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원자력의학원 유상영 박사(원자력병원 산부인과)가 대규모 국제 임상시험을 주관, 수술 후 중간위험군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하는 것이 생존율 향상에 유의미한 통계적 이점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그동안 자궁경부암 환자들은 수술 후 재발 위험도에 따라 각기 다른 치료를 받아왔다. 고위험군 환자는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 병행, 중간 위험군 환자는 방사선 단독 치료, 저위험군 환자들은 수술 후 관찰이 치료 표준이었다. 그러나 중간 위험군 환자들의 경우, 항암치료를 추가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유상영 박사가 이번 임상시험을 제안하고 연구책임자로 주도했으며, 美 국립암연구소(NCI)의 지원으로 美 NRG Oncology의 부인암연구회와 대한부인종양연구회(KGOG)가 공동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임상시험에는 2010년 4월부터 2022년 4월까지 12년간 미국과 한국, 일본의 25세에서 88세 사이의 환자 총 316명이 참여했으며, 연구팀은 환자들을 항암화학방사선요법 그룹과 방사선 단독 치료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하여 치료 효과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결과, 수술 후 중간 위험군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 시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하는 것이 전체 생존율을 통계적으로 향상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항암 부작용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무재발 생존율은 항암화학방사선요법 그룹이 88.5%, 방사선 단독 치료 그룹이 85.4%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3~4등급의 부작용 발생률은 항암화학방사선요법 그룹이 43%에 달한 반면, 방사선 단독 치료 그룹은 15%에 그쳐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1). 또한, 항암화학방사선요법 그룹은 치료 시작 후 일시적으로 삶의 질이 저하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중간 위험군 자궁경부암 환자의 기존 치료 프로토콜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고 새로운 치료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특히 한국이 다국적 대규모 임상연구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국제 표준 치료 지침을 재확인하고 확립했다는 점에서 한국 의학계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중요한 성과를 이뤘다. 이는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줄여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국제 유명 학술지 종양학 연보(Annals of Oncology, IF=65.4) 최신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