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모체태아의학회(회장 박중신)와 대한보조생식학회(회장 서창석)는 지난 15일 서울대 의학도서관 우봉홀에서 열린 ‘제13차 대한모체태아의학회 연구심포지엄’에서 시험관 아기 시술(IVF) 증가와 이에 따른 다태 임신 위험을 정리한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두 학회는 고위험 산모·태아 진료를 맡는 모체태아의학 전문가들과 난임·체외수정 분야 보조생식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단체로, 결혼 및 출산 연령 증가로 시험관 임신을 시도하는 부부가 늘면서 국내 다태 임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태 임신은 쌍둥이 이상을 임신한 상태를 의미하며, 두 학회는 이러한 증가가 산모와 신생아 건강에 부담을 주는 만큼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보이고 있지만, 다태아 출산율은 오히려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출생아 중 다태아 비율은 2007년 2.7%에서 2023년 5.5%로 17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시험관 아기 시술 등 보조생식술 이용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같은 기간 일본(2.21%→2.04%)과 미국(3.37%→3.14%)의 다태아 비율이 감소한 것과도 대비된다.
두 학회는 다태 임신이 ‘산과적으로 매우 중요한 고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태아 임산부의 조산 위험은 60% 이상으로 높고, 조산은 발달 지연과 뇌성마비의 주요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 자연 임신에서 쌍둥이 출산 확률이 약 1% 수준인 반면, 시험관 시술에서는 25~30%까지 증가해 다태 임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점도 문제로 제시됐다.
다태 임신은 임산부에게 여러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쌍둥이 임신은 단태 임신보다 ▲조산 및 조기 진통 위험 6배 ▲임신중독증 위험 2배 이상(세쌍둥이는 9배) ▲산후출혈 위험 약 3배 ▲혈전성 질환 위험 3배 등 다양한 합병증 위험이 증가한다. 임신·출산 과정의 어려움뿐 아니라 출산 후 육아 스트레스와 경제적 부담도 단태아보다 훨씬 클 수 있다.
태아와 신생아 역시 높은 위험에 노출된다. 쌍둥이는 절반 이상이 37주 이전에 출생하며, 세쌍둥이는 90%가 조산 또는 저체중 출생이다. 신생아 중환자실(NICU) 입원율은 쌍둥이가 약 25%, 세쌍둥이는 75%에 달하며, 뇌성마비 위험은 단태아보다 쌍둥이가 4배, 세쌍둥이는 18배 높다. 다태 임신에서는 선천성 기형 발생 위험도 증가할 수 있다.
두 학회는 건강한 임신의 목표는 산모와 아기의 안전이라고 강조하면서, 최근 배아 배양·동결 기술의 발전으로 임신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난임 치료도 다태 임신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일 배아 이식(Single Embryo Transfer, SET)은 임신 성공률을 유지하면서 쌍둥이 임신 가능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소개됐다.
또한 시험관 시술 시 배아 이식 개수는 산모의 나이, 배아의 질, 과거 임신력, 쌍둥이에 대한 수용 정도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하며, 다태 임신으로 진단된 경우 고위험 산모 전문 의료진의 정기적인 검진과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창석 대한보조생식학회 회장(산부인과)은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산모의 나이에 따라 2~3개의 배아를 이식하기도 하지만, 보조생식술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 임신 성공을 넘어 건강한 단태아 출생에 있다”며 “배아 동결 및 배양 기술의 발달, 착상전 유전진단, 배아 선택 알고리즘의 정교화 등은 단일 배아 이식의 근거를 더 공고하게 하며, 축적된 임상 근거는 단일 배아 이식이 누적 임신율을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다태 임신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중신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산부인과)은 “다태 임신은 조산과 발달 지연, 뇌성마비 등과 연관된 중요한 고위험 요인인 만큼 예방적 접근이 매우 필요하다”며 “이번 팩트시트가 다태 임신의 현황과 위험성을 알기 쉽게 정리해, 임신을 준비하거나 난임 치료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