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성 간암 환자의 면역항암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새로운 혈액검사법이 국제학술지에 발표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암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하는 간암은 다양한 치료제 개발로 치료 성적도 향상 되고 있다. 최근 수술 불가능한 진행성 간암에 1차 표준치료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적용되어 생존율을 올리고 있으나, 효과를 보이는 환자는 30% 정도로 치료에 잘 반응할 환자군을 선별하여 환자별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이 절실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한지원, 조희선,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 교수 연구팀은 진행성 간암 환자에게 1차 치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AB) 병용요법의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혈중 지표 ‘PBIS(Peripheral Blood Inflammatory Score)’를 개발하였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예측력 검증을 위해 2020년 5월부터 해당 치료를 받는 진행성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최초의 다기관 전향적 연구를 수행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면역항암치료를 받은 환자 116명과, 예측력을 검증하기 위해 서울 외 지역인 인천성모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 54명, 총 170명의 환자를 분석했다.
PBIS는 주로 암과 싸우는 면역세포들의 활성 여부와 면역반응에 대한 순응도를 평가하는 각각 다른 의미의 평가지표들로 구성되었다. 평가지표는 호중구-림프구 비율, C-반응성 단백질, 인터루킨-2, 인터루킨-12으로, 이 중 두 개 이상이 정상 기준치보다 높으면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PBIS 수치가 높은 그룹은 전체생존율, 병이 진행되지 않는 무진행 생존율, 치료의 객관적 반응률 예후가 유의하게 좋지 않았다.
예측법의 정확성을 입증하기 위해 ‘성향점수 매칭’ 통계 분석 결과, PBIS 수치가 높은 그룹의 사망 위험은 3.6배, 진행 위험은 2.1배 높았다.
반면, 간암의 1차 표적치료제인 렌바티닙 치료군에서는 PBIS가 치료 반응을 예측하지 못하여, PBIS가 특히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 면역치료에서만 유효한 바이오마커임을 시사했다.
간암 치료는 수술, 간아식, 고주파열치료 등 근치적 치료와 간동맥 화학색전술, 표적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나뉜다. 간암 중 혈관 침윤이나 전이가 있어 병기가 많이 진행된 상태를 말하는 진행성 간암도 최근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다양한 치료법 개발로 생존이 향상되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가 부담하는 치료비도 낮아졌지만, 모든 환자에 동일한 효과를 보이지 않아 환자 치료반응을 예측하고 환자를 선별하는 바이오마커가 필요했다.
서울성모병원 한지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진행성 간암 환자에서 비침습적 혈중 지표를 통해 면역항암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PBIS는 환자 개인의 염증 상태와 면역반응을 반영해 최적의 치료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조희선 교수는 “인터루킨-2, 인터루킨-12는 면역활성 및 억제 모두에 관여하는 인자로, 이번 연구는 이러한 사이토카인과 전통적 염증지표를 통합해 예측 정확도를 높인 것이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인천성모병원 이순규 교수는 “진행성 간암 환자의 면역항암치료 효과는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환자 선별을 위한 바이오마커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번 연구는 다기관 전향 연구를 통해 PBIS의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한 연구로, 향후 보다 정밀한 맞춤치료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종양 면역 분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Immunology’에 최근 게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