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이성 대장암 3차 치료가 해외에서는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급여 공백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의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정부도 환자 접근성과 건강보험 재정 등을 함께 고려해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전이성 대장암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24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개최했다.
먼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이명아 교수가 대장암의 특성에 대해 소개했다.
대장암은 2022년 기준 발생률 2위를 차지하지만, 조기진단이 충분히 보편화돼 있지 않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환자가 있고, 초기 발견 후에도 수술 이후 재발하기도 한다.
사망률 역시 폐암, 간암 다음을 차지할 만큼 높고, 5년생존율도 낮다. 질병 진행 정도에 따라서도 생존율 차이는 매우 크다. 초기에 발견돼 국소 치료가 가능하면 좋은 성적을 보이지만, 원격 전이가 발생하면 완치가 어려워지고 생존율은 약 20% 수준까지 떨어진다.
이 교수는 “다른 암과 비교하면 아주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전신 상태나 사회활동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따라서 전이를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느냐에 따라 생존율이 크게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간이나 폐에만 전이가 된 경우 적극적인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통해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는 환자도 있다”고 했다.
치료 차수가 올라갈수록 감소하는 치료 반응률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앞선 치료에 내성이 생기고, 재발하고, 병이 진행될수록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점점 감소한다”고 했다.
특히 3차치료 공백도 짚었다. 1, 2차치료까지는 급여가 적용되지만 3차치료부터는 급여가 적용되는 표준치료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환자의 컨디션이 받쳐주더라도 3차이후 치료를 받는 환자의 수가 감소하고, 생존기간도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3차이상의 치료가 도입되면서 과거 대비 2010~2019년에 생존기간이 분명하게 향상됐다”면서 “여러 연구로 3차이상 치료의 효과가 확인됐지만 급여가 인정되지 않아 치료를 원해도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를 오래 받을수록 환자가 지치게 돼 삶의 질이 점점 저하된다”며 “치료목표는 단순한 생존기간 연장이 아니라, 삶의 질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진 발표해서 강북삼성병원 혈액종양내과 구동회 교수는 해외에서는 이미 표준치료로 자리 잡은 3차 치료제들이 국내에서는 대부분 비급여로 남아 있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3차치료에서 젤로다만 급여가 적용되고 있으며, 스티바가(레고라페닙), 론서프, 론서프-아바스틴 병용요법, 프루자클라(프루퀸티닙) 등은 대부분 비급여 치료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 교수는 여러 임상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들 치료제의 효과를 소개했다.
2013년 란셋 발표 연구에서는 스티바가(성분명 레고라페닙)의 전체생존기간이 6.4개월(위약군 5개월)로 유의했고, 50% 이상의 환자에서 질병진행이 억제됐다.
2년 뒤 NEJM에 소개된 여구에서는 론서프가 위약군(5개월) 대비 전체생존기간을 약 2개월 연장했고, 질병조절률도 약 40% 정도를 보였다. 이후 론서프와 아바스틴의 병용요법 연구에서는 론서프 단독군의 전체생존기간이 약 7개월이었던 반면 병용군은 약 11개월로 늘었고 무진행생존기간도 약 2배 늘었다.
프루자클라 연구도 소개됐다. 2018년 JAMA에 발표된 중국 연구에서는 프루자클라의 전체생존기간이 9개월(위약군 6개월)로 유의미하게 연장됐고, 질병조절률도 62%를 기록했다.
이후 전세계 14개국이 참여한, 4차치료 연구 결과가 란셋에 발표됐다. 구 교수는 “4차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생존기간은 약 7.4개월(위약군 4.8개월)이었으며, 적어도 40% 이상에서 질병이 억제됐으며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환자도 56%를 보이며 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프루자클라에 더욱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부작용 측면이다. 옛날에 개발된 표적항암제일수록 차단하는 표적이 많아 정상세포까지 함께 억제해 피부발진이나 여드름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최근 개발된 약제는 선택적인 표적으로 인해 부작용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구 교수는 “미국과 글로벌 저널에서 인정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표적이 매우 선택적으로 설계돼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데에 전 세계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1차, 2차 표준치료 이후 건강보험 급여가 부재한 현재 상황에서 환자들을 위해 보험 급여가 확대된다면 치료 접근성이 높아지고, 더 많은 환자가 3차 이상의 치료를 통해 생존 기회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심평원과 보건복지부에서도 3차 치료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환자 접근성·건강보험 재정·약가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심평원 이소영 약제관리실장은 “근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가격은 매우 높고, 동시에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제에 대해서는 급여 적용을 위해 ‘선급여 후평가 제도’를 3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 제도에는 희귀질환 치료제와 항암제가 절반씩 포함됐다.
또 “기존 경제성 평가 방식으로 ICER 임계값을 맞추기 어려운 약제에 대해서도 탄력적인 임계값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해당 연구는 올해 11월쯤 마무리될 예정이나, 연구용역이 끝나기 전이라도 위원회에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김민정 사무관은 비용대비 효과 평가를 위해 가성비만 따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관은 “국민전체의 건강을 고려했을 때 가장 큰 가치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면서도 “가격이 비싸면 무조건 급여가 어렵다는 의미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가 질환의 특성과 치료 필요성을 충분히 고려해 비록 고가의 약제라 하더라도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급여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취지다.
이어 제약사들을 향해서는 “의미있는 신약 개발에는 감사하지만, 현실적으로 약가가 매우 높은 것도 사실”이라며 “약가인하를 위해 본사와 적극 협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