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회장 문기혁)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저가치의료 측정지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75세 이상 남성의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후보지표에 포함한 것과 관련해 “고령 남성의 전립선암 조기진단 기회를 위축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며 깊은 우려를 밝혔다.
해당 연구는 암 선별검사·진단검사·심혈관 검사 및 시술 등 7개 영역 31개 저가치의료 후보지표를 제시했으며, 이 가운데 75세 이상 남성 PSA 검사가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저가치의료 관리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불필요한 반복 검사와 근거 없는 의료 이용은 줄여야 하지만, 암 조기진단 검사를 단순 연령 기준으로 ‘저가치’로 분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입장이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PSA 검사는 무조건 시행해야 하는 검사도 아니지만, 75세가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검사도 아니다”라며 “의학적 판단은 주민등록상 나이가 아니라 환자의 기대수명, 전신 건강 상태, 가족력, 기저 PSA 수치, 증상, 직장수지검사 소견, 환자의 선호를 종합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비뇨의학과의사회는 이번 후보지표의 설계 방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전립선암 증상이나 고위험 요인이 없는 75세 이상 남성에서 관례적으로 시행되는 PSA 검사’를 저가치 가능성이 높은 검사로 규정했으나, 지표의 분모는 75세 이상 남성 전체로 설정됐다. 또한 향후 건강보험 평가나 적정성 관리, 의료이용 모니터링 정책으로 연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예외 기준이 들어가 있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75세 이상 PSA 검사’라는 지표명 자체가 삭감·평가·감시의 신호로 작동할 수 있다”며 “청구자료에는 환자의 건강 상태, 기대수명, 가족력, PSA 상승 추세, 의사와 환자의 공유 의사결정 과정이 담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대수명이 짧다고 보는 것도 현실과 맞지 않다. 통계청의 최근 생명표에 따르면 65세 남성의 기대여명은 18.6년, 80세 남성의 기대여명은 8.2년으로 제시됐다. 건강한 75세 이상 남성 상당수는 전립선암 조기진단과 치료의 이득을 기대할 수 있는 10년 안팎의 여명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100세 시대의 의료정책은 나이가 아니라 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동일한 75세라도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건강한 남성과 중증 동반질환으로 기대수명이 제한된 남성을 같은 기준으로 묶는 것은 의학이 아니라 행정 편의주의”라고 강조했다.
국제 가이드라인도 단순한 연령 기준보다 개별화된 판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교화되고 있다. 미국 USPSTF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미국 질병예방 특별 위원회)는 70세 이상 남성의 일반적 PSA 선별검사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동시에 예방서비스 권고가 임상적 판단과 정책 결정을 모두 대체하는 것은 아니며, 개별 환자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비뇨의학회 AUA/SUO (American Urological Association, 미국비뇨의학회 / Society of Urologic Oncology, 미국비뇨기종양학회)가이드라인은 더욱 구체적이다.
AUA는 75세 이상에서 PSA가 3ng/mL 미만인 경우 선별검사를 중단하거나 간격을 늘릴 수 있다고 제시하면서도, 매우 건강하고 기대수명이 최소 10년 이상인 선택적 환자에서는 공유 의사결정 후 2~4년 간격의 선별검사를 지속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75세 이상이라는 연령 자체가 아니라 PSA 수치, 전신 건강, 기대수명, 환자 선호가 판단 기준이라는 뜻이다.
유럽비뇨의학회(EAU) 역시 전립선암 조기진단과 치료 결정에서 기대수명, 수행능력, 동반질환을 핵심 요소로 제시한다. EAU 2026 지침은 설명을 들은 남성에게 기대수명 기반의 개별화·위험도 적응 전략을 제시하고, 전립선암 관리에서는 개인별 기대수명과 건강 상태, 동반질환을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한국 전립선암의 현실을 고려하면 고령 PSA 검사를 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전립선암 신규 발생은 2만2640건으로 전체 암 중 6위, 남성암 중 1위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70대가 41.3%로 가장 많았고, 80대 이상도 18.0%에 달했다. 전립선암은 고령 남성에게 집중되는 대표적 암이라는 의미다.
전립선암은 병기에 따라 예후 차이가 크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서 2019~2023년 전립선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전체 96.9%였지만, 원격 전이 단계에서는 51.2%로 크게 낮아졌다. 조기진단 기회가 줄어들 경우 환자의 생존 가능성과 삶의 질은 물론, 전이암 치료에 따른 장기적 의료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또한 한국 전립선암은 진단 시 고위험군 비율이 높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 51개 병원, 2만7075명의 전립선암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2010년대 한국에서 진단된 전립선암의 50.6%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한국에서 보험 청구 기반 빅데이터만으로는 PSA 수치, 병기, 악성도(Gleason grade) 등 전립선암 위험도 분류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서구의 과잉진단 논리를 그대로 한국 고령 남성에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은 전립선암 발생이 빠르게 증가하고, 고령층에 환자가 집중되며, 진단 당시 고위험군 비율도 높은 특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이번 지표가 향후 급여 삭감이나 평가 지표로 전환될 경우 의료현장에 위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PSA 검사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의사가 지표 부담 때문에 검사를 주저하거나, 환자가 ‘나이가 많으니 검사받을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뇨의학과의사회 문기혁 회장은 “정책은 숫자를 보지만, 의사는 사람을 진료한다”며 “청구자료 한 줄로는 환자의 얼굴, 가족력, 건강 상태, 기대수명, 불안, 가치관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75세 이상 PSA 검사를 일률적으로 저가치의료로 낙인찍는 순간, 일부 건강한 고령 남성은 전립선암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 본인들의 부친이라도 과연 저가치 의료라고 못 밖을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강조했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해당 후보지표를 성급히 정책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표를 연구 목적으로 검토하더라도 전립선암 병력, 배뇨 증상, PSA 상승 추적, 가족력, 유전적 위험, 기대수명 10년 이상으로 판단되는 건강한 고령자, 환자와 의사의 공유 의사결정이 있었던 경우는 명확히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저가치의료 관리가 통제와 삭감의 도구가 아니라 의료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위한 협력적 정책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불필요한 의료를 줄이는 것과 필요한 조기진단을 막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건강한 고령 남성에게 전립선암 조기진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삶의 질을 지키는 고가치 의료”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75세 이상’이라는 숫자 하나로 PSA 검사의 가치를 판단하려는 일방적인 접근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대신 한국 남성의 급격한 전립선암 발생 양상과 초고령화 현실, 그리고 개별화 원칙을 강조하는 국제 가이드라인의 흐름을 반영해 해당 지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정부는 이 과정에서 일방적인 규제가 아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인 비뇨의학과 의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대한민국 현실에 부합하는 '한국형 PSA 선별검사 가이드라인'을 함께 개발해 나갈 것을 엄중히 제안하는 바이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