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장협의회(회장 이상운, 이하 병원장협) 서울·경기지회(서울지회장 이재학, 경기지회장 박진규)는 지난 19일 저녁 서울 안다즈호텔에서 ‘제1회 대한병원장협의회 서울·경기지회 심포지움’을 개최하고, 의대 증원 사태와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한 중소병원들의 현실을 공유하고 생존을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이날 심포지움에는 수도권 지역 중소병원장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정부의 의료 정책 방향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진규 경기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2000명 의대 증원으로 야기된 전공의 사직, 의대생 휴학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개혁의 명분 하에 비급여의 관리급여화, 실손보험 개편, 보험 심사 강화 등 여러 모로 진료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어려운 환경일수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해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고 심포지움의 개최 취지를 밝혔다.
이상운 대한병원장협의회장은 축사에서 “오늘 이 자리는 우리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재 의료계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함께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의료개혁 정책이 중소병원에 미치는 영향과 행정조사 현황 등 실무진들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들로 구성돼 매우 의미가 깊다”고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심포지움에서는 ▲코로나 백신, 팍스로비드 그리고 미래의 팬데믹을 위한 대비 (김기주 정책이사) ▲대한병원장협의회 역사와 방향 (이성필 기획이사)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선 방안 (보건복지부 강준 의료개혁총괄과장) ▲현지조사 관련 교육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기원 조사운영실장)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김기주 병원장협 정책이사는 ‘코로나 백신, 팍스로비드 그리고 미래의 팬데믹을 위한 대비’를 주제로, 2025년 코로나19 변이 동향(특히 NB.1.8.1 변이의 확산)과 특성, 그리고 팬데믹 대비를 위한 폐렴구균 백신 권고 개정안 등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대한 심도 깊은 내용을 공유했다.
두 번째 강연자인 이성필 병원장협 기획이사는 '대한병원장협의회 역사와 방향'을 통해 협의회의 설립 목적과 그간 중소병원 권익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 및 성과를 발표하며, 앞으로 협의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하는 한편, 많은 중소병원장들의 협의회 참여를 독려했다.
세 번째 강연자인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강 과장은 실손보험과 결합한 비급여 시장의 과잉 팽창이 의료 체계 왜곡과 의료비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는 급여로 전환하고, 과잉 진료 우려가 큰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관리급여' 제도를 신설해 별도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실손보험의 상품 구조 개편도 예정되어 있음을 밝혔다. 외래 진료 시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연동해 실손보험의 자기부담률을 조정하고(현행 20% → 20~90%), 비급여 항목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누어 보장을 합리화하는 '5세대 신실손보험' 도입이 추진된다는 것이다.
네 번째 강연자인 김기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운영실장은 '행정조사 현황, 자율점검 항목과 주의사항'에 대해 발표했다.
김 실장은 현지조사가 요양기관이 청구한 급여 비용의 적합 여부를 확인하고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행정조사라고 정의하며, 건전한 청구 풍토 조성과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율점검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율점검제는 심평원이 착오 청구 내역을 통보하면 의료기관이 스스로 점검하고 환수하는 제도로, 성실히 이행할 경우 현지조사 및 행정처분을 면제받을 수 있다. 김 실장은 “부당청구 사실을 자진 신고할 경우 행정처분을 면제받을 수 있다”며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을 당부했다.
심포지움의 핵심 세션이었던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와의 토론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중소병원장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선 방안’ 발표를 통해 비급여 시장의 과잉 팽창을 억제하고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급여 수가를 충분히 정상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급여만 억제하는 정책이 계속되면서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급여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전제로 비급여 왜곡을 바로잡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선행 조건 없이 비급여만 통제하는 것은 현장을 힘들게 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실손보험 개편과 비급여 관리 강화 정책에 대해 “우리 중소병원들은 다 마이너스"라고 직격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채워줄 만한 대책을 함께 개발하고 제시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또한 “의원급이나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중소병원은 정책적으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하며, “중소병원은 수많은 직원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사회 환자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해결하는 의료의 최전선이므로, 정부가 이러한 중소병원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들이 좋은 의료를 계속 제공할 수 있도록 정책적 고민을 더 깊이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강준 과장은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해 50억원 미만이던 투자액을 3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임을 밝히며 정부의 의지를 피력하는 한편, 비급여 및 실손보험 개선에 대해서는 그간의 수가 정상화가 미흡한 상황에서 비급여 통제 정책이 현장을 어렵게 만드는 것에 대한 문제 의식을 인정하면서도, 관리 급여 도입을 통해 일부 비급여를 통제하고 실손보험 개선을 통해 무분별한 의료 현장 진입을 막는 장치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강 과장은 “새 정부 출범 시 개혁안을 점검할 때 의료 현장을 옥죄는 방식이 아닌, 지역 필수 의료 종사자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대폭적인 제도 개선에 방점을 둘 것”이라며, “수요자를 위한다고 하는 것이 공급을 막아 이용 격차를 만드는 일이 없도록 충분히 신경 쓰겠다”고 약속했다.
현지조사 관련 교육을 통해 현지조사의 개념과 절차, 주요 부당청구 사례 등을 설명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기원 조사운영실장에 대해서는 한 참석자가 “과거와 달리 지금의 심평원은 공급자들을 많이 이해하고, 기준과 고시에 근거한 합법적 심사를 하려 노력하는 등 내부적으로 엄청나게 바뀌었다”며 “우리 의료기관들도 더 이상 색안경을 끼거나 피해 의식을 갖기보다, 스스로 규정을 잘 살피고 조사 대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 밖에 참석자들은 중소병원들이 우리나라 의료 전달 체계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며, 보건복지부가 중소병원들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해 줄 것을 촉구했다. 특히 현장에서 환자들의 아픔을 가장 가깝게 해결하는 중소병원이야말로 국민들에게 좋은 의료를 제공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재학 서울지회장은 폐회사에 “오늘 논의된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녹아들 수 있도록 협의회 차원에서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오늘 심포지움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회원들의 권익 보호와 중소병원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해 의미 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참석자는 이번 심포지움이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중소병원들이 직면한 난제들을 공유하고,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의미 있는 자리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