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마약중독, “치료중심 전환∙R&D 지원 나서야”

2025-09-18 06:00:03

‘마약중독 치료 현황과 국가주도 치료제 확보 필요성’ 토론회 개최


마약 중독이 사회 전반의 위협으로 확산되면서, 전문가들은 처벌 중심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치료제 확보와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독전문 인력도 부족해 추후 고갈 우려까지 등장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 17일 ‘마약중독 치료의 현황과 국가주도 치료제 확보 필요성’을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해국 교수는 “우리나라 마약 현안은 일부 일탈에서 일상의 위험 질병 위험으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진단하며 ”특별한 접근으로 특별한 문제로 대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해국 교수에 의하면 마약 중독자는 2015년 1만명에서 2024년 약 2만 3000명으로 급증했다. 과거에는 50대 남성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여성·20~30대·고학력자까지 확대됐다. 대마, 케타민 등 소위 ‘가볍다’고 여겨지는 약물 사용이 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문제는 마약중독은 ‘뇌 기능이 손상되는 질병이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엔 10대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조기대응도 중요하다.

이미 미국에선 치료가 처벌보다 비용효과성을 보인다며 치료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관련 법도 제정했고, 연구나 치료 인프라에 수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때문에 이 교수는 “과학적인 연구에 근거해 어떤 형태로 치료 치료를 받는 게 좋다는 내용은 이미 나와있다”면서 이에 따른 치료기술을 제공하고 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들이 법과 행정의 일이라고 촉구했다.

또 “우리나라는 ‘처벌’위주일뿐 ‘치료’위주로 전환하고 있지 않고, 복지부∙식약처∙법무부 등의 협력체계도 구축돼있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적 측면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날 인벤티지랩 김주희 대표이사도 직접 참석해 국가주도 치료제 확보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주희 대표는 “마약중독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공중보건 위기”라며, “공공 치료제 확보와 국가 주도의 시스템 구축 없이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 프랑스 사례를 들며 “미국은 SUPPORT Act로 메타돈·부프레노르핀·날트렉손 치료를 메디케이드(Medicaid, 저소득층 의료보험)로 보장했고, 프랑스는 약국 조제 확대를 통해 과다복용 사망률을 79% 줄였다”며 “한국은 보험 적용과 치료 인프라가 부족해 국가 차원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인벤티지랩이 개발 중인 1개월 지속형 약물중독주사제 ‘IVL3004’에 대해 소개하며 “Vivitrol과 동등 수준의 약물 노출을 보이면서도 부작용이 지속되는 시간은 현저히 짧아져서 환자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입증했다”며, “정부가 개발 및 상업화를 지원한다면 글로벌 경쟁력 있는 국산 치료제 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패널토론을 통해 인천참사랑병원 천영훈 원장은 임상현장에서 새로운 치료기술들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R&D 측면에 대해 강조했다.

천 원장은 “치료기술에 대한 연구투자가 제일 급하다”면서 “연구예산이 단순히 교수들의 연구실적만 충족시키고 소진될 것이 아니라, 치료재활 쪽으로 좀 더 포커스를 맞춰 배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컨트롤타워 있어야 한다. 나름대로의 방향과 가닥을 잡아서 진행하지 않으면 예산이 많이 할당되더라도 의미없는 연구나 급하지 않은 부문에서 소진돼, 정작 급한 불을 끄는 데에는 돈이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까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중독정신과 박선영 과장은 “마약중독에는 치료제가 없다는 말로 인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조차도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마약이 불법인만큼 피험자를 모아 외부적 조건들을 통제한 상태에서 약물효과성을 입증하기 어려웠을 뿐, 실제로 약물치료로 도움을 받는 이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박 과장은 마약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서정석 이사장은 원활한 치료제 연구를 위해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을 독으로 치료한다는 점에 대해 10년 전만해도 윤리적 측면에서 반대가 강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오피오이드 대체약물을 통해 사망률을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2022년 기준 국가에 등록된 관련 연구만 100개가 넘는다는 설명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독치료의 험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 이사장은 “한국은 연구를 하려 해도 식약처 허가가 거의 불가능하다. 연구 신청 4번이 모두 반려됐다”고 밝혔다. 때문에 미국은 이미 기존 약물을 업사이클링해 새로운 치료 용도로 탐구하는데, 한국은 여전히 날트렉손 등 기초적인 얘기에 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정신과 수련병원은 70~80곳에 달하는 반면 중독을 제대로 가르치는 대학은 10곳도 되지 않는다. 장기입원이 필요한 중독환자 치료 특성상 병원수익구조에도 불리하고, 수가나 보상 차이에서도 미미하다.

이에 서 이사장은 “10~20년 후 국내 중독전문인력이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대학과 병원에서 중독환자를 품을 수 있도록 유인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마약중독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국가적 위기”라며 “중독으로 고통받는 개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공동체, 나아가 사회적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주도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를 확보하고,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제공해야만 한다. 예방∙치료∙재활까지 이어지는 종합적 시스템을 구축해 중독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을 아까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영희 기자 nyh215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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