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급성 충수돌기염과 그로 인한 복막염의 진단을 하지 못한 채 급성 골반염 등으로 의심하고 항생제 처치를 시행했다면 ‘주의의무 소홀’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환자 A는 04년 11월 22일 새벽에 2일 전부터 있었던 상하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B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B병원 응급실(내과, 비뇨기과, 산부인과)에서는 환자로부터 2일 전부터 복부 및 하복부의 복통이 있었다는 주된 호소와 함께 신체검진, 골반 및 질 검진결과, 혈액검사 결과 등을 근거로 환자 A의 증상을 급성 골반염 질환(의증), 급성 위염(의증), 방광염(의증) 등으로 진단한 후 환자 A를 산부인과에 입원시켰다.
그 후 B병원의 산부인과 담당의사는 11월 23일경부터 12월 1일경까지 환자 A의 주관적 호소, 활력징후, 혈액검사 나타난 백혈구 및 폴리수치의 상승, 초음파 검사결과(11월 24일, 26일, 12월 1일 각 실시) 등을 근거로 환자의 증상을 급성 골반염 질환 또는 우측 난소-난관 농양(의증)으로 진단한 후 그 기간 동안 주로 항생제처치를 했다.
B병원 산부인과 담당의사는 경과관찰을 계속하다가 12월 1일경 초음파검사를 한 결과 우측복부에 3.8×2.1×2.9㎝ 크기의 낭성 종괴를 발견하고 난소 주위의 농양으로 생각, 다음날 환자 A에게 진단적 복강경 시술을 한 결과 자궁과 직장, 우측대장, 우측난소에 심한 유착으로 인해 병변의 확인이 불가능하자 B병원 일반외과와 함께 개복술을 시행했다.
환자 A의 복막을 절개해보니 환자 A의 충수는 이미 천공되어 심하게 괴사된 상태이고, 복강 내는 더럽고 심한 악취가 나는 농양이 고여 있었으며, 맹장은 심한 염증으로 인해 에스자결장과 유착되어, 회맹장절제술을 처치했다.
환자 A는 수술 후 천공된 충수염으로 인한 복막염으로 최종진단을 받고 12월 24일경까지 B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퇴원했는데 환자 A 및 그의 가족들인 원고들은 피고 B병원이 적절한 검사를 하지 않아 급성 충수돌기염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그로 인해 환자 A로 하여금 제때 충수절제술 등의 수술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기를 놓쳐 천공에 의한 복막염으로 증세가 악화된 상태에서 수술을 받도록 한 과실이 있으므로, 피고는 환자의 일실수입, 치료비 등의 재산상 손해와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이에 부산지법(재판장 윤태석 판사)는 “B병원의 항생제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 A가계속적으로 하복부통증을 호소하고 있었으면 B병원의 산부인과 담당의사는 급성충수염을 의심하고 맹장부위에 초음파를 실시하거나 복부 CT촬영 등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통해 정확한 병명을 알아내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했다”며 “따라서 환자 A로 하여금 제때 충수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시기를 놓쳐서 천공에 의한 충수염으로 인힌 복막염으로 증세가 악화된 상태에서 수술을 받도록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환자가 증상이 발현된 이후 2일 가량이 경과된 후 B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충수염의 조기진단을 어렵게 한 점 및 환자의 충수위치가 정상인의 충수위치와 달라 골반염 등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종합, B병원이 배상해야 할 손해액의 비율을 80%로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김도환 기자(dhkim@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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