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년간 미성년자에게 투여가 금지된 의약품이 13만건 가량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에게는 사용이 제한된 약물이 의료현장에서 반복 처방된 것으로, 의약품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보윤 의원(국민의힘·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약품 처방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미성년자에게 투여 금지된 약물의 처방 건수는 총 12만 9228건에 달했다.
2020년 1만 1128건에 불과했던 금기 약물 처방은 2024년 7만1234건으로 6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1~8월)에도 이미 1만 9467건이 추가됐다.
현재 만 19세 미만 금기 의약품은 총 22종으로, 이 가운데 11종이 실제 의료기관에서 의사 처방을 통해 청구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많이 처방된 의약품은 항균제 레보플록사신(9만 7338건)이었으며, 이어 수면제 트리아졸람(2만 913건), 발기부전 치료제 실데나필(5116건) 순이었다. 이 밖에도 마약성 진통제 부토르파놀(203건), 항우울제 노르트립틸린(2034건), 골다공증 치료제 이반드로네이트(8건) 등이 포함됐다.
특히 레보플록사신은 2023년 12월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등 기존 항생제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소아’에 한해 급여가 예외적으로 인정되면서 처방이 급증했다. 그러나 약물 자체는 여전히 식약처가 지정한 연령금기 의약품으로 돼있다.
트리아졸람은 다른 수면제인 졸피뎀보다 의존성과 인지장애 위험이 높아 18세 미만 사용이 금지돼 있으며, 실데나필(비아그라 성분) 역시 심혈관계 부작용 위험으로 소아 투여가 불가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약품의 안전하고 적정한 사용을 위해 병용금기·임부금기·특정 연령대 금기 의약품을 지정·관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정 연령대 금기’ 의약품은 일부 연령층(특히 소아·청소년)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거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아 처방 또는 조제해서는 안 되는 약물로 분류된다. 이들 약제는 의약품 적정사용(Drug Utilization Review, DUR) 시스템을 통해 사전에 처방이 차단되거나 경고가 표시되도록 관리된다.
최보윤 의원은 “의사의 처방권은 최대한 존중돼야 하지만, 그와 별개로 행정당국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문제”라며 “식약처는 DUR(의약품 적정사용) 시스템을 통해 금기 처방을 사전에 차단·경고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심평원은 ‘처방해서는 안 되는 약품’의 급여 기준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