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의사는 착취 대상 아닌 교육 대상”

2015-05-15 06:01:07

안덕선 좋은의사연구소장, 국가가 책임지고 비용 지불해야


최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의술을 넘어 사회가 원하는 좋은 의사를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좋은의사연구소’를 개소해 주목받고 있다. 변화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단순한 임상적 능력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의 새로운 역량과 덕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것.

좋은의사연구소 초대 연구소장인 안덕선 고대의대 교수(사진, 성형외과)를 지난 13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미 등 선진국은 물론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도 젊은 의사 교육비용을 국가가 지불합니다. 전공의를 값싸게 부릴 수 있는 의사 인력으로 보는 우리 문화와는 완전히 다르죠.”

영국 건강보험 총 1년 예산은 250조 규모. 우리나라 55조 규모의 다섯 배에 달하는 엄청난 비용인데, 이 중 약 5조는 레지던트 인건비로 지출된다. 태국에서는 전문의가 전공의나 의대생을 교육하고 이 비용을 건강보험에 청구할 수도 있다.

안덕선 소장은 “전공의 교육에 대한 인식 자체가 우리나라와 완전히 다르다”며 “이는 곧 국가가 고급인력의 행동과 가치를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가 전공의 교육의 주체가 돼 젊은 의사 양성 비용을 책임지고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사회의 역량으로 키워내는 데 적극 개입하는 것이다.

그는 환자와 소통 능력이 부족해 욕을 먹는 의사들에 대해 “사실 의사만 특별히 나쁜 사람들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어려서부터 그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사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 구성원들이 동아시아식 교육에 치우쳐 지식만 일방적으로 습득하고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소통을 하는데 익숙치 않으니 자꾸만 현장에서 충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안 소장은 “이제 우리나라도 주입식 교육 위주의 동아시아식 가치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춘 전문인력을 키우는 방법을 배울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의사들도 과학적 지식을 일방적으로 적용할 게 아니라 사람을 알고 사회와 적극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에도 엄청난 인문학적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급인력인 전공의들이 환자 이송까지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전공의 양성 시스템은 사실 가장 비효율적인 모델”이라면서 “그럴 시간에 전공의는 더 고차원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젊은 의사 교육을 개인 투자에만 의존하면 양질의 의사를 양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젊은 의사 양성에 국가가 마땅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안덕선 소장은 “좋은의사연구소는 의인문학, 교육학 등 이론적 연구와 실천적 연구로서 의학 디자인-미디어와 관련된 최신 연구 동향을 탐색해서 의료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수련평가기구는 반드시 병원협회에서 분리돼야
한국의학평가교육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이 같은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지금의 전공의 수련 시스템에서는 전혀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며 전공의수련평가기구를 독립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라리 대학병원의 연합체라면 모를까 병원 경영자들의 단체인 병원협회 내에 전공의수련평가기구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덕선 교수는 “당직할 필요가 없는 과 전공의들까지 당직하는 것은 현재의 기형적인 제도가 만들어 낸 모순”이라면서 “이런 모순들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전공의수련평가기구를 독립화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배준열 기자 jun@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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