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7 (수)

  • 맑음동두천 8.6℃
  • 맑음강릉 13.2℃
  • 맑음서울 12.2℃
  • 맑음대전 10.0℃
  • 맑음대구 9.9℃
  • 맑음울산 12.4℃
  • 맑음광주 12.0℃
  • 맑음부산 16.3℃
  • 맑음고창 8.5℃
  • 맑음제주 17.2℃
  • 맑음강화 10.0℃
  • 맑음보은 5.9℃
  • 맑음금산 6.5℃
  • 맑음강진군 9.4℃
  • 맑음경주시 7.7℃
  • 맑음거제 12.4℃
기상청 제공

정책

[심층] 소아응급실 압수수색…진료 보호할 수사 기준 필요

소아청소년과학회, 환자 안전·전문 검토 요구…영국·일본 조사체계의 시사점

 

소아응급실 압수수색을 계기로 의료사고의 진실을 규명하면서도 진료 중인 아이들을 보호할 조사·수사 절차가 과제로 떠올랐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요구한 진료 연속성 보장과 전문적 의학 검토는 사고 당시의 임상적 상황을 충분히 살피고, 사실 규명 과정에서 다른 환아의 안전도 함께 지키자는 취지다.

 

■ 학회가 제기한 문제는 환자 안전과 진료 위축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지난 2일 입장문에서 숨진 환아와 유가족에게 애도와 위로를 전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사실 규명과 정당한 수사에 대한 협조 의사를 밝혔다. 동시에 환아를 치료하는 현장에서 강제수사가 이뤄질 때 고려해야 할 소아응급의료의 특수성을 짚었다.

 

학회는 영유아와 중증 소아환자의 상태가 빠르게 변할 수 있어 짧은 진료 지연이나 의료진의 집중력 저하도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원 당시 중증도와 기저질환, 질병의 자연경과, 급격한 악화 등 여러 요인이 예후에 관여하는 만큼 사망이라는 결과만으로 과실이나 형사책임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 수련병원에 재직 중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113명이다. 강원·경북·경남·전남·세종·인천 등 6개 시·도에는 재직 중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한 명도 없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증 환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요구하면서,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때마다 진료 현장이 강제수사 대상이 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진료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학회가 제기한 문제는 이러한 위축의 피해가 결국 아픈 아이들과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에 소아응급실과 신생아·소아중환자실을 비롯한 필수의료 현장에서 환자 안전을 우선하고 진료 영향을 최소화할 구체적인 절차와 기준을 요청했다. 중증·응급환자 사망이나 중대한 의료사고의 형사책임을 판단할 때 관련 분야 전문가가 당시 임상 상황과 의료행위의 적절성을 충분하고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절차도 핵심 요구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30일 경기 남부의 한 대학병원 소아응급센터에서 환아 사망 사건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되면서 불거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환자가 없는 진료실부터 확인하고, 다른 진료실은 진료가 끝날 때까지 4시간여를 기다리는 등 진료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했다는 입장이다. 개별 집행의 진료 영향과 별개로, 학회는 필수의료 현장에 적용할 공통 기준을 제도적 과제로 제시했다.

 

■ 영국, 개인의 행위와 함께 진료 여건 검토

 

영국 보건사회복지부가 2024년 12월 공개한 잉글랜드의 의료 관련 범죄 의심 사건 조사 협약은 의료진의 행위를 당시 진료 여건 속에서 평가하는 절차를 담고 있다. 사망이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손상에 범죄 행위가 관여했다고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대상이다.

 

협약은 전문가가 개인의 행위뿐 아니라 사건 당시의 조직 운영, 업무량, 근무 방식과 환경 등도 살피도록 한다. 이는 학회가 요구한 임상적 상황의 충분한 검토와 맞닿는 지점이다. 의료행위의 적절성을 평가하려면 결과에 이르기까지 의료진이 어떤 조건에서 판단하고 처치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찰·검찰·의료 규제기관과 의료기관 등은 사건조정그룹을 통해 조사 활동을 조율한다. 환자 안전을 위한 학습·개선 조사는 징계나 책임 판단과 목적을 구분하면서, 형사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조정한다. 증거의 신속한 확보·보전과 유가족에 대한 진행 상황 설명도 협력 과제에 포함한다. 조정그룹 구성 전 긴급 조치는 가능하며 각 기관의 수사 권한은 유지된다.

 

■ 일본, 전문적 원인 분석을 재발 방지로 연결

 

일본이 2015년 10월 도입한 의료사고 조사제도는 의료에 기인하거나 관련성이 의심되는 사망·사산 가운데 의료기관 관리자가 예기하지 못했던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 병원이 내부 조사를 하고, 의료사고조사·지원센터가 보고 내용을 수집·분석해 재발 방지에 활용한다.

 

병원이 센터에 보고한 사건에 대해서는 유가족이나 의료기관이 센터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병원 조사 결과에 대한 의학적 검토, 관계자 면담, 재발 방지에 필요한 지식의 정리를 주요 조사 내용으로 제시한다. 최초 보고 여부는 병원 관리자가 판단하지만, 보고된 사건에는 유가족의 요청으로 제3자 검토를 연결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

 

이 제도에서 참고할 부분은 의료사고의 원인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이후 환자의 안전에 활용하는 구조다. 사건에 대한 설명을 원하는 유가족과 같은 사고를 막아야 하는 의료현장의 필요를 함께 다룬다.

 

■ 사실 규명과 진료 보호를 함께 보장할 절차

 

영국과 일본의 제도가 학회가 요청한 수사 전 전문 검토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영국은 범죄 의심 사건의 병행 조사를 조정하고, 일본은 재발 방지를 위한 별도의 의학적 조사 절차를 운영한다. 두 사례는 진료 여건에 대한 전문적 검토와 기관 간 역할 분담, 유가족에 대한 설명을 구체적인 절차로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학회의 요구를 제도화하려면 증거를 신속히 보전하면서 진료 인력·공간·장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집행 방법, 현장 의료진과의 협의 절차, 관련 분야 전문가의 검토 시점과 역할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유가족에게 조사 과정과 결과를 충실히 설명하는 절차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진실 규명과 의료현장 보호를 함께 보장하자는 학회의 문제 제기를 실제 조사·수사 기준으로 옮기는 것이 남은 과제다.



배너


최신연구진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