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을 위한 94만 간호조무사의 책임과 다짐
- 시대의 차별을 넘어 초고령사회의 중추로 나아가겠습니다-
전국 보건의료 현장의 최일선에서 환자, 이웃의 아픔을 가장 먼저 살피며 따뜻한 손길을 건네고 계신 94만 간호조무사 여러분. 지난 6월 21일은 우리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임의단체의 오랜 한계를 벗어던지고, 명실상부한 공식 보건의료단체로 우뚝 선 지 1년이 되는 날,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공식 파트너인 법정단체로 거듭나 첫 돌을 맞이하는 소중한 날이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거창한 역사적 선언을 하기보다 지난 50년이 그러했듯 앞으로 다가올 100년의 미래 또한 국민 여러분이 가장 믿고 기댈 수 있는 보건의료인이 되겠다는 진심 어린 약속을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1년 전 2025년 6월 21일, 우리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보건복지부로부터 공식적으로 법정단체 지위 승계 및 전환을 최종 승인받았습니다. 이는 지난 반세기 동안 의료기관 최일선에서 국민의 안위를 지켜온 간호조무사들의 헌신이 국가로부터 정당하게 인정받은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1973년 협회 설립 이후 52년 만에 이뤄낸 이 제도적 완성은, 우리 사회가 간호조무사를 공식적인 간호인력으로 온전히 받아들였음을 의미합니다.
간호조무사는 대한민국 보건의료 역사와 현장을 지탱해 온 모세혈관입니다. 우리는 1960~70년대 파독 간호조무사로서 4,051명이 독일로 건너가 국가 경제 성장의 소중한 종잣돈을 마련했으며, 결핵 퇴치와 가족계획 등 국가 보건 사업의 전면을 지켜왔습니다. 또한,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의사,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간호조무사도 선별진료소와 음압병동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는 등 대한민국 보건의료 체계의 기반을 든든하게 유지하는 한 축이었습니다.
현재 간호조무사는 전체 활동 간호인력(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53만여 명 중 46%에 육박하는 24만 6천여 명에 달하며, 특히 전국 동네의원 간호인력의 86%(13만 8천여 명)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아플 때 가장 먼저 만나는 보건의료의 모세혈관 같은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법정단체로서 맞이하는 첫 돌, 우리는 단순히 권리의 기쁨을 누리는 데 머무르지 않겠습니다. 법정단체라는 지위는 우리에게 권리뿐만 아니라, 현장의 모순을 바로잡고 국민의 건강권을 온전히 수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함께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우리는 오늘, 국민 여러분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장의 절박한 과제들을 엄숙히 선언합니다.
첫째, 배움의 기회를 가로막는 위헌적인 ‘학력제한’의 사슬을 끊어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는 300여 개의 국가자격증이 존재하지만, 유독 간호조무사에게만 국가시험 응시 자격에 ‘학력 상한선’이라는, 고등학교 졸업자에 한하는 이해할 수 없는 빗장이 채워져 있습니다. 전문대에서 더 수준 높은 교육을 이수해서 역량을 키워 더 나은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도, 법령에 가로막혀 다시 학원을 찾아야 하는 현실은 ‘21세기 보건의료판 카스트, 규제’와 다름없습니다.
이미 2012년에 규제개혁위원회와 2016년 헌법재판소에서 학력 제한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임을 명시한 바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간호법 제정 당시 약속했던 사회적 협의체를 즉각 가동하여, 헌법이 보장한 교육권과 직업선택권을 보장하는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둘째, 이미 시행 중인 ‘돌봄통합지원법’을 개정하여 간호조무사를 간호 서비스 제공의 주체로 명시해야 합니다
지난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돌봄통합지원법)이 전면 시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이 사업은 현장의 중추 인력인 간호조무사를 배제한 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료 현장의 의사 84.1%가 방문 진료 시 간호조무사와 함께하는 수가 신설에 찬성하고 있으며, 현장에는 700시간의 특화 교육을 이수한 방문간호 간호조무사 6,400여 명이 이미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법령 내 간호 서비스 주체에 간호조무사를 포함하여, 국민을 위한 돌봄 혜택이 중단 없이 전달되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간호법 제정 취지에 따라 ‘간호정책심의위원회’를 신속히 구성하고 후속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간호법은 우리 보건의료 현장의 모든 간호인력이 화합하고 상생하기 위한 중추적인 기틀입니다. 하지만 2025년 법 시행 후 실질적인 간호정책 변화는 여전히 더디기만 합니다. 전체 간호인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간호조무사의 현실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간호정책은 결코 실효성을 거둘 수 없습니다.
정부는 지체 없이 간호법령에 나온 공식 간호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해야 합니다. 우리 협회를 법령에 따른 간호정책 결정의 위원으로 참여시켜, 이를 통해 야간간호료 차별 철폐, 의원급 간호수가 신설, 5인 미만 의료기관 근로환경 개선 등 실질적인 간호조무사 정책 변화를 신속하게 이행해야 할 것입니다.
간호조무사는 결코 누군가의 업무를 뒷받침만 하는 소외된 인력이 아닙니다. 우리는 환자의 곁에서 가장 먼저 손을 잡아주고, 마지막에 배웅하는 당당한 보건의료인입니다. 간호조무사가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자부심을 품고 일할 때, 병원을 찾으시는 국민 여러분께 더 따뜻하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습니다.
법정단체 출범 1주년을 맞이하며, 우리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94만 간호조무사의 자긍심을 일깨우고 국민의 건강한 내일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기둥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우리는 변함없이 국민 여러분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명을 지키는 따뜻한 간호인력, 간호조무사로 남겠습니다.
2026년 6월 22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협회장 곽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