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위기 타파를 위해서는 지역 의료기관과 인력, 재정, 거버넌스, 서비스 전달체계까지 함께 손봐야 한다는 처방이 나왔다. 특히 필수의료를 시장 논리로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안정적인 재정지원과 지역 중심의 의료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12일 대한의사협회 제43차 종합학술대회에서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옥민수 교수가 ‘지역필수의료 문제의 진단과 해법’을 주제로 이 같은 견해를 전했다.

옥 교수는 지역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자원(인력) ▲재정 ▲거버넌스 ▲서비스 제공 등 네 가지 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인력 확충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의료기관의 역량과 재정지원, 지역의 의사결정 구조,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견해다.
첫 번째로 자원 측면에서는 지역 간 의료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짚었다. 옥 교수는 지역 간 사망률 격차가 존재하며, 역량 있는 의료기관과 의료인력의 지역별 분포에도 큰 차이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옥 교수는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는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양성 정책부터 공공성 강화 정책까지 다양한 정책 패키지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의 의료인력 정책은 중앙정부 주도가 아닌 지속적인 논의와 보완이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옥 교수는 “기존의 접근법만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지역의사제나 특수목적 의과대학 설립 논의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지원 방식의 전환 필요성도 제기했다. 지역으로 갈수록 응급, 중증이나 취약지 의료 문제가 두드러지지만, 수요는 적고 예측이 어려운 분야인 만큼 시장논리만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또 그동안에는 가산수가 등 단기 보상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지속적인 재정투입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옥 교수는 “필수의료는 어차피 우리사회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라며 “행위별 수가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진료량과 관계없이 유지에 필요한 고정비용을 보상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외 다양한 재정확보 필요성도 언급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에 대해서는 ”지역에서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는 ‘포괄단위’ 사업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사업 유형별로 어떤 지표를 개선시킬 수 있는지 근거를 갖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거버넌스와 관련해서는 지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의료 관련 위원회와 책임의료기관 등 여러 제도가 운영됐지만, 과거에는 위원회의 권한이 부족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사례를 예로 들기도 했다.
옥 교수는 “거버넌스가 잘 작동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공공이냐 민간이냐가 아닌 절차적 ‘정당성’과 ‘실행력’”이라며 “지역이 특별회계 예산 집행과 평가, 병상과 인력에 대한 권한을 갖고 책임 있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전달체계 역시 지역 단위 네트워크 중심의 재편을 제안했다. 옥 교수는 심뇌혈관질환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예로 들며 기관 간 협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응급환자 치료의 적시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환자가 진단부터 치료, 재활, 돌봄까지 지역 안에서 연속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옥 교수는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개별 의료기관만으로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며 ”지역 내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지역에서 실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공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