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영훈(21·가명)군은 소아당뇨병 환자다. 초등학교 수련회 때 3시간 동안 화장실을 못 가서 바지에 소변을 적셨다. 몸이 이상하다고 느껴 찾아간 병원에서 소아당뇨 진단을 받았다.
중·고교 시절 이 군을 힘들게 한 것은 하루에 4번 맞는 인슐린 주사보다 사람들의 선입견이었다. 그는 “소아당뇨병이 부끄러웠고 알리기 싫었다”며 “저혈당으로 고통받는 시간보다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 더 아팠다”고 말했다. 이 군은 인슐린 주사를 놓을 때 주로 화장실로 갔다. 다른 사람이 볼까 하는 마음에서다. 잘못 투약하는 경우 팔이 퉁퉁 붓는다. 학교에는 보건교사가 있었지만 이들은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인슐린을 투약할 수 없었다.
유년기와 청소년기인 7~15세에 많이 발병하는 1형 당뇨병은 흔히 소아당뇨병이라고 불린다. 치료가 불가능하고 평생 주사를 맞아야 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소아당뇨 환자는 하루 4~5차례 혼자서 혈당을 측정하고 인슐린을 주사해야 한다. 청소년 대부분이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는 점에서 이 군처럼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간호사는 의사의 관리·감독에 따라 의료행위(투약)를 할 수 있다. 학교 보건법에는 보건교사가 학생들의 질환 관리 차원의 투약을 해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의사의 진단 없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주사행위를 한다면 의료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크다. 의사가 없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인슐린을 투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보건교사의 역할을 강화하고 1형 당뇨병을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3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과 소아당뇨인협회 주최로 ‘소아당뇨병환자 지원확대와 인식개선을 위한 제5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한소아내분비학회 이지은 간사(간행위원회)는 “1형 당뇨병 아동은 학교에 질환을 알리는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기 쉽고 질환의 특성과 생소함으로 인해 학교 관리자도 부담스러워한다”며 “학교법의 제도적인 틀 내에서 건강권을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간사는 “간호사이자 교사인 보건교사는 학교 보건법에 의해 특별한 상황에서 투약을 하더라도 의사의 지시가 없으면 사고가 나도 보호받을 수 없다”며 “응급상황에서 보건교사들이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명이 위급한 응급상황 저혈당 쇼크에 대한 글루카곤 근육주사만큼은 법적 제도적 보완을 통해 교내 투약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는 소아당뇨병을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수 나왔지만 사회적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한당뇨병학회 박석오 간사(보험법제위원회)는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등록하기에는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 앞으로 사회에 진출해야 할 소아당뇨병 환자가 사회적으로 낙인 찍힐까 우려된다”며 “인식이 개선되고 난 후 희귀난치성 질환에 포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로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건교사 역할 강화에는 일정부분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1형 당뇨병 희귀난치성질환 지정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희귀난치성질환 등록은 정부가 임의로 결정하지 않는다. 기준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며 “1형 당뇨병이 희귀성 부분에서 타당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건교사 의료행위에 대해서도 그는 “의료법에는 의사 외에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며 “보건교사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 자체를 개정하거나 이 부분에 대해서 유예를 해야 하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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