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성 질환인 당뇨의 치료는 우선적으로 생활습관의 개선과 체중조절, 식이요법과 함께 혈당 조절 효과에 따라 경구용 당뇨 치료제의 1제, 2제, 3제 요법을 거쳐 인슐린 요법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다.
하지만 이 기저인슐린으로도 혈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 보통 속효성 인슐린 혹은 GLP-1 유사체와 병용하여 치료해 왔다. 그러나 기존의 속효성 인슐린이나 GLP-1 유사체의 경우 매일 간격으로 주사해야 한다는 점과 속효성 인슐린의 경우 약물의 용량 조절이 어려워 주사를 거르거나 중도에 포기해 혈당 조절에 실패하는 경우가 생기기 쉽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5년 5월 릴리의 주 1회 투여 용법의 GLP-1 유사체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가 식약처로부터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 받으면서 국내 의료진과 당뇨 환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기존의 제품과 다른 투여 간격으로 환자들의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을 확실히 감해줄 수 있는 옵션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다른 GLP-1 유사체 계열 제품과 달리 기저인슐린과의 병용요법에 대해 보험급여 허가를 받지 못해 시장 진입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인슐린과의 병용 시 효능을 입증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최근 대한당뇨병학회가 주관한 ‘2016 국제당뇨병학회(ICDM)’에서 ‘트루리시티’와 인슐린글라진 병용요법 3상 임상시험인 AWARD-9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국내 진입 장벽이었던 기저인슐린과의 병용요법 허가 절차에 박차를 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AWARD-9 연구는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 시험으로 당화혈색소가 평균 기준치 8.4%인 5개국 300명 환자를 대상으로 28주간 트루리시티 1.5 mg과 인슐린글라진 병용요법을 위약/인슐린글라진 병용요법과 비교하여 혈당강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연구로, 본 연구 결과는 지난 제76차 미국당뇨병학회와 제52차 유럽당뇨병학회에서 발표된 바 있다.
인슐린글라진 병용 투여 시 유의한 혈당강하 효과 입증
AWARD-9 연구 결과를 통해 28주 시점에서의 베이스라인 대비 당화혈색소 수치를 비교한 결과, 트루리시티와 인슐린글라진 병용 투여 시 유의한 혈당강하 효과와 체중 감소가 나타났다.
28주 시점에서 베이스라인 대비 당화혈색소 수치를 비교한 결과, 트루리시티/인슐린글라진 병용 투여군(이하 트루리시티 투여군)은 1.44% 감소한 것과 비교해서 위약/인슐린글라진 투여군(이하 위약 투여군)은 0.67% 감소에 그쳤다(Fig. 1).
목표 혈당 수치(HbA1c < 7.0%)에 도달한 환자 비율도 트루리시티 투여군 69.3%에 비해 위약 투여군은 35.1%에 불과해 트루리시티 투여군에서 더 많았다. 공복혈당(FSG)의 변화 역시 트루리시티 투여군은 44.63 mg/dL 감소했지만 위약 투여군은 27.90 mg/dL 감소해 트루리시티 투여군에서 유의하게 더 큰 감소를 보였다.
트루리시티의 적응증은 아니지만 본 연구의 이차 평가변수인 체중 변화에 있어서는 트루리시티 투여군은 1.91 kg 감소했지만, 위약 투여군은 0.50 kg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Fig. 2).
위약 대비 더 적은 인슐린글라진 투여량과 유사한 안전성 입증
연구 과정 동안 두 치료군 모두에서 목표 혈당 달성(treat-to-target) 알고리즘을 통해 인슐린글라진 용량을 적정했다. 28주 치료 후 평균적으로 트루리시티 투여군은 인슐린글라진을 51.42 units 투여 받았고, 위약 투여군은 64.61 units 투여 받아 트루리시티 투여군에서 인슐린글라진을 13.19 units만큼 더 적게 투여했다.
안전성에 있어서는 AWRAD-9 임상시험 기간 동안 트루리시티 투여군에서 가장 흔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은 이전 연구 결과와 유사한 위장관계 이상반응으로, 주로 오심(12%), 설사(11.3%) 등이었다. 저혈당증 발생률은 트루리시티 투여군(7.69건/환자/년)과 위약 투여군(8.56건/환자/년)에서 유사했으며, 중증 저혈당성 이상반응은 트루리시티 투여군에서 1건이 발생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며 기저인슐린 치료로는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환자라면 인슐린과 병용하여 주 1회 투여로도 혈당 조절 효과를 볼 수 있고, 약물 용량 조절이 따로 필요 없는 편리성을 갖춘 트루리시티/인슐린글라진 병용요법은 꽤나 매력적인 치료 옵션임을 유추할 수 있다.
게다가 당뇨 환자에게 중요한 체중 감소 효과에 있어서도 효능을 입증한 트루리시티/인슐린글라진 병용요법은 당뇨합병증 발생 위험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유용한 옵션이 되리라 생각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트루리시티와 인슐린글라진 병용요법이 허가되지 않았지만, 해당 병용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한 이번 연구 결과의 발표로 향후 적응증 확대를 위한 릴리의 행보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