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령 선포로 나라가 혼돈에 빠진 가운데 약업계에서도 안타까운 갈등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대한약사회 회장 선거의 네거티브 공방이 업계 신뢰를 약화시키며 국민건강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사이언스는 한국 제약업계의 대표 기업인 ‘한미약품’의 지주사로, 연구개발과 탄탄한 파이프라인 지원으로 위상을 쌓아왔다. 그러나 올해 초 모녀측의 OCI 합병 추진 계획으로 촉발된 갈등은 주주와 업계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서로를 향한 날 선 보도자료들이 오가는 동안, 오너일가 간의 다툼은 단순히 가정사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신뢰와 운영 안정성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미사이언스는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대표 기업으로서 공적 책임을 인식하고, 신속히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약사 사회를 대표하는 대한약사회 회장 선거 또한 실망을 안겼다.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할 선거가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진 것. 후보자들은 상호 비방을 위한 보도자료를 연이어 내놓았고, 언론이 공정성과 진실성을 지키지 못 할 지경까지 이르자 대한약사회 출입기자단은 선관위에 선거 관리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약사회는 약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약업계의 발전을 이끄는 단체다. 회장은 갈등을 조정하고, 단체의 비전을 제시하며, 국민과 약사사회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지금처럼 상대를 비난하며 경쟁하기보다는 약사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건설적인 대화를 만들어야 한다.
약업계의 현 상황은 내부문제로만 인식할 수 없다. 약업계가 얼마나 안정적이고 신뢰받는 체계를 유지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갈등이 장기화되면 약업계 전반의 신뢰도가 낮아지고,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도 하락할 위험이 크다. 한미사이언스와 대한약사회 모두 국민의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더이상 서로를 비난하며 소모적인 갈등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약업계가 본연의 사명으로 돌아가,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공통 목표 아래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미사이언스는 안정적인 경영 체계를 수립하고, 약사회는 미래를 위한 통합적 리더십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만장일치는 비상계엄 선포 후 115분만에 계엄 해제 의결을 이끌어냈다. 약업계도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결단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하루 빨리 지금의 혼란을 극복하고, 협력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약업계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