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에 대해 방사선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있음에도 지나치게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환자들이 무조건 꺼리는 경향이 있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김미숙 박사(사진, 방사선종양학과장)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김 박사는 생존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진 전이암 환자들에 대해 첨단 방사선 치료 기술을 시행함으로써 생존율을 크게 향상시킨 사례를 최근 발표해 의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암 환자의 평균 생존율은 68.1%로 집계되나 암이 전이되는 경우 생존율은 19.1%로 급격히 낮아진다.
하지만 한국원자력의학원 김미숙 박사팀은 복부 임파절에 전이된 부인암과 소화기암 환자 88명을 대상으로 정위신체방사선치료를 시행해 추적 관찰한 결과 전체 환자 중 27명이 완치되는 성적을 보였다.
정위신체방사선치료는 3차원의 좌표계를 적용해 암세포의 위치와 모양을 계산해 정확히 정렬시킨 뒤 고선량의 방사선을 여러 방향에서 집중적으로 쏘아 암세포를 박멸하는 첨단 방사선치료법을 말한다.
“사실 전이암의 경우 표준적인 치료법은 항암제 투여와 외과적 수술입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를 시행해 환자를 살릴 수 있어 환자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김미숙 박사는 특히 “복부 임파절 전이암 같은 경우 수술보다는 방사선 치료가 보다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임파절은 인체 내 존재하는 면역조직으로, 림프절이라고도 불리는데, 환자의 전신에 약 500개 이상 분포하며 주로 겨드랑이나 목구멍 등의 신체부위에 많이 모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 박사에 따르면 전이된 암 세포가 약 5개 정도이고 크기가 5cm 이하인 작은 암세포의 경우 항암제 투여나 수술로 완치는 매우 어려워 방사선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를 꺼리는 경향이 많아 제때 시술되는 경우는 드물다.
“생존율이 극히 낮은 전이암의 경우 방사선 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방사선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좋지 않아 초기 단계에서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해 환자 상태가 크게 악화된 다음에나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김 박사는 특히 4년 전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태로 인해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방사선 전문의가 아닌 타과 의사들까지 방사선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병원에서 시행하는 각종 검사로 인해 발생하는 피폭량이 너무 많아 문제라고 각 언론을 통해 보도되어 국민의 불안감이 매우 커진 상황.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전국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환자의 CT 피폭량을 기록해 관리하겠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김미숙 박사는 무엇보다 의학적 근거도 없이 여론에만 치중한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방사선 치료를 지나치게 규제해 꼭 필요한 치료까지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환자를 심각한 위험에 빠트린다는 것.
그는 최근 들어 방사선 치료기기 PET를 건강보험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을 잘못된 정부 정책의 일례로 들었다.
CT와 MRI에 비해 작은 암세포에 대한 관찰이 더 용이한 장점이 있는 PET는 지난 2005년 건강보험에 등재된 이후 진단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의사들이 임상 현장에서 필요성을 절감함에 따라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최근 PET의 방사선 피폭량이 높다고 알려지면서 의사들조차 사용을 꺼려 급기야 건강보험 제외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미숙 박사는 “PET의 효과성을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많이 알려지고 있는 시점에 오히려 건강보험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방사선 피폭량보다는 재정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는 현재 포럼을 통해 방사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중에 널리 퍼진 잘못된 오해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미숙 박사는 “저도 인턴 시절 방사선이라고 하면 무조건 겁부터 냈지만 방사선을 전공하면서 잘못된 기우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의사들부터 방사선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지 않도록 의대 교과과정에 방사선 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