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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료사고 이력공개’ 추진에 의료계 “필수의료 숨통 끊을 것”

의료계, 낙인·방어진료 우려…“사고이력 없는 의사는 갓 졸업한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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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이 추진하는 의료사고 이력공개 제도를 둘러싸고 의료계가 연일 뜨겁다.

이 의원은 환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 보장을 위해 의료사고 이력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의료계는 필수의료를 더욱 위축시키는 ‘낙인식 공개제도’이자 필수의료 현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29일 이소희 의원은 ‘의료사고 이력, 국민은 알아야 합니다’ 토론회를 열고 “정보 비대칭 속에 체결된 진료 계약은 불공정 계약”이라며 “환자의 알 권리 보장은 환자와 의사가 대등한 지위에서 공정한 진료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척추측만증 수술 과정에서 의료사고를 겪어 하반신이 마비됐다는 이 의원은 현재 휠체어를 이용해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의료사고 이력공개 추진에 대해 ‘사적 복수’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모두 불참하면서 시작부터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날 의료계를 대표해 참석한 사람은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어은경 교수(한국의료윤리학회 교육이사) 뿐이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사고로 고통받은 환자와 가족들의 아픔에는 공감하지만, 의료사고 이력을 의사 개인의 이름과 함께 공개하는 제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단호히 밝혔다.

의협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 선택권을 강화하고 반복적인 중대 의료과실을 예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사의 과실이나 실력 부족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날 김성근 대변인은 중증외상, 응급수술, 고위험 분만, 장기이식, 암 수술 등은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도 합병증이나 사망이 발생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불가피한 합병증이나 환자의 기저질환, 예측하기 어려운 치료 반응까지 모두 의료사고로 규정해 의사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사고 이력이 공개되면 의료진이 자신의 기록을 우려해 고령·응급·중증환자를 기피하는 방어진료가 확대되고, 결국 필수의료 위축과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료사고 문제는 이력 공개가 아닌 전문가 중심의 자율규제와 교육·수련 인증, 평가체계 강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환자 안전을 지키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의료의 특수성을 외면한 낙인식 공개제도에는 단호히 반대하며, 공론화의 대상이 될 사안조차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토론회에) 참여하는 게 의미없다고 생각해 참여하지 않았다”며 “제도나 법을 만들 때 미칠 파장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회 같은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한일반과의사회 역시 29일 곧장 성명을 내고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 추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일반과의사회는 이소희 의원이 의료사고를 겪은 개인적 경험에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개별 사례를 일반화해 입법으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의료행위에는 본질적으로 위험성이 따르며, 의료사고는 의사의 과실뿐 아니라 불가피한 합병증이나 고위험 진료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척추측만증 교정수술을 비롯해 중증외상, 소아중환자, 분만, 암수술 등 고위험 의료행위에서는 일정 수준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의료사고 이력을 낙인처럼 공개할 경우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더욱 위축되고 고위험 진료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사고 이력이 없는 의사는 갓 의대를 졸업한 의사라는 자조가 의료계에서 나온다”며 의료사고 발생 건수만으로 의료인의 역량이나 안전성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반과의사회는 이미 높은 사법적 부담과 수술실 CCTV 의무화 등으로 필수의료가 위축된 상황에서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까지 도입되면 의료현장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으로 이 의원의 변호사시절 이력부터 공개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일반과의사회는 “하급심 판결이 상급심에서 뒤집힌 비율, 검사의 기소 사건 중 무죄 선고 비율은 물론, 변호사의 승소·패소율과 과거 사건·사고 이력까지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이 ‘진짜 능력 있는 법조인’을 판가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가만둬도 이미 죽어가고 있다”면서 “더 이상 대한민국 필수의료의 숨통을 조이지 말라”고 호소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도 30일 성명을 내고 ‘의료사고 이력 공개법’은 필수의료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법안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소희 의원이 겪은 의료사고의 아픔에는 공감하지만,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의료현장 전체를 규제하는 입법은 국민 의료 접근성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의료사고에는 의료진의 과실뿐 아니라 불가항력적인 사고도 포함될 수 있는데, 이를 구분하지 않은 채 이력을 공개하면 의료인을 낙인찍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고위험 환자를 진료할수록 ‘위험한 의사’로 인식되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부인과는 산모와 태아 두 생명을 동시에 다루는 특성상 예측하기 어려운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고위험 진료과라는 점도 짚었다.

의사회는 “산부인과는 사법리스크가 가장 높은 과목”이라며 “분만인프라는 괴사 상태”라고 진단했다. 또 의료사고 이력 공개가 시행되면 고위험 임산부와 응급분만을 맡을 의사는 자취를 감추는 것을 넘어, 진료받을 의사 자체를 소멸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진정으로 환자 안전을 위한다면 이력공개가 아니라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와 사법 리스크 완화 등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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