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의료를 지탱하는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급속히 위축되는 가운데, 의료취약지에서는 의료기관 확충뿐 아니라 이동권과 공공의료 인력의 경력체계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전공의 측도 의료개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정책 당사자인 젊은 의사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어디 살든 제대로 치료받는 모두의 의료보장’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는 공중보건의사와 전공의를 대표하는 의료계 인사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박재일 회장은 먼저 의료취약지에서의 진료는 의료기관 숫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전남 영광군 보건소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80세면
오히려 젊은 편이고, 대부분 자가운전을 하지 못해 중년 주민이 함께 차를 태워줘야 보건소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읍내에는 의원이 20곳이나
있지만 정작 환자들 곁에는 의료도, 교통도 없다”며 “의료정책과 함께 교통권 보장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100원택시나 마을회관에서 읍내까지 이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 달라고도 제안했다.
공중보건의사 제도의 존속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회장은
“예전에는 의대생들이 현역병과 공중보건의사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지금은
‘언제’ 현역으로 갈지 고민한다”며 “공중보건의사는 과거 800명대에서
현재 92명까지 줄었고,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복무기간 단축 등 일부 개선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만 농어촌 의료를 뒷받침하는 제도는 수십년째 근본적인 손질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국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의료 인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력체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공공의료에서 일하는 인력은 많은데 연속성이 완전히 끊겨
있다”며 “국립의전원 출신 인력도 의무복무만 마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에 계속 남을 수 있도록 커리어 체계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회장은 의료개혁 과정에서 정책 결정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 회장은 “지난 갈등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일방적이고 포괄적인
결정 과정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우려는
‘조용한 의료개혁’이 개혁 방향에 대한 동의가 아니라 포기일까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정책 당사자인 미래의 젊은 의사들과 함께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현재 젊은 의사들이 각종 거버넌스나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보장돼 있지 않다”며 “청년 의사들이 정책 당사자로서
보건의료 정책을 함께 설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참여를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포기한 심정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겠다”며 “이해관계
조정이나 존중 속에서의 대화 등에 대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의료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