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부정맥증후군에 의한 우리나라 급성심장사 첫 통계와 국내 심혈관환자 치료 접근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응급 환자임에도 응급센터를 방문해야겠다는 자각이 늦고, 지역에 따라 응급센터 또는 심혈관센터 접근성이 나쁜 의료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심장학회는 지난 14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제61차 추계학술대회인 'KSC 2017(The Korean Society of Cardiology 2017)'을 개최하고 기자간담회를 진행, 지방 거주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의 사망률이 높다고 밝혔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 최종일 학술의원(고려의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이 급성심장사 원인으로서의 유전성부정맥 연구에 대해 발제를 맡았다.
심장질환에 의한 심실빈맥 또는 심실세동과 같은 치사성 부정맥으로 인해 급성심장사가 발생한다. 서양의 경우 일반 인구 10만 명당 연 50~100명, 동양의 경우 연 37~43명(일본 37명, 중국 41명, 태국 38명, 필리핀 43명)이 발생하며, 허혈성 심장질환이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한다.
허혈성 심장질환 등 구조적 심장질환이 없는 경우 발생하는 급성심장사는 유전성 질환이 그 원인이며, 긴QT 증후군 · 브루가다 증후군 · 우심실 심근병증 등이 대표적 질환이다.
급성심장사에서 유전성부정맥질환이 차지하는 비율은 서양의 경우 1~2% 정도지만, 일본 연구에 의하면 10%까지 보고되는바, 동양이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할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2013년 급성심장사 예방을 위한 제세동기삽입술을 시행받은 일본 환자 데이터를 살펴보면,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은 31%인 반면, 심근병증 17%, 우심실심근병증 11%, 구조적심질환이 없는 이온통로병증 15%로 유전성부정맥에 의한 경우가 40%를 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의 유전성부정맥 질환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부족하다.
올해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최종일 교수팀(동국의대 노승영 교수, 고려의대 조은영 박사 공동 연구)이 발표한 '한국인에서의 급성심장사 원인으로서의 유전성부정맥' 연구는 2007~2015년까지의 건강보험공단 100만 명 코호트를 분석한 빅데이터 연구이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급성심장사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연 48.7명이고, 전체 급성심장사에서 심근병증을 제외한 유전성 부정맥이 차지하는 비율이 14.7%였다. 또한, 심사평가원 전 국민 청구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제세동기 삽입술을 받은 환자에서는 심근병증을 제외한 유전성부정맥이 차지하는 비율이 일차예방 6.6%, 이차예방 27.8%였고, 전체는 21.2%를 차지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에서 급성심장사의 원인으로 유전성부정맥을 분석한 첫 통계 자료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일본데이터와 유사하게 서양보다 높은 유전성부정맥 발생률을 보여줬다.
유전성부정맥은 일반 검사·검진으로는 진단이 매우 어렵고, 부정맥 발병 시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므로, 우리나라에서 유전성부정맥질환에 대한 조기진단과 보험 · 희소질환 · 산정특례 · 장애등급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 검진에서 심전도 검사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며, 서양과 다른 양상의 임상적 특징 및 발병기전을 보이는 질환이므로 범정부 차원의 기초·중개·임상 연구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날 질의응답에서 대한심폐소생협회 노태호 홍보이사는 "서양에서 발생하는 허열성심질환 대부분은 이미 심장이 많이 헐어있는 상태로, 추후 기대할 수 있는 여명이 길지 않다. 그런데 본 발표에서의 환자들은 심장마비만 올 뿐, 심장이 멀쩡한 사람이 많다. 심장마비만 예방할 수 있다면 남은 수명은 긴 편으로, 대처만 잘한다면 사회경제적으로 훌륭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종일 교수는 "유전성심질환 중 부루가다 증후군이 발견될 수 있다. 젊은 연령에서도 심전도를 찍어서 미리 발견된다면 이는 여생동안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국가 건강 검진에서 심전도 역할을 강조해줬으면 좋겠다. 유전성 질환과 관련해서 국가 지원을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심장학연구재단 미래정책연구소 정우영 소장(
서울시 보라매병원)이 국내 심혈관환자 치료 접근성에 대해 발제를 맡았다.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급성 흉통 환자는 적절한 치료를 위해 골든타임(180분) 내 심혈관센터에 도착하거나 이송돼야 하지만, 실제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은 골든 타임을 넘기고 있다. 또한, 환자가 거주하는 지역(도시·지방)에 따라 응급치료를 받는 과정·결과에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주대학교 홍재석 교수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유 자료를 통해 2003~2007년까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치료받은 국내환자 9만 5천 여명의 발병 30일 후 사망률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나이나 연령, 평상시 건강상태, 급성 심근경색증 당시의 위중도를 고려해 분석해도, 지방거주 환자가 대도시 환자보다 사망률이 3배(300%)나 되며, 같은 정도의 치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1.47배(4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의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논의된 논문 및 보건통계자료에 따르면, 신속한 치료가 생존 최우선 조건인 급성심근경색증 환자들이 증상 발생 후 응급실에 골든 타임을 지나서 지연도착하는 것과 심장동맥조영술이나 심장중재시술 등 적절한 치료를 적게 받은 것이 사망률 증가 원인으로 판단된다.
대한심장학회 심장학연구재단 미래정책연구소가 질병관리본부의 급성심근경색증 환자 등록사업(KRAMI)과 심평원의 급성심근경색증 진료적정성평가사업을 분석한 결과,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의 증상 후 응급실 도착 시각의 중앙값은 200분으로서 절반 이상의 환자가 치료 골든타임을 초과했고, 신속한 운송수단인 구급차(119)를 이용해 도착하는 환자는 전체 환자의 2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응급 환자임에도 응급센터를 방문해야겠다는 자각이 늦고, 지역에 따라 응급센터 또는 심혈관센터 접근성이 나쁜 의료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지방환자들의 사망률이 높은 또 다른 이유는 응급으로 심혈관 중재(스텐드) 시술을 받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인력·시설이 갖춰진 심혈관센터의 분포가 지역별로 편차가 있고, 특히 지방센터는 전문의료인력 부족으로 24시간 365일 응급시술을 시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방에 거주하는 급성심근경색증환자는 구급차 등을 이용해 일찍 병원에 도착하기 어렵고, 응급실을 방문해도 상시 적절한 시술을 받을 수 없어 '권역심뇌혈관센터'와 같은 대도시센터로 전원돼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급성심근경색증 진료적정성평가사업에서도 첫 방문 병원에서 시술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된 환자의 30일 사망률이 직접 방문한 환자보다 60%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에 내원하는 환자는 전국 환자의 20% 미만이므로, 지방의 대부분 환자는 응급상황에서 국가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 Health Policy 1 세션(Cardiac rehabilitation in Korea)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급성심근경색증 치료 후 퇴원환자에게는 적절한 약물 투여 및 이차 예방을 위한 포괄적 심장재활치료가 필수적이지만, 전국 심혈관센터의 20% 이하에서만 심장재활치료 인프라가 존재하며, 심장재활치료가 가능한 병원에서도 30% 이하 환자만이 이차예방을 위한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정우영 소장은 "2017년 5월 30일부터 시행된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대한 법률(심뇌혈관질환법)'을 계기로 증상에 대한 홍보와 구급차 및 전원 시스템 확충, 응급심혈관질환 사각지대의 의료 인력과 시설 현황 파악, 질병 예방과 발병 후 재활치료를 망라한 국가 보건 종합계획이 수립되고 있다."며, 이러한 국민 건강 안전망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과 정부의 지원·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영 소장은 "급성심근경색증 사망 환자는 절반은 병원에서, 절반은 퇴원 뒤 1년 이후에 사망한다. 2차 예방에 대해 현재 30%밖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종합적인 심혈관질환 관리 프로그램을 적용받는 환자는 20%도 채 되지 않는다. 이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병원은 전국 20개도 되지 않는다. '병원 단계'는 잘되는 것처럼 보이나 이는 착각으로 일부만 혜택을 받으며, 대다수 국민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인프라 구축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퇴원해서 다니는 동안에는 2차 예방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는 퇴원 후 1년이 지나도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 약을 계속 먹고 있는 건지, 금연이 유지되는지, 운동 및 식사 패턴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사회경제적 부담(보험)이 존재해야 하며, 실제 건강에 있어 향상이 있었는지 평가하는 인프라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내원 전 단계'가 잘 안 되고 있고, 대부분 119만 이용한다. 구급차 타고 가면서도 지속해서 병원과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