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과 숭실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복부대동맥류의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 393만여 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규모 연구다.
복부대동맥류는 파열 시 사망률이 80%에 달하는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현재는 65세 이상 남성 흡연자 중심으로만 선별검사가 이뤄지고 있어 여성, 비흡연자, 60세 미만 환자군은 검진에서 제외되는 한계가 있었다.
은평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조형진 교수 및 황정기 교수,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연구팀은 ‘복부대동맥류 위험 예측 모델의 개발 및 유효성 확인: 전국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약 10년간 한국인 393만여 명을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건강검진으로 얻을 수 있는 기본 임상 정보만으로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그 예측력이 유효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2009년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4,234,415명 중 기존 환자와 불완전한 데이터를 제외한 3,937,535명을 최종 분석 대상으로 선정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을 무작위로 70%는 모델 개발군, 30%는 검증군으로 배정하고 평균 10년 이상 추적 관찰했으며, 그 결과 개발군 6,514명(2.36%)과 검증군 2,836명(2.40%)이 새롭게 복부대동맥류를 진단받았음을 확인했다.
이어 연구팀은 연령, 성별, 비만, 흡연, 음주,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만성신장질환, 심뇌혈관질환 등 10가지 요인을 주요 변수로 삼아 예측 모델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 요인들을 점수화해 개인별 5년 내 복부대동맥류 발생 가능성을 계산할 수 있는 예측 모델을 구축했으며, 실제 80% 이상의 정확도로 환자의 위험을 구분해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흥미로운 결과도 확인됐다. 고령, 남성,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만성신장질환은 복부대동맥류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드러났지만, 당뇨병 환자는 오히려 복부대동맥류의 위험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조형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한 장기 추적 복부대동맥류 예측 모델로, 건강검진 자료만으로도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위험도 평가 도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황정기 교수는 “이번 모델은 기존 선별 기준에서 배제되던 환자군까지 포함할 수 있어, 조기 진단 및 맞춤형 검진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다”며, “향후 복부대동맥류로 인한 돌연사 위험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가 발행하는 SCI급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 (IF 3.9)에 게재됐으며, 국제 학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