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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한명 빠지면 문 닫는다”…붕괴 중인 산모·신생아 의료

이재명 대통령 주재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 ③
수가 인상만으론 부족…인력·이송·의료분쟁 등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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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산모는 늘어나는데 산과 전문의는 떠나고, 미숙아 치료 수준은 세계 최고지만 지역 신생아센터는 의료진 한 명만 빠져도 문을 닫을 위기에 놓여 있다. 현장 의료진들은 수가 인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인력과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2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어디 살든 제대로 치료받는 모두의 의료보장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는 권역모자의료센터와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를 운영하는 의료진들이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전했다.

 

해운대백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 산과 조현진 교수는 현재 고위험 산모 진료를 담당하는 산과 전문의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역모자의료센터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산과 전문의가 최소 4명은 필요한데 현재 해운대백병원에는 2명뿐이다.

 

조 교수는 산술적으로도 주당 114시간을 근무하는 셈인데,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 병원으로 뛰어와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일상이 없는 삶이라며 전공의들은 너무 무섭다’, ‘교수님처럼은 못 살겠다고 말한다현재 상황에서는 산과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 이후 환자는 약 1.8배 늘었지만 경영 여건은 오히려 악화됐다는 점도 짚었다. 고위험 산모 병상과 신생아중환자실을 확대했지만 환자가 늘어난 만큼 적자도 함께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분만 전 고위험 산모를 위한 수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지금 산과의 중심은 고위험 산모가 하루라도 더 임신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산모이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과 장비에도 제한이 많아 진료 노동 강도가 높은데 수가가 너무 낮아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사제와 별도로 고위험 산모 진료를 담당하는 산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별도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 교수는 산과 지역의사제 같은 제도를 통해 고위험 산모를 담당하는 의료진을 국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이탈을 막아야 한다소송 등의 분쟁이 발생해도 국가가 함께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면 인력충원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권역모자의료센터 운영을 병원 평가와 연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조 교수는 권역모자의료센터가 상급종합병원 평가에서 0.25점을 받고 있지만, 배점을 더 높이고 산과 의사 기준을 충족해야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병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소방서는 불이 안 난다고 인력을 빼지 않는다분만실 역시 분만 건수가 적더라도 간판을 달고 운영하는 이상 24시간 대응할 수 있는 간호인력과 의사 보조인력이 항상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생아 의료현장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세종충남대병원 지역모자의료센터 신생아과 이병국 교수는 우리나라 신생아 치료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서울을 제외한 경기권 신생아집중치료센터는 인력 부족으로 운영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의료진 한명만 빠져도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곳이 전북뿐 아니라 충청권에도 있고, 경북에는 미숙아를 진료할 수 있는 기관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지역간 격차를 짚었다.

 

이어 수가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수가를 올려 의사를 충원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실제 현장 의료진에게 돌아오는 부분은 많지 않다의사뿐 아니라 간호인력과 진료지원 인력, 모자의료센터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인력까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대병원의 정원 제한도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세종충남대병원이 지역 협력센터 대표기관을 맡았지만 국립대 정원에 묶여 있어 필요한 간호인력을 당장 충원할 방법이 없다부족한 인력을 다른 부서에서 빼오는 방식 외에는 대안이 없어 계약직으로 낮 시간만 운영하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별도 지원과 기관 간 인력 파견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신생아집중치료센터와 모자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인력이 전문성을 유지하며 근무할 수 있도록 특별수단 등이 필요하다인력이 부족한 기관에 다른 기관 의료진이 한시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겸직 제한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료분쟁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교수는 “1kg 미숙아를 아무리 최선을 다해 치료해도 30명 중 3~4명은 사망할 수밖에 없다의료분쟁조정법에 따르면 사망 후 조정을 신청하면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의료분쟁 절차가 시작되고, 의료진은 병원을 비운 채 소명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 시간만큼 지역 의료공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생아 이송체계도 지역에서는 여전히 취약하다고 했다. 그는 복합 심장기형 신생아를 서울로 이송할 때는 직접 동행해야 하는데 왕복 5~6시간 동안 병원을 비울 수밖에 없다그 사이 다른 고위험 신생아나 산모가 발생하면 또 다른 지역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지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신생아 전문 이송체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신생아 전용 의료약품의 공급 불안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미숙아 치료에 필요한 아미노산 수액제제가 단가 문제로 국내 공급이 중단된 사례가 있었다몇 년에 한 번씩 신생아용 의약품 공급 차질이 반복되고 있어 의료진들이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지역 어디에서 태어나더라도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