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난 털이 유독 신경 쓰였던 학생 C양은 평소 습관적으로 다리의 털을 족집게로 뽑아왔다. 일주일에 한두번씩, 털이 조금 자랐다 싶으면 뽑기를 수개월째. 어느 순간 다리에 붉은색 반점들이 생기고 이내 피부가 발갛게 부어 오르더니 털이 있던 부위에 고름이 잡히며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후 딱지가 생기고 떨어졌지만 이 같은 증세가 몇 번 반복되자 이미 피부색은 맨 살을 드러내기가 힘들 정도로 심하게 변해서 병원을 찾았다.
직장인 K양은 노출이 많아지는 여름철을 대비해 제모용 테이프와 족집게로 겨드랑이 털을 뽑아왔다. 매번 이런 방식으로 털을 뽑는 것에 지쳐 평소 눈여겨본 네일샵에서 제모시술을 받았다. 물론 시술효과에 대해서 큰 확신은 없었지만 일단 저렴한 시술비용과 ‘잘못되면 얼마나 크게 잘못되겠느냐’는 생각으로 시술을 받았다. 시술 후 겨드랑이 피부색이 심하게 변해 여름철에 민소매는 커녕 반팔 티셔츠를 입기도 조심스러워 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병원을 찾았다.
본격적인 노출의 계절인 여름을 대비해 제모를 하는 사람의 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앞의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보다 ‘손쉽고 싼’ 무분별하게 제모를 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어 제모를 할 때 보다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듀오피부과 홍남수 원장은 “실제로 제모를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 중, 부적절하고 과도하게 제모를 하다가 모낭염이나 색소침착이 생겨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종종 있다. 색소침착이 생길 경우 상태가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 제모, 잘못하면 모낭염•색소침착 등 부작용 생길 수도
제모를 잘못했을 때 생기는 대표적인 부작용은 모낭염과 피부 색소침착이다. 모낭염은 말 그대로 털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모낭에 세균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 상태.
모낭염의 경우 주로 두피에 많이 발생하지만 수염부위나 겨드랑이, 다리, 눈썹 등에도 잘 생긴다. 앞 사례의 경우처럼, 털을 자주 뽑을 경우나 면도 등 자극에 의해 모낭이 손상될 경우 주로 발생한다.
대부분 일회적으로 지나가는 질환이기는 하지만 반복적으로 모낭에 심한 자극을 주거나 피부가 청결하지 못한 경우, 체내에 균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만성적으로 재발할 수 있다. 일단 모낭염이 있었던 자리에는 색소침착이 발생할 수 있다. 건강상 문제는 없지만 노출이 많은 다리나 겨드랑이에 색소침착이 발생될 경우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 제모, 제대로 알고 하자!
제모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피부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높일 수 있다
△ 면도 - 가장 즉각적이고 손쉽게 털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면도로 털을 제거해도 3~4일이 지나면 다시 털이 나기 때문에 2~3일에 한번씩 면도를 해줘야 한다. 또 면도날에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고, 잦은 면도는 피부 색소침착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 족집게 - 흔히 손쉽게 제모를 하는 또 다른 방법은 직접 족집게로 털을 뽑는 것이다. 이 경우 모근까지 제거돼 효과가 4~7일 정도 지속되지만, 그 사이 빈 모낭 속으로 세균이 침투해 모낭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모공 주위가 붉어지고 노란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이것이 반복되면 모공이 넓어져 미관상 좋지 않게 되고 색소침착이 일어날 수 있다.
△ 실면도 – 얇은 실을 꼬아 주로 얼굴 부위의 솜털을 뽑는 방법이다. 실면도는 통증이 심하고 비위생적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제모크림 - 통증 없이 털을 제거할 수 있고 동시에 각질까지 제거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단, 성분의 강도에 따라 바르는 적정시간을 초과할 경우 피부가 벗겨질 수 있으니 꼭 사용설명서에 따라 발라야 한다.
△ 테이프, 왁스 - 접착력이 있는 물질을 피부에 발라 굳힌 뒤 떼어내는 테이프나 왁스는 강한 접착력으로 인해 떼어낼 때 피부에 각질층을 떼어내 피부가 건조해질 수 있다.
△ 레이저 제모 - 제모로 인한 스트레스와 부작용이 걱정된다면 레이저 영구제모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 털을 만드는 모낭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여 피부에 손상 없이 털을 제거하는 시술이다. 하지만 반영구적으로 제모 하기 위해서는 3~5회 정도해야 하고, 준비기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사전에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시술해야 한다.
# 나에게 꼭 맞는 제모법은?
보통 손쉬운 제모방법을 찾아 가정에서 면도, 족집게, 왁스제품 등을 이용해 스스로 제모를 한다. 하지만 자신의 피부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제모와 비인가 시설에서의 불법적인 제모시술은 자칫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효과로만 따진다면 피부과 의원에서 받는 레이저 제모가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비용적인 면에서 부담이 갈 수 있다. 때문에 내 피부의 상태나 제모 부위, 경제적 측면 등을 고려해 나에게 맞는 적절한 제모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피부의 경우 면도나 족집게, 왁싱, 제모크림, 레이저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털이 난 부위나 면적에 맞게 선택해서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주, 과도하게 털을 제거할 경우 제아무리 건강한 피부라도 피부건조증이나 모낭염, 색소침착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내 피부과 민감하다면 피부트러블을 최소화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민감성 피부는 자주 제모를 할 경우 피부손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비교적 부작용이 적고 반영구적인 제모효과를 볼 수 있는 레이저 시술이 적합하다. 면도나 왁싱•테이핑으로 제모할 경우 주의해야 하며, 제모크림은 피부에 강한 자극을 주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또한 제모부위가 좁은 부위인지 아니면 넓은 부위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겨드랑이처럼 좁은 부위를 여름에 일시적으로 깔끔하게 제모하고 싶다면 테이핑이나 제모크림을 바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종아리나 팔 등 넓은 부위의 경우 많은 털을 일일이 뽑거나 테이핑을 하는 것은 통증도 심하고, 자칫 모낭염이나 색소침착이 쉽게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도움말: 듀오피부과 홍남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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