 끼워 맞춘 듯한 이번 송치가 과연 정당한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3. ‘환자 수용 결정’은 사법기관이 재단할 수 없는 고도의 ‘의료행위’이다.

특정 환자를 응급실에 수용할지 여부는 단순한 행정적 접수가 아니다. 이는 응급실 내 중환자들의 실시간 상황, 가용한 배후 진료(수술 및 중환자실) 인력, 그리고 장비의 한계를 종합하여 내리는 최종적인 ‘의학적 판단’이자 고도의 의료행위다. 

법원은 “치료 인력이 없더라도 무조건 대면 진료부터 하라”며 황당한 탁상공론을 펴고 있으나, 최종 치료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를 받아놓고 시간을 끄는 것이야말로 환자를 가장 위험하게 만드는 행위다. 수용이 불가능함을 신속히 알린 현장 의료진의 의학적 결정을 범죄로 규정하는 순간, 대한민국의 응급의료 체계는 완전히 붕괴될 것이다.

4. 의사의 판단을 ‘큰 잘못(중대과실)’으로 모는 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도 빈껍데기다

정부와 국회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현장의 정당한 판단을 이유 없는 거부로 낙인 찍고 큰 잘못으로 몬다면, 어떤 특례법이 생겨도 응급실 의사는 보호받지 못한다. 

지금도 위급한 환자를 살리려다 생긴 일은 일부러 그랬거나 큰 잘못이 없는 한 책임을 묻지 않는 법(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법, 응급의료법 제5조의2)이 있다. 그러나 정작 환자를 받을지를 판단한 응급실 의료진은 이 보호에서 빠져있다. 

특례법은 적어도 응급·필수의료에서 환자를 받을지, 다른 병원으로 보낼지를 판단한 경우만큼은, 나중의 결과가 아니라 그때 그 자리의 사정과 지침을 지켰는지를 기준으로 책임을 가려야 한다.

이에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주장한다.

-검찰은 이번 송치를 처음부터 다시 따져, 부족한 수사를 보완하게 하거나 혐의 없음으로 결론지어 바로잡으라.

-보건복지부는 처벌규정이 없어 문제없다는 식의 기만적 변명을 중단하고, 현장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분명한 정당한 사유 기준을 제시하라.

-응급실 현장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 및 수용 결정을 중대과실에서 제외하고 면책을 명문화하는 실질적인 의료사고특례법을 제정하라!

본 의사회는 이번 사건으로 부당한 사법적 압박을 받고 있는 동료 의사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며, 의료진의 정당한 의학적 판단이 범죄와 중대과실로 둔갑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을 천명한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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