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후 안정기 환자, 베타차단제 중단해도 안전

2026-03-31 10:53:18

PACEN지원 연구, 세계 최고 의학 학술지 NEJM 게재
지속 복용군과 차이 없어…불필요한 장기 복용 줄이는 근거 마련

보건복지부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PACEN)’이 지원한 임상연구 결과가 세계 최고의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심근경색 후 안정기에 접어든 환자가 일정 기간 복용해 온 베타차단제를 중단하더라도 재발이나 사망 위험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보여줬다.

그동안 심근경색 환자에게 베타차단제는 사실상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으로 여겨졌으나, 국내 26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SMART-DECISION’ 임상시험을 통해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연구책임자: 삼성서울병원 한주용 교수). 

심근경색 발생 후 1년 이상 베타차단제를 복용해 온 안정기 환자 2,54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약을 끊은 그룹과 계속 복용한 그룹 사이에 재발이나 사망률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 발생률은 약물 중단군 7.2%, 지속 복용군 9.0%로 나타나,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환자의 경우 약물을 중단하더라도 안전성에 차이가 없었다. 

이는 천편일률적인 약물 장기 복용을 줄이고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춘 의료기술 최적화를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장기 복용과 부작용 부담이 줄고, 나아가 불필요한 약제 처방 감소를 통한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성과는 PACEN 사업의 여러 성과 중 하나다. 의료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어떤 치료·검사·의료행위가 환자에게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지 비교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PACEN은 이러한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의료기술 간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검증하는 공익적 임상연구를 지원하고, 의료기술 최적화를 위한 과학적 근거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주관으로 2019년 사업 시작 이후 현재까지 1556억원의 국비가 투입돼 235개 과제가 수행되고 있으며, 그 성과는 다음과 같다. 1) 국가 보건의료정책의 방향 설정에 필요한 근거를 마련하고, 2) 더 안전하고 꼭 필요한 의료로의 전환을 유도하며, 3) 한국 환자데이터를 반영해 국내 및 글로벌 치료기준을 최적화해 왔다. 특히, 편익분석 결과 약 8,000억 원의 의료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대표적인 성과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는 고층 암 검진 연령별 효과 분석이다. 위암과 대장암 내시경 검진을 몇 세까지 받는 것이 효과적인지, 연령별 검진 효과를 분석했다(연구책임자: 연세대학교 김현수 교수). 대장암 내시경 검진은 79세까지, 위암 내시경 검진은 80세까지 암 예방 및 사망률 감소 효과가 뚜렷했으나, 그 이후에는 효과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별 건강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검진 전략이 필요함을 보여줬다.

두 번째로는 조산 예방 수술, 대상 산모 선별 필요성 제시가 대표적이다. 조산 예방 목적으로 시행되는 자궁경부봉합술이 적응증에 맞지 않는 산모에게 시행될 경우의 위험성을 분석했다(연구책임자: 삼성서울병원 오수영 교수). 

그 결과, 조산 위험은 최대 17.9배, 출생아의 뇌성마비 위험은 19.3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 산모에게는 수술을 시행하지 않는 것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더 안전하며, 수술 여부는 개별 환자의 상태를 정밀하게 평가한 뒤 결정해야 함을 확인했다. 관행적으로 시행돼 온 의료행위를 과학적으로 재검증하고, 환자 안전 중심의 수술 기준을 제시한 사례다.

세 번째 성과로는 B형간염 조기 치료효과를 입증했다. 현행 진료 지침과 급여 기준의 사각지대에 있던 간경화가 진행되지 않은 B형간염 환자군에 대한 조기 치료 필요성을 제시했다(연구책임자: 서울아산병원 임영석 교수). 간수치가 정상이라도 바이러스 수치가 높은 간암 고위험군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조기에 시작할 경우, 경과만 지켜본 경우보다 간암·사망·간부전 등 주요 합병증 발생률이 약 79%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기 약제비 부담은 있으나, 간암 등 고비용의 합병증 발생을 사전에 막아 장기적으로는 비용효과성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B형간염 치료가 ‘발병 후 관리’에서 ‘선제적 예방 치료’로 전환되는 데 과학적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허대석 PACEN 사업단장은 “공공 재원으로 수행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결과가 NEJM에 게재되고, 심근경색 후 장기 약물치료 전략에 대한 국제 표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PACEN 사업의 방향성과 성과가 입증된 사례”라며 “의료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확신을 가지고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진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익적 임상연구사업에 대한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영희 기자 nyh215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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