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손보험 개혁 방안이 발표돼 의료계를 비롯해 국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을 위한 개혁 방법 중 하나로 ‘입원여부’가 아닌 ‘치료 적정성’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가 30일 롯데호텔에서 춘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기자간담회의 가장 큰 화두는 실손보험이었다. 김준배 보험부회장은 실손보험 문제를 ‘트롤리 딜레마’에 빗대어 설명했다. 트롤리 딜레마란 달리는 기차가 두 갈래 길을 만났을 때, 한 쪽으로 가면 한 명이, 다른 한 쪽으로 가면 다섯명이 죽게 되는 경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고실험이다.
김 부회장은 “지금의 현실은 트롤리 딜레마와 같다. 기차는 정부의 무모한 정책 추진을, 왼쪽 레일은 환자와 의료계를, 오른쪽 레일은 보험회사를 의미하는데,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정부는 왼쪽으로 가려고 한다”며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은 ‘기차를 멈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손보험회사와 환자, 의료계 모두 피해를 피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해야 한다”면서도 “부득이하게 기차를 멈출 수 없을 경우에는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실손보험사가 만든 문제이기 때문에 실손보험사가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의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은 입원, 통원의 보상한도가 분리돼있다. 외래진료는 일정 금액까지 보상되지만 입원하면 훨씬 많은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는데, 조사한 바로는 해외 어디에도 이런 보험 상품은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인공관절 수술도 당일 퇴원이 원칙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입원을 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어서 입원을 원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의료의 발전방향과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실손보험의 비효율적인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연 명예회장 이에 공감하며 실손보험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명예회장은 “실손보험은 치료의 적정성을 기준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현재의 단순히 입원 여부를 기준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명예회장은 “무릎 줄기세포 치료 주사의 경우 신의료기술로 국가에서 정당하게 허가한 치료법인데도 보험사가 입원 여부를 기준으로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고 있어서 중요한 의료기술들이 사장될 위험에 처해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 “최근 의료기술들은 최소침습 수술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당일 퇴원할 수 있다. 하지만 당일 퇴원하면 보험금 지급이 되지 않으니, 오히려 입원을 강요받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명예회장은 “결국 실손보험 개혁의 핵심은 ‘입원 여부’가 아니라 ‘치료의 적정성’으로 보험금 지급 기준을 바꾸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홍보해나가겠다”고 했다.
이재만 공보이사는 “우리나라 보험사는 국민을 위한 보험을 디자인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공보이사는 싱가포르의 저축형 연금보험 사례를 소개하며 “싱가포르에서는 가족 4명을 하나로 묶어 건강하면 일정 기간 후 보험료를 저축형으로 돌려주는 제도가 있다. 이는 단순히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혜택을 돌려주려는 노력이 반영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국내 보험사들은 이익만을 추구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 공보이사는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보험사의 수익 구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것과 다르다. 단순히 고객에게 보험료를 받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보험료를 기반으로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해 수익을 창출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다는 주장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오히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으로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성과급을 챙기는 구조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의사의 X-ray 사용 선언도 정형외과계가 직면한 주요 문제점이다.
이재만 공보이사는 서울 송파구 내 한 한의원이 성병검사, 혈액검사 등을 시행하며 환자를 받았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한의계가 전략적으로 의료계 영역으로 침범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 등의 대응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공보이사는 과거 한 환자가 72번에 걸쳐 초음파 검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궁내막증이 커지는 것을 놓쳐 암으로 발전한 사례도 설명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초음파 사용이 위험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후 한의사들이 현대 의학 기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절강내 주사로 쓰이는 PDRN이 약침이라는 형태로 둔갑해 한의원에서 시술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수익이 창출되고 있다. 이는 국회에서도 이미 지적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의계가 최근 외국학회 등에서 활동하면서 정당성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해외라고 해서 모두 과학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400여명의 의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공의들도 선배의사들과 함께 해 의미를 더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해외 의료봉사도 추진하고 있다. 오는 5월에는 통일문화연구원과 함께 우주베키스탄 의료봉사를, 6월에는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