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신장학회(이사장 최범순, 가톨릭의대)는 최근 발표된 ‘Impact of Mass Resignation of Junior Doctors in Korea on Doctor-Performed Necessary Procedures’ 연구와 이를 인용한 일부 언론보도에서 혈액투석을 ‘의사의 관여가 상대적으로 적고 의사 의존도가 낮은 치료’라는 취지로 해석한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학회는 해당 연구가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의료행위 건수의 변화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혈액투석 시행 건수가 감소하지 않았다는 결과만으로 혈액투석이 의사의 전문적 관여가 적은 의료행위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범위를 벗어난 확대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건강보험 청구자료는 특정 의료행위의 시행 여부와 건수는 확인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어떠한 전문인력이 얼마나 관여했는지, 어느 정도의 의학적 판단과 책임이 투입됐는지,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어떻게 변화했는지까지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학회는 특히 ‘전공의 의존도’와 ‘의사 의존도’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인공신장실은 대부분 신장내과 투석전문의가 중심이 되어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혈액투석 건수가 유지됐다는 사실은 전공의 공백을 신장내과 투석전문의와 투석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이 감당하며 필수진료를 유지했다는 의미이지, 혈액투석이 의사의 전문적 관리 없이 시행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유지 혈액투석은 말기콩팥병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주 3회 정기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대표적인 생명유지 치료이다. 치료를 연기하거나 중단하면 고칼륨혈증, 폐부종, 요독증과 심부전 악화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혈액투석은 정해진 처방을 단순 반복하는 치료가 아니다. 신장내과 투석전문의는 환자의 혈압과 체액 상태를 평가하고 건체중과 초여과량을 조정하며, 혈관접근로 이상과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아울러 전해질 및 산염기 이상, 신성빈혈, 만성콩팥병-무기질·골질환, 심혈관계 합병증과 영양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투석 중 응급상황에 대한 의학적 판단과 책임을 담당한다.
대한신장학회는 국내 전국 단위 연구에서도 투석전문의가 없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사망 위험이 더 높았으며, 투석전문의가 진료하는 기관에서 혈압·빈혈·혈청 인 관리 등 일부 임상 질 지표가 더 양호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투석전문의의 관여가 단순한 행정적 요건이 아니라 환자의 생존과 치료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주는 근거이다.
정성진 대한신장학회 총무이사(가톨릭의대)는 “이번 연구 결과는 혈액투석이 의사의 역할이 적은 치료라는 의미가 아니라, 어떠한 의료위기 상황에서도 중단할 수 없는 생명유지 치료라는 특수성을 보여준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며 “전공의 공백 속에서도 신장내과 투석전문의와 투석 간호사를 비롯한 인공신장실 의료진이 추가적인 책임과 부담을 감수하며 환자의 생명을 지켜낸 결과”라고 밝혔다.
이동형 대한신장학회 홍보이사(범일연세내과)는 “이번 입장문은 특정 연구의 학술적 가치를 부정하거나 간호 인력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연구 결과가 ‘의사가 없어도 혈액투석은 운영될 수 있다’는 식으로 잘못 해석돼 국민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향후 환자 안전과 투석 의료정책에 왜곡된 근거로 활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료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의료행위가 시행됐는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어떠한 전문인력이 어느 수준의 의학적 판단과 책임을 수행해 환자의 안전을 지켜냈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신장학회는 혈액투석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사실은 의사의 역할이 적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의료진이 더 큰 책임과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환자의 생명을 끝까지 지켜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향후에도 혈액투석의 안전성과 치료의 질 향상을 위해 전문인력 양성, 적정 진료체계 확립과 근거 기반의 투석 정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