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취임 4주년을 맞은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이 29일 역삼 육가온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주치의제 ▲개원허가제 ▲비대면진료 등 현 의료계가 직면한 주요 정책 이슈를 짚으며,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주치의제는 선택적·단계적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밝히는 한편, 개원허가제는 의료 접근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비대면진료에 대해서는 환자 안전과 지역사회 연계를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가장 첫 번째로 다뤄진 현안은 주치의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주치의제를 언급한데다 대통령 주치의까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정해지며 주치의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강태경 회장은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참여하는 한편, 노인이나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부분적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강 회장은 “한국형 주치의제도는 현 의료시스템에 선택적 주치의 제도를 융합시켜, 최대한 틀을 바꾸지 않고, 단계적인 제도 개선을 바탕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자유롭게 원하는 주치의를 등록·변경할 수 있고, 기존 지불제도인 행위별 수가제의 변경 없이 만성질환자에 대한 정액보상 및 특수 진료에 대한 추가보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골자라는 것.
무엇보다도 주치의 제도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보다 정확한 정의와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주치의제는 경쟁적으로 환자를 등록해 의사 한 명만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환자가 원할 때 언제든지 진료를 해주는 것도 아니다”라며 “초고령화 시대에서 노인들의 복합질환에 대한 포괄적, 지속적 진료를 제공해 질병의 치료, 노쇠예방과 건강증진, 다제약물 관리 등 의료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솔루션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더 이상 잘못된 이해와 상상으로 현 문제를 미뤄놓을 수 없다. 보다 선제적으로 제도의 구성과 내용을 만들어 정책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갑작스럽고 전면적인 개편보다는 노인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는 부분적인 제도 보완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향”이라고 전했다.
그 다음으로 화두에 오른 내용은 개원허가제와 개원면허 도입이다. 이는 가정의학과를 비롯해 의료계에서 최근 우려를 하고 있는 사안으로, 강 회장은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고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는 발상이라고 규탄했다. 특히 의사의 개업을 통제해 필수의료로 보내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와도 맞지 않는 이치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강 회장은 먼저 “신규 의사들의 개원 의지를 꺾고, 의료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농어촌이나 의료취약지역에서는 자율적 개원이 더욱 어려워져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원허가제는 의료시장의 경쟁을 위축시키고, 의료기관 간의 기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 자유로운 경쟁은 의료기관들이 더 나은 서비스와 의료기술을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동력인데 개원이 수적 인위적으로 통제되면 시장경쟁이 약화되고,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또한 의사면허는 이미 국가가 인정하는 엄격한 자격 기준을 통과해야만 주어지는 전문자격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미 면허를 취득한 자에게 추가적으로 개원 여부를 심사∙허가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강 회장은 “의사 개개의 역량과 전문성은 이미 면허제도를 통해 검증됐고, 개원 여부를 또 다시 정부의 통제 하에 두는 것은 불필요한 이중 규제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부패∙특혜 논란 발생 우려도 제기됐다. 개원허가제가 도입되면 특정 지역∙분야에 대한 허가권이 정부 기관에 집중되면서 부패의 가능성이 생기고, 특정인에게만 혜택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강 회장은 “의료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의료의 질 향상과 무분별한 개원 장비라는 명분 뒤에 숨겨진 개원허가제와 개원면허는 오히려 의료접근성을 저해하고, 의료경쟁을 위축시키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며 “정부는 의료전문가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해달라”고 촉구했다.
세 번째 사안은 비대면진료다. 비대면진료 역시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을 통해 본격적인 운영 의지를 드러낸 분야다. 하지만 강 회장은 의협에서도 제시했던 4대원칙인 ▲대면진료 보조수단으로의 활용 ▲재진 중심 ▲의원급 중심 ▲전담기관 금지를 지키지 않는 비대면진료 시행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비대면 진료 확대는 커뮤니티케어 및 재택의료 활성화라는 현 정부의 기조와 정면 배치된다는 점도 꼬집었다.
강 회장은 커뮤니티케어/재택의료 활성화에 대해 “대면진료에 기반한 재택의료서비스에서 지속적인 대면 관리를 통해 환자의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질병 예방 및 건강증진을 이루기 위해 지역사회 자원을 이용한 통합시스템”이라면서 “비대면 진료는 환자를 지역사회 의료기관과 단절시키고, 오히려 환자들에게 ‘의료쇼핑’을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의료기관과 의사들은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는 의료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고, 진료의 자율성을 침해할 것”이라며 “의료 민감 정보가 사기업 플랫폼을 통해 대량으로 유통될 경우,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은 엄청나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도 우려했다.
이에 따라 강 회장은 “정부는 비대면 진료가 편의를 넘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의 초진 허용을 철회하고, 국민 건강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신중한 비대면 진료를 재설계해달라”고 강력 촉구했다.
끝으로 강 회장은 “지난 4년은 가정의학과의사회에 있어 도전과 성장의 연속이었다. 팬데믹 위기 속 국민건강의 최전선을 지키는 동네주치의로 헌신해온 회원들의 노고 덕분에 이 자리가 가능했다”고 공을 돌리며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회원들의 뜨거운 열정과 헌신, 국민건강을 위한 변함없는 사명감을 믿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