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의학회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과 연구용역 착수를 둘러싼 오해 바로잡기에 나섰다.
최근 일각에서 ‘하위법령을 잘 만들면 의료분쟁조정법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연구용역의 취지를 왜곡한 설명이라며 법률 자체의 문제와 연구용역의 한계를 분명히 했다.
대한의학회(회장 이진우, 이하 의학회)는 29일 산하 26개 전문과목학회에 안내문을 배포하고 연구용역 추진 배경과 의미, 한계, 의료분쟁제도개선협의체의 역할 등을 공유했다.
의학회는 최근 일부에서 ‘하위법령을 잘 만들면 의료분쟁조정법의 문제점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며 이를 위해 대한의학회가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연구용역의 의미를 왜곡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의학회에 따르면 연구용역은 지난 4월 의료계 반대에도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작됐다. 당시 의학회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중환자의학, 신경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 학회를 중심으로 긴급 대표자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를 통해 참석자들은 법안 자체의 문제점이 크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법안이 시행될 경우 임상 현장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연구용역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의학회는 특히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의 핵심 문제는 하위법령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법률 자체의 구조에 있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기소제한 특례를 적용받기 위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해당 여부 ▲7일 이내 의료사고 설명의무 이행 ▲책임보험 가입 ▲12대 중과실 해당 여부 ▲손해배상금 전액 지급 등 여러 요건을 모두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이러한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의학회는 이 가운데 고위험 필수의료행위가 자동조정 대상에 포함되는 점과 12대 중과실 규정 등을 대표적인 문제로 지목했다.
특히 12대 중과실의 경우 형사책임과 직접 관련이 없는 설명의무를 중과실과 연계하고, 경과실에 해당할 수 있는 내용까지 중과실로 정의하고 있어 법률 개정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학회는 “이 같은 문제는 하위법령을 잘 만든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긴급대표자모임에서도 이 같은 부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럼에도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로 한 것은 12대 중과실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실제 의료현장에서 불합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용역에서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과 대통령령안을 제안하고, 12대 중과실 심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의학회는 해당 연구 결과가 법률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하위법령을 직접 제·개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학회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와 관련한 조정 자동개시 확대는 법률에 규정된 사항으로 연구용역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12대 중과실 심의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법적 규범력이 없는 만큼,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의학회의 심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복지부를 중심으로 운영 중인 의료분쟁제도개선협의체가 하위법령 마련의 주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의학회는 연구용역만 담당하고 있으며, 협의체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협의체에는 의료계를 비롯해 환자단체와 사회단체, 법조계, 경찰청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협의체에서는 대한의학회 외에도 법무법인 세종과 법무법인 태평양 등이 각각 의료사고 설명의무와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운영규칙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수행 중이다.
의학회는 향후 연구용역을 통해 추상적인 법적 개념을 의료현장에 맞게 구체화하고 법령의 모순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연구용역 결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료분쟁제도개선협의체를 통한 정책 제안과 법률 재개정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회는 오는 8월 연구 참여 대상을 산하 26개 전문과목학회로 확대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과 중대한 과실 사례, 불가항력 의료사고 대상 행위 등에 대한 자료 수집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