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등 다양한 시범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2편에서도 확인했듯이 현재 펼쳐지고 있는 시범사업은 문제점이 존재해 본 사업으로 전환하려면 확인되는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며,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보건의료가 한층 더 향상될 수 있도록 재택의료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메디포뉴스는 대한재택의료학회 이건세 회장(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를 만나 재택의료 시범사업 개선 또는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재택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재택의료가 제대로 정착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시범사업을 비롯한 재택의료에 대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단기적 및 중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A. 우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시범사업과 관련해 제언한다면 실제로 재택의료를 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요건을 고려해서 시범사업을 추진했으면 좋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첫 번째로 수가 도입·개선이 필요합니다.
기존에는 환자가 병원에 오면 병원에 있는 다양한 기구·장비들을 이용해 비교적 환자의 상태를 명확하게 초진할 수 있었다면 환자가 있는 곳을 방문하는 재택의료의 경우 환자에게 가기 전에 어떤 기구·장비들을 가지고 가서 진료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환자가 배가 아픈 것인지, 머리가 아픈 것인지, 설사를 하고 있는지, 설사한 것이 며칠이나 됐는지 등등을 다 고려해 환자에게 찾아가 효율적으로 진단해 처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간호사·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전화 등으로 면밀히 파악해야 하는데, 이때 최소 15분의 문진 등이 필요하나, 이에 대한 수가가 없어 병·의원을 경영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외래환자를 돌보는 것이 압도적으로 효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재택의료에 참여하는 의사에게 사전에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과정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관련 수가가 마련돼야 하며, 재택의료를 펼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장비에 대한 수가 등 정부가 의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수가를 개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함께 환자가 있는 집·시설을 방문할 때에 어떤 장비를 갖추고, 어떤 차량을 이용하면 좋은지 등을 종합한 표준적인 모델들을 제시해주는 것이 필요하며, 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이 연계된 형태의 재택의료 사업들도 마련해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민간 병·의원에도 있기는 하지만, 지방의료원과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에는 많은 방문간호사들이 있습니다. 실제로도 보건소에서 간호사들이 환자 집을 찾아 환자들을 돌보는 일들을 하고 있으며, 환자 집을 방문해 진료를 볼 의사는 지방에 별로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더욱이 사실 지방의료원의 경우에는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로써는 환자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상황으로, 우리들은 이러한 지방의료원과 보건소 등 공공기관이 재택의료 시범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정책적으로 개선해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공공기관과 재택의료 시범사업 등을 연계해 재택의료를 확대할 수 있는 모델을 정부가 마련해 지역의 주민들이 재택의료서비스의 어떠한 점이 좋고, 서비스도 다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재택의료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시범사업 지역 범위도 너무 광대합니다. 이를 시·군·구 단위로 범위를 축소해서 진행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시범사업은 A지역의 재택의료 의사 2명, B지역의 재택의료 의사 3명 순으로 환자들이 이용하기에는 접근성이 매우 떨어짐은 물론, 홍보 자체도 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 제대로 된 효과를 노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재택의료(방문진료)는 환자들로부터 가까운 곳에 있어야 환자와 의사들 모두 편합니다.
따라서 지금처럼 시범사업을 전국에서 아무나 신청을 받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지자체 수준의 지역 단위로 펼치고, 인력 또한 기초지자체마다 최소 수십명이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해 재택의료 관련 데이터를 빠르고 많이 수집해 제대로 된 재택의료를 펼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초지자체 단위로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면 시범사업 범위는 기초지자체 단위로 30여 곳에서 실시하되, 도시형과 농촌형, 섬이 포함된 어촌형, 산간형 등등 다양한 지리적 환경 등을 고려해 다양한 모델을 마련해 점검해야 합니다.
더불어 재택의료 시범사업 추진 시 의사 혼자서 환자를 찾아 진료하는 형태가 아니라 ▲간호사들과 협업할 수 있는 모델 ▲다른 진료과의 의사와 협업할 수 있는 모델 ▲사회복지사와 협력하는 모델 등 다양한 인력들과 협력할 수 있는 모델 개발도 이뤄져야 합니다.
이외에도 각 지역의 실정에 맞게 재택의료를 추진할 수 있도록 장기요양보험에서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게 재정 등을 지원하는 시스템 마련도 필요합니다.
Q. 대한재택의료학회의 향후 계획·일정 및 재택의료와 관련해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재택의료가 필요한 진료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특히 가정의학에서는 포괄적인 케어를 하기 때문에 재택의료의 필요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희 대한재택의료학회에서는 우선 다양한 학회의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질환 또는 환자 그룹별로 어떤 형태의 재택의료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사례를 취합하려고 합니다.
또한, 재택의료를 실천하고 계시는 많은 의원급의 원장님들의 경험들이 다른 의사들에게도 공유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해 전달하려 하며, 재택의료를 검토 및 시행 중인 병원들의 사례도 모아 재택의료와 관련된 다양한 모형들을 마련하려 합니다.
추가로 의료계를 향해 말씀드리자면 재택의료가 지역 중소병원 또는 공공병원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의원에서 만성질환자 등 다양한 환자를 커버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의사 혼자서 방문해 환자를 진료하기 어려운 질환 등에 대해서는 병원의 방문진료 팀 등이 해줘야 합니다. 간단한 처치 가능한 외래 수준은 의원급에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 케어에 필요한 다양한 직종의 의료인들이 있는 곳은 병원 밖에 없으며, 방문진료를 받던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돼 입원 등이 필요한 경우 또는 응급상황의 경우에는 병원을 이용해야만 합니다.
이때, 도움이 될 수 있는 병원은 지역의 병원들이므로 의원과 병원이 협력하는 형태로 재택의료 시범사업이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