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학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제작이 활기를 띄면서 영화 및 드라마에서 의사 캐릭터를 찾는 것은 이젠 너무 쉬운 일이 되 버렸다.
특히 의사는 사회적인 성공과 부를 누리는 캐릭터로서 인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의학을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니라고 해도 의사배역 한두 명은 꼭 있기 마련이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청와대요리사, 조향사 등 신종 직업들이 계속해서 등장하지만 의사는 그런 트렌드에 상관없이 꾸준히 등장하면서 그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의 캐릭터들은 아직도 전형적이고 천편일률적인 경우가 많다. 중년의 의사는 늘 과묵하고 점잖으며 생활에도 여유가 있지만 심심하고 재미없으며 젊은 의사들은 잘생기고 여자들도 많이 따르지만 예의를 모르는 부류다.
좀 더 젊은 전공의들을 보면 이들은 언제나 정신없이 바쁘고, 인간관계에도 무척이나 서툰 모습 뿐이다.드라마나 영화 속의 의사 캐릭터들, 그들을 나름대로 순위를 매겨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에디터 마음대로 정한 의사 캐릭터 순위인 만큼 태클은 정중히 사양한다.
[베스트 5]
닥터 두리틀(두리틀·사람과 동물 모두를 치료하는 유쾌한 의사)
두리틀 박사는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두 딸을 둔 잘 나가는 의사이지만 놀랍게도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 그의 인생은 뒤죽박죽이 되고 만다.
이런 그의 사정도 모르고 동물들은 신이 나서 그의 집으로 몰려들어 자신들의 사정을 하소연한다.
두리틀 박사는 사람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까지 치료해야 하는 유쾌한 의사다. 그는 처음엔 당황하지만 자신이 동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의사로서의 보람을 새롭게 느낀다.
병원에서 몰래 쥐에게 인공호흡을 실시하고 우울증에 걸려 자살하고 싶다는 호랑이를 설득하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재미있는 장면이다.
ER (마크 그린·의학을 너무도 사랑한 의사)
전도가 양양한 수석 레지던트이며 일 때문에 결혼생활을 희생하게 되는 닥터 마크 그린은 의학을 사랑하는 의사다. 하지만 시즌 7에서 뇌종양 판정을 받고 결국 시즌 8에서 죽는다.
연인인 코데이에게 뇌종양이라고 고백하는 장면, 딸 엘라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장면, 그린이 마지막으로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듣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슬프다.
ER은 과로와 박봉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쿡 카운티 메모리얼 종합병원’레지던트들의 이야기이다.
에미상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 부문을 수상한 ER은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에 비평가들의 갈채를 받기도 한 보기 드문 TV시리즈 중 하나로 베스트셀러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작품이다.
패치 아담스(패치 아담스·환자의 마음까지 치료하는 진정한 의사)
권위적인 의술보다 마음으로 환자를 치료하려는 이상적인 의사 패치 아담스의 실화를 그린 작품으로 이 영화에서 그는 “의사는 존경 받을만한 직업이지만 의사가 하는 일 자체를 존경해야지 의사라는 직업자체를 존경해서는 안된다”는 명 대사를 남긴다.
또한 다른 의대생들이 환자의 증세, 병명 등을 물어볼 때 반대로 패치는 그 환자의 이름을 물어보는 장면도 멋진 장면 중 하나다.
실존 인물인 패치 아담스는 1945년 생으로 패치 아담스 역의 로빈 윌리암스는 실제의 패치 아담스와 너무 흡사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최적의 캐스팅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닥터(잭 맥키·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의사)
이 영화는 매우 사실적이다. 냉정한 외과 의사가 환자의 입장에 처해보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는 의사 에드 로젠바움이 자신의 경험담을 적은 책 ‘내가 지은 약의 맛(A Taste My Own Medicine)’을 토대로 완성됐다.
성공한 외과의사인 잭 맥키는 어느 날 자신이 후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처음으로 환자의 입장이 되어본다.
환자들에게 냉정하게 대하는 편이었던 잭은 환자들을 대하는 병원측의 무신경함을 참을 수 없어 한다.
병원의 태도에 분통을 터트리던 잭은 뇌종양에 걸린 처녀 준을 만나고 믿겨기지 않을 만큼 밝고 고운 그녀의 심성에 감동 받는다.
비로소 산다는 것의 의미를 배우게 된 잭. 준이 죽었을 때 잭은 죽음의 공포를 잊고 자신의 남은 삶을 사랑하며 살기로 마음먹는다.
그레이 아나토미(크리스티나·모든 일에 열정이 넘치는 인턴 1년차)
그레이 아나토미는 의대를 갓 졸업하고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 외과에서 일하게 된 새내기 인턴 다섯 명의 이야기이다.
이중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가 열연한 크리스티나는 차가우면서도 열정적인 외과 인턴 1년차이다. 늘 1등을 하고 싶어 하는 맹렬한 성격에, 상대방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는 독설가이며 게으름 피우는 일이 없고, 자신감이 넘치며 늘 거침없다.
비벌리힐즈에서 자랐으며 스미스에서 학사학위를 따고 버클리에서 박사학위, 스탠포드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자신이 검사결과 따위나 나르고 있다면서 불평이 많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자신에 비해 현실이 받쳐주지 못하는 듯 번번히 목표환자를 놓치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다.
워스트 5
유혹의 선(의대생 4명·신의 영역에 도전한 대가는 가혹하다)
이 영화는 겁 없는 의대생들이 사후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죽었다가 살아나는 실험을 한다는 매우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직접 고안한 장치와 약을 이용해 죽음으로의 여행을 하는 의대생들. 이들은 사후 세계에 대한 끝없는 의구심과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신의 영역을 위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신의 영역을 침범한 대가를 치른다. 지난 날 자신의 죄를 제 3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 그리고 자신이 본 그 죄를 고스란히 가지고서 다시 현세로 돌아오는 것이다.
원재 '플랫라이너(Flatliner)'란 심장의 박동 상태를 표시해주는 심장 모니터(EKG Monitor)에서 그 그래프가 수평선이 된 사람, 즉 '심장의 상태로 봐서는 죽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죽기에 좋은 날이군(Today is a good day to die)"이라는 대사가 유행했다.
죄 짓고는 못산다는 명제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영화지만 개봉 당시에는 번안 제목으로 인해 에로물이라는 오해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아나토미(반히포크라테스 집단·사람을 산채로 해부하다)
해부학과 반히포크라테스를 결합한 영화로 존경하는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의사가 된 '파울라'가 반히포크라테스 집단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공포 스릴러물이다.
독일의 한 유명한 의대에서 사람을 산채로 해부해 박제를 한다는 내용으로 이상한 소리에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몸이 해부 당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장면은 정말 충격이다.
한 네티즌은 “의사들은 분명 똑똑하지만, 주위로부터의 추앙,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특수성으로 인해 정신적으로나 사상적으로 위험해질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 것 같다”라는 감상을 남기기도 했다.
'반 히포크라테스'의 실존 여부는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린 적이 있지만 정확하게 확인 된 건 없으며 아직도 의학 선진국의 몇몇 곳에서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반하는 의학적 행위들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아랑(동민·파렴치한 인간, 그의 직업은 의사)
가장 최근에 개봉한 한국 공포영화인 아랑에서 종합병원 의사인 동민은 매우 파렴치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 동안 만나온 여자들과의 연애사를 모아 박사논문을 써도 될 만큼 화려한 전력을 지니고 있는 그는 고등학교 친구들 셋이 연달아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당한다.
사실 그는 살해당한 친구들과 어린 시절 바닷가로 놀러 갔다 인근 여학생을 성폭행 하고 그의 남자친구를 죽였으며 그 모든 죄를 친구 한명에게 뒤 짚어 씌우고 대신 그의 뒤를 봐주기로 한다.
당시 담당 경찰은 가해자 가족들과 돈으로 협상을 해 모든 문제가 해결된 듯 했다.
하지만 성폭행 당한 여학생이 임신을 하게 되자 자꾸 담당 경찰을 찾아가고 그러자 경찰은 그 여학생을 소금창고에 가두고 죽여버린다.
한편 동민은 친구들이 차례로 죽자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그 역시 정신착란 상태에서 자신의 아내를 무참히 죽이고 자신도 불가사의한 힘에 의해 죽고 만다.
얼굴 없는 미녀(석원·환자에 최면을 걸어 성을 착취한다)
정신과 전문의 석원은 '최면치료' 강좌를 맡고 있는 냉철하고 침착한 의사이다. 하지만 동료 의사이던 아내가 의료과실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살하자 그녀를 돌보지 못한 자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병원을 떠난다.
그 후 1년이 지나, 개인병원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석원은 우연히 예전 자신의 환자였던 지수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녀의 도발적이고 매혹적인 모습에 호감을 느낀다.
석원은 지난 사랑의 깊은 상처를 간직한 지수를 도와주는데 묘한 적극성을 보이고, 점점 지수의 매력에 걷잡을 수 없이 깊게 빠져들게 된다. 그는 결국 해서는 안 되는, 그러나 멈출 수 없는 사랑을 시작하고 파멸을 향해 치닫게 된다.
지수를 사랑한 그가 매 약속된 시간마다 자신을 찾아오게 하는 최면을 거는 것이다. 하지만 지수는 최면 속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석원을 찾아오다 사고를 당하는데 그래도 석원을 찾아오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
1980년대 TBC에서 방영된 형사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를 영화화 한 것으로 당시에는 정신과의사 역을 이순재, 환자역을 장미희가 맡았다.
아는 여자(노의사·돌팔이라고 밖엔 할말이 없는…)
노의사-머리보단 심장 쪽이 더 문제구만.
치성-아... 이게 심장인가요?
노의사-아니..그건 폐고 심장은 이건데... 이게 이러면 안 되는데...
치성-그것도 흑백이네요...
노의사-다... 흑백이라니까
치성-이렇게 보니까 내가 새가슴이네...
노의사-그게 문제가 아니고... 나도 새가슴이야.
치성-.....
노의사-(사진을 내려놓으며 한숨 푸욱...)
노의사-종양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어... 악성...그리고 악성이 아닌 순한...
치성-그렇겠지요... 아무래도...
노의사-근데... 우리 동치성 환자께선... 이게 악성이에요. 여기 보세요...(사진을 보며) 여기가 이렇잖아요. 이게 이러면 안 되거든... 요게 요렇게 되어버리면 이게 위험한 거란 말인데.. 이게 보시다시피 이미 이래 돼버렸어요.... 타고 올라간 거야... 지금 막 돌아다니는 거지... 얘들 이러면 안 되거든...
치성-(멍한 채).... 그러네요...
아는 여자에서 동치성은 별볼일 없는 2군 야구선수이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환자를 착각한 돌팔이 의사에게 3개월의 불치 판정을 받는다.
극 중에서 동치성은 "이 돌팔이 때문에 집도 던지고 볼도 던졌다" 고 말한다. 그렇다. 그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돌팔이 의사 때문에 첫사랑을 얻게 됐다.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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