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의 한방병원 압수수색을 계기로 의료계가 원외탕전실과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를 둘러싼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는 23일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번 사건이 특정 의료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한약 조제 관리체계와 원외탕전실 운영, 자동차보험 진료 전반에 누적된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 사례라며
철저한 수사와 함께 제도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박상호 한특위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특정 한방병원 하나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며 “한약 조제 관리체계와 원외탕전실
운영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원외탕전실은 환자별 처방에 따라 한약을 조제하기 위한 시설이지만, 공동
이용이 허용된 이후 일부 대형 원외탕전실이 수백개 한의원과 거래하면서 사실상 대량 생산·공급시설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동일한 처방을 환자 진료 이전에 미리 조제해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공급했다면 이는 환자 맞춤형 조제라는
제도 취지를 훼손할 뿐 아니라 조제와 제조의 경계까지 무너뜨리는 문제라는 설명도 나왔다.
안전관리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일부 대형 원외탕전실은 수백개 의료기관의
처방을 담당하면서도 한약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실제 조제가 비전문 인력에 의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좌훈정 부회장은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인용하며 제도 관리의 허점을 짚었다. 좌 부회장은 “전국 127개 원외탕전실 가운데 인증을 받은 곳은 21곳뿐”이라며 “한방의료기관과 원외탕전실 소재지가 일치하지 않는 비율도 전국 평균 38%, 서울은 6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무자격자에 의한 조제 실태도 심각했다. 좌 부회장은 “2017년 한약 소비실태 조사에서 한의원은 47.9%, 한방병원은 33.7%가 무자격자에 의해 조제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입장을 바꿔 의료기관에서 무자격자가 의약품을 조제했다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2020년 이후에는 조제 전담인력 항목 자체가 실태조사에서
삭제돼 현재는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보험 한의과 진료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한특위가 인용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자동차보험 총 진료비는 2조
8114억원으로 전년보다 3.07%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한의과 진료비는 1조 6972억원으로
전년 대비 5.08% 늘어 전체 진료비의 60% 가까이 차지한
반면, 의과 진료비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안태주 부회장은 “한의과 입원진료비는 전체 한의과
진료비의 35.2%를 차지했지만 명세서 건수는 전체의 4.4%에
불과했다”며 “같은 상병이라도 건당 진료비가 의과보다 최대 2.8배 높은 사례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특위 김재홍 위원은 자동차보험 한의과 진료비 증가를 단순한 의료수요 증가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반복적인 첩약 처방이나 장기입원, 불필요한 입원
유도 등을 통해 진료비를 과도하게 청구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으며, 이는 보험재정 건전성을
훼손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은 “의료는 환자의 건강 회복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며 “보험금 청구를 극대화하는 진료가 이뤄진다면 결국 그 부담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자동차 보험, 한의과 진료의 적정성을 재검토하고 과잉진료와 부당청구를
방지할 수 있는 관리 감독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이재만 정책이사는 “사전조제가 실제 이뤄졌는지, 동일 처방이 반복 사용됐는지, 무자격자가 조제에 관여했는지, 자동차보험 청구가 적법했는지 등을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해야 한다”며
“원외탕전실 공동이용 제도와 인증제의 실효성, 한약 품질관리
체계, 자동차보험 한의과 진료 적정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우선할 것은 없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원외탕전실 운영과 한약 조제 관리체계, 자동차보험 한의과 진료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