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법을 무시한 경찰의 부실 대응과 제도적 사각지대를 강력히 규탄한다2025년 1월,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발생한 의료진 폭행 사건은 단순한 폭력 사건이 아니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응급의료진을 위협하고, 우리 사회의 응급의료체계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중대한 법치 훼손 행위다.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응급의료법 위반을 앞장서 막아야 할 경찰이 사건을 단순 폭력으로 축소하고, 가해자의 명백한 불법 행위를 사실상 외면했다는 점이다. 이는 응급의료법의 취지를 무시한 직무유기이며, 공권력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행태다.해당 사건의 피해자인 K 교수는 가정 폭력으로 중상을 입은 환자의 긴급 수술을 마친 직후, 환자의 남편에게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 간 충돌이 아니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명백히 위반되는 응급의료 방해 행위이다.그러나 경찰은 이를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인정하지 않고 단순 폭행 혐의만 적용하여 약식기소를 유도함으로써, 응급의료 현장에서의 폭력을 사실상 방조했다.여기에 더해, 제도적 사각지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현행법상 외상센터는 중증 응급환자를 상시 치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의료기관’으로 분류되지 않아 응급의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입법 공백으로, 외상센터 의료진이 응급의료법에 따른 안전장치를 누릴 수 없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현재 안철수, 이주영 의원이 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조속히 입법돼야 한다.또한, 환자나 보호자에게 치료 경과나 예후를 설명하는 과정은 의료의 연장선이며 실질적인 진료의 일부임에도, 현행 법리는 이를 ‘진료행위’로 명확히 보지 않는다. 의료진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음에도, 설명 중 폭행이나 협박을 당했을 때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모순적인 구조에 놓여 있다. 이와 같은 법적 공백은 반드시 시정돼야 하며, 설명과 같은 의료 행위도 응급의료법의 보호 범주에 포함돼야 한다.응급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공권력이 의료인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방기하고, 가해자 편에 선 듯한 행태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1. 경찰청은 해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담당 경찰관의 직무유기 여부에 대한 감사를 즉각 실시하라.2. 경찰청은 현장 경찰의 응급의료법 이해도와 적용 역량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명확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라.3. 정부와 국회는 외상센터를 포함한 응급의료기관 확대 지정과, 설명 행위를 진료의 일부로 명시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라.4. 모든 공권력 기관은 응급의료법의 취지와 목적을 명확히 인식하고, 의료진 보호를 위한 법 집행에 만전을 기하라.우리는 더 이상 의료진이 두려움 속에서 진료하는 사회를 용납할 수 없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에 선 의료진이 존중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