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무너진 곳에 개혁은 없습니다.

정부는 미래 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026년 2월 14일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해, 현재 급박하게 추진되는 의대 증원을 포함해 의료 현안과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전국 전공의들의 뜻을 모았습니다.
우리는 정부가 젊은 의사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짓밟아버린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우리는 오늘 총회를 통해 다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첫째, 청년 세대를 배제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 결정 구조를 규탄합니다.
향후 의료비 폭증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청년 세대가 짊어져야 할 몫입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의료의 백년대계를 결정한다는 보정심에는 정작 그 비용을 감당하고 현장을 책임질 ‘청년’과 ‘젊은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는 없습니다. 미래 세대가 배제된 채 기성세대의 정치적 셈법으로만 결정되는 정책은 ‘개혁’이 아니라 ‘착취’일 뿐입니다. 우리는 짐을 짊어져야 할 당사자가 배제된 논의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둘째, 정부는 거짓 보고를 멈추고 교육·수련 현장에 대한 ‘객관적 점검’을 하십시오.
정부는 24·25학번의 교육과 수련에 문제가 없다고 호도하고 있으나, 현장은 이미 붕괴 직전입니다. 이미 학생들은 강의실 대신 대강당에서 겨우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또한, 대규모 임상실습을 소화할 여력이 없는 병원에서 양질의 의사 양성은 불가능합니다.
정부는 탁상공론식 보고서 뒤에 숨지 말고, 교수, 전공의와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합동 실사단’을 구성해 현장의 처참한 실태를 객관적으로 검증하십시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증원 강행은 교육을 넘어 의료의 질을 악화시키고 국민 건강권을 침해할 것입니다.
셋째, 젊은 의사들과 ‘신뢰 회복’ 없는 모든 의료 정책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것입니다.
정책의 성패는 현장의 수용성에 달려 있습니다. 정부가 젊은 의사들을 정책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한, 그 어떤 화려한 정책도 현장에 뿌리내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정부 정책에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채 아물지 않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으며, 신뢰 회복은 요원해지고 있음은 명확합니다. 신뢰가 깨진 토양 위에서는 어떤 씨앗도 싹 틔울 수 없고 미래는 더욱 황폐해질 것임을 경고합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속도전’을 멈추고, 이번 명절에도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랍니다. 그것만이 파국을 막고, 대한민국 의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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